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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경상도(Gyeongsangdo)

의성 빙어낚시의 실패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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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만 하다가 이번 겨울이 다가는건 아닌가 했는데 오랜만의 외출로 기대가 한 가득이다.
난생 처음해보는 얼음낚시! 엄마 물고기 말 안듣고 놀러나온 물고기가 있어주길 바라며 만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바구니 하나는 채워올 수 있길 바랐다. 꼬불꼬불한 좁은 길을 지나 꽁꽁 얼어있는 저수지에 당도. 벌써 얼음 강태공들이 얼음 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음만 가득해서 떠난 길이었다. 손엔 달랑 수건 한장 들고 떠났으니 낚시꾼으로서의 자세에서 부터 일단 탈락이다.
낚시터 인근 낚시집에서 빙어낚시대(3,000원) 하나, 밑밥으로 던질 구더기를 사고, 그리고 초장을 샀다. 대체, 이건 뭐...


우여곡절 끝에 주변에 계신 분들께 부탁해서 얼음깨기 장비를 빌렸다. 역시... 산에서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오르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낚시터에서는 이미 자리잡은 사람이 막 도착한 초짜 꾼을 알아보는 가보다. 이 매력적인 장비로 얼음깨기 시작!


생각보다 얼음깨기는 쉬웠다. 이전에 다녀간 꾼들의 자취만 따라가면 되니까.
한번 깨어진 얼음과 겨울 내내 꽝꽝 얼은 얼음은 보기에도 달라보였다. 그러니 약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그 곳을 공략한다.

얼음끌로 얼음을 내리친 뒤 뜰채로 얼음을 살짝 걷어주면 된다.


몇 번 내리쳤을 뿐인데 10~15cm정도 두께의 얼음에 이렇게 이쁜 구멍이 나버렸다.
자,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빙어낚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얼음을 모두 걷어낸 다음엔 물 위로 빙어를 유인하기 위한 집어제를 뿌린다. 빙어들이 이 집어제의 냄새를 맡고 구멍 곁으로 몰려든단다. 살짝 코를 대어봤지만 글쎄... 고기들만 맡을 수 있는 냄새인가 보다. ㅎㅎ 일단 이렇게 두고.


낚시집에서 사온 빙어 낚시대를 조립한다. 사실 조립이라고 해서 특별한게 있는건 아니고 낚시줄과 낚시대를 묶으면 되는 거다. 낚시찌도 달고, 바늘도 달았다. 설명서 한장 없어 어떻게 하는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묶으면 될 것 같아서 일단 그냥 묶어버림.



빙어낚시는 구더기를 미끼로 한다. 꿈틀꿈틀거리는 구더기가 좀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미끼가 있어야 고기가 물게 있지 않겠나.
옆에선 "빙어가 구더기를 먹고, 구더기를 먹은 빙어를 우리가 먹는건가? 그럼 우리가 구더기 먹은 빙어를 먹는건가?"하는게 아닌가. 일순간 모두 얼음!
....
나중에 알았다. 빙어가 구더기를 먹는게 아닌 것을. 빙어는 구더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살랑살랑 흔들리는 구더기에 유혹되어 낚이는 것이라 한다. "구더기는 그대로 낚시바늘에 남아있기 때문에 빙어뱃속에는 구더기가 없다."는 말이다. 구더기의 움직임으로 단지 빙어를 유인하는 수단에 불가했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구더기를 먹는 건 아니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ㅜ.ㅜ



좀 전에 뿌려두었던 집어제는 물 아래로 가라앉기도 하고, 아직 남아있기도 하면서 빙어를 계속 유인해주겠지?

난 정말 빙어낚시는 매스컴에서 나오는 것처럼 낚시대를 넣으면 낚이고, 넣으면 낚이는 그런 건줄 알았다.



올라와야 할 빙어는 소식도 없고...
삼십분, 한 시간, 두시간...
기다림에 지친 강태공들은 슬슬 딴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빙어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흑흑!!
어리숙한 낚시꾼에게 낚일 빙어는 이곳에 없었던 것이다.



아~ 결국 낚시대로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얼음 속에 갇혀있던 빙어 한 마리만 간신히 찾아냈다.
이걸로라도 기분 한번 내 보고... 하지만 우리 염원대로 잡힌 빙어가 아니기에 이내 관심 급 저하!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방법을 바꿔봤다.


좀 더 큰 구멍을 파서 집어제를 가득 넣으면 훨씬 더 잘 유인하지 않을까? 그럼 빙어가 이쪽으로 더 잘 이동하겠지 싶었다.




그래서 젖먹던 힘까지 내어 커다란 얼음을 깨는 것에 성공! 집어제를 가득히 부었다.
미끼로 샀던 구더기도 왕창 넣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역시, 소식이 없었다.



주변에서 간간히 '잡았다'라는 말이 들리기도 했지만 우리와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았다.
결국, 우리는 판단했다. 이 곳엔 빙어가 없어!
ㅎㅎㅎㅎ
남아있던 구더기만 잔뜩 뿌려 자선사업하고 돌아왔다. 결국 우리 손으로 잡은 빙어는 한 마리도 없었다.


누구는 한번에 200마리도 잡았다는데... 왜 우리에겐 안 잡히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돌아와서 그 원인을 분석해 봤다.

---- 빙어낚시의 실패 요인

1) 날씨가 좋은 날 빙어가 잘 잡힌다.
 → 우리가 간 날은 태양빛 한번 볼 수 없는 우중충한 날씨였다(그래서 무지하게 추웠다). 날씨가 좋은 날 빙어가 잘 잡힌다고 하니 날씨탓도 해봄직 하다.
2) 구멍은 작을 수록 좋다.
 → 빙어낚시를 자주 다니는 블로거들의 글을 보니 한결같이 구멍이 작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저렇게 큰 대형사고를 치다니...
     하지만 이걸 이유로 들기엔 무리가 있을 듯 하다. 왜냐면... 대부분 구멍이 크면 물건이 빠지거나 위험하기에 그렇다고 했다. 그러니 낚시의 실패요인으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3) 집어제를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역효과
 → 이거다. 빙어가 소식이 없자 죄없는 집어제만 닥달하며 마구마구 부어댔던 것이다. 숨쉴 구멍조차 없을 만큼 많이.
4) 우린 너무 시끄러웠다.
 → 낚시의 기본은 침묵!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잡을 때부터 시작해서 우리 일행은 계속해서 조잘조잘거렸다. 어릴적 아빠따라 간 낚시에서 떠들면 혼났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니 놀라서 빙어들이 도망가버리지.
5) 너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 뭐라뭐라해도 가장 큰 실패요인은 이것이다. 빙어낚시를 하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어떻게 낚시를 하는 건지 전혀 준비가 안됐던 것이다. 낚시집에서도 초장을 먼저 집어들었던 우리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ㅎㅎ



낚시엔 실패했지만 그래도 재밌는 하루여행이다. 얼음바닥에 난 구멍의 흔적이 야속했지만 이것 조차도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가 한 말!
"아까 그 끌 너무 좋던데 꼭 사야겠어!" ㅎㅎ
역시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우리다. 그러니 빙어 한 마리 못 낚았다고 해서 섭섭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빙어 낚시 가시는 분들~
철저한 준비 후 떠나시구요. 꼭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얼음 위라 무지하게 춥습니다.
저처럼 초장만 들고 가시면 안됩니다. ^^
그리고 빙어낚시는 12월~1월이 최적기라고 하네요. 이것 조차도 맞추지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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