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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경상도(Gyeongsangdo)

두 계절을 모두 담고 있는 지리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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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으로 가야한다는 문자 한통 달랑 받고 새벽 6시, 정말로 지리산으로 향했다. 내가 기억하는 지리산은 계곡에서 텐트치고 놀던 그런 모습의 지리산이었던지라 큰 고민 없이 길을 나섰다. 8시 즈음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산행을 위한 모든 준비 완료!
아~ 가수 이효리도 여기서 밥먹었다네. ㅎㅎ


오전 9시. 우리가 가야할 코스는 중산리 코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다 싶었는데 지리산은 이렇게 일찍 가야만 한단다.
이 때만 해도 괜찮았다.



등산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필히! 주의사항을 머릿속에 입력해 놓고 떠나야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지리산을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등산로 초입에는 야영장과 단체 취사장이 있다. 지금은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따뜻한 어느날엔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겠지? 



아직은 초입이라 발걸음 가볍게 올라가며 사방을 둘러보는 여유도 가진다. 세차게 내려오는 물소리도 반갑게 느껴지니까.


흔들거려야 제맛이 나는 짧은 구름다리도 건너고


친절한 반달곰돌이 안내인도 지나서 잠깐의 휴식~



쉬면서 하늘도 한번 보고, 발 아래도 한번 보고
그러다 찾게된 내 발 밑의 작은 솔방울
엄지손가락 보다 조금 더 컸는데 생긴 모습이 꼭 장미꽃 같아보였다는...
칼바위를 지나 이번엔 망바위.


이름이 망바위인데 왜 망바위일까? 저 위에 올라가서 망보라는 뜻인가? ㅎㅎ
새벽녘 서리내린 듯이 슬쩍슬쩍 흩날리던 하얀가루가 이제는 겨울의 한복판에 만날 수 있는 쌓인 눈이 되어 흙을 덮고 있다.


사실 이렇게 후딱~ 올라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중간중간에 얼마나 자주 쉬었는지, 꽤나 힘들게 올라왔다. 물론 내가 상상하던 그런 마의 고개는 아니라 생각하면서 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올랐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래도 그 힘들다는 생각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건 뒤돌아보면 언제나 등뒤를 받치고 있는 멋진 풍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붙어있지 않지만 또 하나의 묘한 다리를 지나


굽이진 길을 지나


드디어 로타리대피소에 도달했다. 아침 9시가 조금 지나 출발해서 도착한 시간 11시 20분. 2시간 20분 정도 걸렸구나.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기에 정신이 없다. 이렇게 숨차게 걸어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폐활량을 늘일 수 있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아났던 지리산 초반길이다.



로타리클럽 회원들의 기부금을 통해 만들어진 로타리대피소는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가는 길의 유일한 대피소이자 안전한 쉼터이다. 아~ 유일한 화장실이기도 하고, 유일한 흡연장소이기도 하다. 환경부에 기부한 곳이라 지금은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추듯 우리도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취사도구만 있으면 라면을 사서 끓여먹을 수도 있고, 햇반을 데워먹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숙박도 가능한데 숙박을 하려면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을 해야만 한다.


잠시 쉬기만 할려고 했는데 이곳이 밥을 먹기에 가장 좋은 장소일 것 같아 미리 싸간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어인지, 힘을 모조리 빼면서 올라와서인지 이건 김밥이 아니라 꿀밥이다.
식사와 함께 쉼을 위한 시간 30분, 다시 길을 떠난다.


로타리대피소에서 2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식수대가 있고, 바로 위에 법계사라는 절이 있다. 내 한몸 건사해서 올라오기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다 절을 지었을까? 법계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1450m)에 위치한 절이라고 한다.
정상까지 가야한다는 압박에 절을 둘러볼만큼의 여유는 갖지 못했다. '내려오면서 둘러보지'했는데 어둑해지는 바람에 그냥 지나쳐야 했던 곳이다.


큰 바위를 기어오르면서도 뒤로 펼쳐진 풍경에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던 그 곳!
법계사부터는 어찌나 경사가 급하던지 두손이 앞발이 되어 걸어가야 하는 곳도 종종 나왔다. 경사가 급하고 험한 곳이라 중간중간 등산객들이 잊지 않도록 경고문구들이 자극을 준다. 심지어 이런 내용까지...
"지금까지 지리산 등반에서 4명의 등산객들이 사망했다.  .....  이 지점은 00시 00분 등산을 하던 00씨가 심장마비 혹은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한 지점이다." 등등...

"내 너를 정복하러 이곳에 왔다."라는 생각으로 지리산에 오른다면 큰 코 다친다.


반달감이 살고 있는 지리산이다 보니 곰과 사람의 영역을 나무막으로 구분해놓고 있다. '나도 넘어가지 않을 터이니 너도 이곳을 넘어와 사람을 해하지 말아라.'라는 의도인가? 곰이라는 동물이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것은 확실하지만 곰도 사람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할 것 같다. 요즘 지리산 반달곰 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하니 말이다.

★ 지리산에서 곰을 만나게 되면...
1) 반짝이는 물체를 흔들어 다가오지 못하게 하거나 종소리 등의 소리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한다.
2) 멀리에 있는 곰을 보게되면 조용하게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3) 곰에게 절대로 먹을 것을 줘서는 안되며 가까이에서 사진촬영을 해서도 안된다.
4) 절대로 등을 보이며 뛰지 말고
5) 시선을 마주하며 뒷걸음질로 곰에게서 멀어진다.
6) 그래도 곰이 다가오면 주변의 도구를 이용해 저항하고
7) 최악의 경우에는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로 땅에 엎드린다.

이걸 보면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에서 이야기한 것이 사실인가 보다. 죽은척 하라는 그 말!



유난히 많이 만났던 특별한 색을 가진 새. 아직 완전한 겨울이 되지 않아서인지 다람쥐도 만나고, 이렇게 이쁜 색을 가진 새도 만나게 되었다.
요녀석 겁도 없이 날아가지도 않고, 내 눈 앞에서 계속 맴돈다.


이런 경고문이 나오면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 진짜 힘들다. -,.-;




그래도 중간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아름다운 풍경!


하지만 그대, 천왕봉은 아직 저 멀리에...

 


또 한번의 쉴 수 있는 포인트! 이곳은 아래로의 멋진 풍경도 즐기고 위로 천왕봉 봉우리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인 것 같다. 하지만 아래로만 보고 싶다. 위로는 깨알같이 작은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더 많이 가야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니 어차피 가야할 길, 모른척하고 올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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