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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전라도(Jeollado)

고요함을 벗삼아 도량의 덕을 닦는 곳, 순천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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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기슭에 자리한 선암사를 찾는 시작은 여느 산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끌벅적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식당들의 부산스러움으로 나도 조금은 들뜬 상태로 길을 나섰다. 오솔길을 따라 잠시 걷다보니 어느새 매마른 흙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물소리만이 귓가를 스치고 나도 모르게 무념의 상태에 빠져버린다.

 

 

 

 

 

선암사의 아름다운 풍경 중에서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승선교는 보물로 지정된 귀한 문화재이다(보물 제400호). 계곡의 돌을 하나, 둘 모아 쌓은 듯한 아치는 자연미를 강조하면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승선교는 선암사를 대표하는 포토존이 되어버렸다.

 

 

 

 

옆길에는 균열된 승선교를 해체하여 수리하면서 지형구조상 사용할 수 없었던 원래의 돌을 그대로 남겨 놓은 것이다.

 

 

 

 

 

10여년 전, '선암사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보며 어떤 곳인지 많이 궁금해했었다. 아마도 그 그림에서 이어진 길이 이 길이 아닌가 싶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를 맴도는 익숙한 느낌은 아마도 그때의 마주침이 주는 친숙함일 것 같다.

 

 

 

 

 

 

계곡을 거슬러 도착한 곳에서 작은 연못을 만났다. 작은 못이지만 당당히 그 이름(삼인당, 전라남도기념물 제46호)을 새겨놓은 곳도 있고, 그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불교의 중심사상인 삼법인(三法印)을 기리며 만든 연못이라 전해진다.

 

제행무상(諸行無商),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

세상만물은 끊임없이 움직여 하나로 머무르지 않고,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실체가 없듯 나도 실체가 없는 것이다. 열반, 즉 고뇌와 번뇌가 없는 고요한 상태, 해탈의 상태... 음~ 불교는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양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언젠가 꼭 그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 아~ 예전 학교에서 배울 땐 열반적정이 아닌 일체개고(一切皆苦)로 배웠는데 같이 쓰기도 하지만 열반적정을 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삼인당의 물은 고여있는 물이 아니란다. 계곡과 연결되어 일정기간 가두었다가 계곡으로 흘러내린다. 갇힌 물은 썩기 마련이지만 중앙에 있는 작은 섬이 물길을 만들어 연못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흘러내려갈 수 있도록 한단다. 미적으로도 연못을 더 크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단다.

 

 

 

 

선암사 일주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은 유일한 일주문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일주문들은 꽤나 거대하고 화려해 가까이하기엔 멀어보였는데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있어서인지 좀 더 친숙한 느낌이다.

 

 

 

 

 

 

오른쪽 만세루.

학생 스님들이 강학을 했던 곳으로 1824년 지어진 목조건물이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의 뒷쪽에 위치하게 되는데 선암사에서는 대웅전 앞에 위치해 있다.

 

 

 

 

 

대웅전.

건물의 배치로 보면 일주문, 만세루와 일직선을 이루고 있으며 선암사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다. 대웅전 앞에 우뚝 서 있는 삼청석탑(보물 제395호)도 눈여겨 봐야한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는데 신라탑의 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단다. 대웅전은 화재 후 1824년 중건한 것이다. 단청의 화려함이 꽤 볼만하다.

 

 

 

 

선암사에선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다듬어지지 않는 투박함이 오히려 편안함을 주고, 멀리 걸어놓은 범접할 수 없는 사진이 아닌 그 속에 살아있는 실체라는 느낌이 강하다. 템플스테이가 유행하면서 형식을 짜맞추어 놓는 사찰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아마도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며 그들의 손때와 자취가 남아서 그런가 보다. 도를 닦는 스님들의 청명한 기운이 일상을 살아가는 범인들의 고단함을 제대로 힐링시켜주는 듯 하다.

 

  ▶ 선암사 템플스테이(휴식형, 체험형, 단체형)

     http://www.seonamsa.net/ts_0101.php

 

 

 

 

 

 

해우소.

이상하게도 해우소라는 이름이 참 맘에 든다. 그런데 의외로 해우소란 이름이 붙여진게 그리 오래지 않았다 한다. 생김새도 뒷간같지 않게 멋스럽게 생겼다. 붙여진 이름만 아니라면 꽤 의미있는 건물인줄 알겠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모두 퇴비로 사용한단다. 예술과 지혜가 응집된 길이 남을 뒷간이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선암사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다. 선암사 소유에 대한 논란이 있어 함부로 수리할 수 없는 입장이라 때론 낡은 흔적이 보이기도 하지만 내겐 오히려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짧은 시간 돌아보고 나왔지만 선암사가 가진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다음엔 템플스테이로 진짜 선암사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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