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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경상도(Gyeongsangdo)

내 생애 최고(最苦)의 산이 된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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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 이 길은 아무나 지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극한의 어려움(? ^^;)을 견뎌낸 사람만이 이 좁은 길을 지나 천왕봉으로 향할 수 있기에 이곳을 개선문이라 이른다. 비장한 마음으로 바위사이를 지나가는데... 과거 이곳에서 한 분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하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이 산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산길을 나선다면 결코 갈 수 없는 길이다. 좀 더 여유를 가지면서 자연스러운 속도로 올라야만 한다.


멀리로 보이는 산천은 저리도 아름답건만
지금 내가 올라가는 길은 ....


천왕봉으로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개미만한 사람들이 보이나요? 나도 숨은그림 찾기!


거의 정상에 가까워질 즈음 남강의 발원지인 천왕샘을 만났다. 경남지역의 중요한 식수원이 되는 남강댐의 물이 이곳에서 발원하여 남강댐에서 경호강과 만나 낙동강까지 흐르게 된단다. 장대한 물줄기가 이렇게 작은 곳에서 시작이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이 물을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다시 정상으로 출발!



드디어 막바지 난코스에 돌입했다.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니다. 이건 뭐 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길은 바로 코 앞인데 이상하게 맘처럼 그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드디어 오매불망 원하던 지리산 천왕봉에 도착했다. 정상을 5m정도를 앞두고 신기한 모습이 있어 유심히 살펴봤는데... 첨엔 대나무를 잘라놓은 것인줄 알았더니만 알고보니 등산을 온 많은 사람들이 정상인 이곳의 자연을 너무 함부로 훼손해서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대나무를 박아 놓은 것이란다. 씁쓸하군. 더 없이 멋있었을 이곳이 몇 사람들의 생각없는 행동으로 이런 모습이 되어 버렸다.

 


천왕봉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오르기 위해 열심히 올라가던 중 위에 있던 아저씨 한 분이 올라올 준비를 하고 올라오라고 하신다. 힘들게 올라오다보니 체온이 높아져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던졌는데 그 상태로 올라가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라며 자켓을 제대로 차려입고 올라오라신다. 괜찮다면서 올라가려하니 다시 한번 더 강조하셔서 그렇담... 하며 입고 올라갔는데 안그랬음 큰일날뻔 했다. 한 걸음 차이에 매서운 바람이 주는 체감느낌은 100% 다르다.




오호라~ 나도 정상에 올랐다.
바로 이곳이 지리산에서 가장 높다는 지리산 천왕봉이닷!



힘겹게 올라왔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지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모두들 즐겁게 웃으며 인증샷을 찍고 있는 모습이란... 이게 바로 산이 주는 묘미인가 보다. 나는 산을 잘 모르지만, 산을 그렇게 즐기지도 않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릿 속에는... '두 번 다시는 못 올 곳'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진짜 즐겁고 멋진 추억이 되겠지만 다시 올 엄두는 나지 않는다.

 


저 아래 중산리의 모습이다. 급격한 경사로로 막힌 곳이 별로 없어서인지 정상에서 아래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보기엔 무척 가까워보이는데 어째 그리 고생했을까?

 


내려오던 길에선 아이젠을 착용했다. 오를 때 많이 미끄러웠던 부분들이 있어 조금 수월하게 내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착용했는데... 때가 이른지라 제대로 사용한 구간도 있었지만 아이젠이 오히려 더 불편한 구간도 있었다.
아~ 내려오는 것도 만만찮구나.


겨우겨우 내려와 다시 도착한 로타리 대피소에서 그저 잠시 쉬어가려 했는데 옆에서 만찬을 즐기시던 일행분들이 포항에서 오셨다며 회 한사발을 내어 놓으시는게 아닌가. 우리 일행 중 수녀님이 계셨는데 당신도 신자시라면서 어떻게 치마를 입고 어렵게 올라갔다왔냐시며 수녀님께 내어놓으신 만찬이다. 덕분에 우리도 한 입~ 산 위에서 먹는 회! 안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마!!!! 회는 자고로 산에서 먹어야 한다는 정석을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시 내려오는 구간, 올라갈 때와는 다른 구간을 선택했다. 거리상으로는 더 길지만 좀 더 편하게 내려갈 수 있는 자연학습장을 거치는 코스다.
하지만... 실제로 걸어본 길은 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이 음지라 눈이 녹지 않은 곳도 많고 거리가 기니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 잘못 선택했다는 말을 되뇌이며 걸어오는 길이였지만 그나마 우릴 위로해 준 계곡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계곡물이 흘러내리다가 얼어붙었다. 이곳은 완전한 한 겨울의 풍경이다. 이 때만 해도 주변 풍경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내려올 수 있었는데 순식간에 산을 넘어가버린 해로 인해 사방이 컴컴해져 버렸다. 그 때부터 빨라지는 발걸음. 버스가 오가는 두류동까지 내려오는 5시 40분, 사방은 컴컴해져 내 발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중산리로 향하는 법계사 순환버스 막차가 있어 여기서 부터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집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첫날은 거의 공황상태로 내 다리가 내 것이 아닌 것 처럼 느껴졌을 정도니 말이다. 자다가 다리 통증으로 잠이 깼으니 더 이상 부연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켠에서는 '다음엔 노고단으로 올라가볼까?'하는 생각이 드니 참 놀라울 일이다. 지난 주 1박 2일에서 봤던 김종민의 고통을 백번 이해하면서도 나도 저 길로 다시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무슨 조화지??

아! 우리 제발~ 내가 먹은 쓰레기는 구석에 쳐박아놓지 말고 되가져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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