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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전라도(Jeollado)

숨쉬는 습지가 만든 자연의 축제(순천만 자연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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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신곡이 매스컴을 장악하고 있는 요즘, 조금만 눈길을 돌려보면 조용하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외치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작년(2012) 가을, 순천에 들렀을 때 곳곳에서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던 순천시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직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떤 박람회가 될까하는 기대감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잊고 있었던 느낌이 새롭게 떠올라 그 때의 사진을 꺼내본다.

 

 

 

 

 

8000천년의 역사를 가진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에 대한 염원을 담은 현대인들에게 희망과도 같은 곳이다. 성장만을 추구하던 옛사고를 버리고 자연과 공존하고자 하는 인간에게 생명의 원천이자 숨구멍이 되어주고 있다.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는 해안지역 특히 해안하구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철새들의 무리와 갯벌에서 살아가는 식·생물들도 수시로 만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생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포늪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 습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하늘하늘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사각사각 몸싸움을 하는 것 같기도 한 금빛 갈대들의 움직임은 눈과 귀를 한꺼번에 사로잡는다. 그 끝이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면서도 혹시나 놓치고 가는 풍경이 있을까 싶어 눈길을 한 곳에 고정할 수가 없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금 더 자연으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나무 산책로(데크)가 이어져 있다. 습지에서 살아가는 게(농게, 방게, 칠게 등)나 갯지렁이 등은 갈대를 타고 올라와 나무 산책로를 함께 거닐기도 한다. 손톱만한 크기부터 손바닥만한 크기까지 보는 순간 순간마다 탄성을 지르게 한다.

 

 

 

 

 

 

자연생태공원은 순천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순천시와 고흥군, 여수시와 접하고 있을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갯벌의 면적만 22㎢나 되며 해수역과 갈대 군락까지 계산한다면... 거대하다는 말 밖에는...

 

그래서 걸어서 순천만을 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걷다가는 대개 전체를 보지도 못하고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오늘 개막한순천정원박람회는 그런 점들을 고려했는지 2일권과 연중권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둘러봐도 좋고, 습지를 따라 올라가는 유람선을 타도 좋고, 갈대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는 갈대열차를 타고 둘러봐도 좋다.

 

 

 

 

 

역시 꼬마들의 관심은 갈대열차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빨간 장난감 기차처럼 생긴 꼬마열차는 빨리 선점하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도착하자마자 탑승권을 예매해야 한다는 사실! 우리 역시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으니까.

 

 

 

 

 

 

 

열차의 기적소리가 울리고 출발인사를 마치니 바퀴의 움직임이 몸으로 전해온다.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에 기관사 아저씨의 재치있는 입담이 더해져 갈대열차는 웃음열차가 되어버렸다. 세계 5대 연안 습지에 해당하는 순천만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세계에서 가장 자연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등을 재미나게 설명해주신다.

 

기차가 움직이는 순천만뚝길은 국제정원박람회 준비가 한창이다. 모름지기 풀과 꽃은 기다림의 결실이라 했다. 그땐 명확한 형태를 알 수 없는 꽃들과 나무들이 이제는 어여쁜 모습으로 박람회의 개장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최고의 결실을 얻어낸 것 같다.

 

 

 

 

갈대열차의 종착점은 2채의 초가집으로 만들어진 순천문학관이다. [생각하는 동화]의 정채봉 시인의 기념관과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승옥 작가의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정채봉 시인은 '동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어버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건강악화로 2001년 돌아가셨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맑은 글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그 분과의 두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다니... 반가운 마음 감출 길이 없다.

 

 

 

 

 

대학교 1학년 때 그 분의 강연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강연을 안내하는 교내벽보 한 장 달랑 보고 나도 모르게 강연장소로 향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시인의 투명한 눈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함으로 남아있다. 여느 기성세대가 가진 세상풍파에 흔들리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그의 음성이 지금도 들려오는 듯 하다.

 

 

 

 

한참을 뒤적였던 <생각하는 동화>시리즈와 더불어 <초승달과 밤배>, <간장종지> 등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다.

 

 

노을

 

배를 보다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를 보다
갈대가 소리 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다
섬은 아득히 멀고
뻘 위에 게 한 마리 썰물소리를
집게발에 매달고 서 있다
저들 눈에
나 홀로 있는 것도 들켰는가
붉은 노을이 뜬다

 

 

 

 

 

정채봉 시인 기념관의 옆집은 김승옥 기념관이다. 김승옥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었지만 청소년 권장도서 중 하나로 꼽히는 <무진기행>에 대해서는 적잖이 들어와서 그리 어색한 만남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알고보니 글을 쓰는 소설가를 넘어 시나리오에 영화감독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예술가였다.

 

 

 

 

실체없는 가상도시의 대명사가 된 '무진(공지영의 <도가니>도 무진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은 '순천'을 의미한다. 신춘문예,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굵직한 작가상은 다 섭렵한 그분이 현재 건강상의 이유로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우리나라로선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를 비롯하여 <안개> 등 많은 작품들을 영화화하는데 참여하며 큰 역할을 해냈다. 척박했을 한국영화의 터전에서 이런 활약상이 있었기에 현재의 한국영화들이 있을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당시 사용했던 영화시나리오, 촬영기자재, 촬영 카메라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카메라가 정말 거대하다.

 

 

 

 

 

갈대열차를 타지 않았으면 이곳까지 걸어올 엄두도 내지 못했을텐데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막 시작의 걸음을 내딛었던 순천정원박람회가 드디어 오늘 개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전례없는 정원박람회라 진행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을 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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