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와인동굴에서 돌아나오며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쉬웠다. 그래서 재빠르게 핸드폰을 검색...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대한민국 구석구석' 어플을 통해 청도를 검색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유적지 청도 석빙고를 찾을 수 있었다. 몇 군데의 블로그를 검색해 리뷰를 확인해본 결과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그래도 한번 들러보자는 생각으로 석빙고로 향했다.
청도 석빙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얼음을 저장하기 위해 땅을 파고 만들어 둔 얼음 창고다. 1713년(숙종 39년)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석빙고 중 가장 먼저 축조된 것이고, 크기로는 경주 석빙고(보물 제66호)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석빙고 앞에 세워진 석비에는 석빙고가 만들어진 연대와 축조에 참여한 사람의 수, 비용, 소요재료 등이 기록되어 있고, 뒷면에는 석비를 세운 날짜와 관련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
내부 길이는 14.75m, 폭은 5m, 높이 4.4m이다.
아래로 홈을 파 벽을 바위로 감싼 뒤 천장을 아치형으로 만들었다. 알고보니 이게 천장이 아니고 천장은 완전히 무너져 없어졌고 단지 벽을 이어주던 무지개 (虹霓)모양의 이음새였다. 입구 반대편에 계단이 있어 아래로 내려갈 수 있지만 지금은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내려가지 못하도록 해두었다. 냉장고가 일반화된 지금에 와서 이런 석빙고는 천연기념물과 같은 상징물에 불과하지만 그 옛날 상상할 수도 없는 획기적인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울 뿐이다.
석빙고는 주변보다 약간 높은 언덕 위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이런 작은 공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년쯤 이곳에 오면 색다른 모습의 석빙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석빙고 아래 바닥은 경사가 져 있어 겨울에 만들어진 얼음이 녹으면 작은 골을 따라 찬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찬물이 흘러내리면 찬 공기가 가득하게 되고 더운 공기는 천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런 원리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슬프게도 그 형태를 파악할 수 없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 머릿 속으로 그려만 보는데 그릴 수록 아쉬움이 커지기만 한다. 사진에서 보이는 곳이 오르내리던 계단.
마음이 짠~해서인지 한참을 둘러보고 돌아나왔다. 주차장도 깔끔하게 만들어져 둘러보는데 편리함을 제공한다.
주변을 정리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아 청도군에서 문화재의 변모를 위해 준비 중인 것 같다. 가까운 곳에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여행자로 무척이나 반갑고 기쁜 일이다. 다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리고 자긍심을 가지는데에도 모자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 인사를 해 주는 솟대...
석빙고 바로 옆은 청도읍성이 둘러싸고 있다. 고려시대부터 있었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형태라고 한다. 임진왜란과 여러 번의 화재로 본래의 모습을 잃었지만 몇 차례의 개축으로 읍성의 형태는 계속해서 유지되었다. 일제시대에 도시가 형성되고 도로가 생기면서 성벽이 훼손되었지만 경상북도의 기념물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지금은 읍성을 복원하고 있는 상태.
성벽을 따라 세워진 비는 과거 청도를 다스렸던 벼슬아치들을 기념하는 비이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한 곳에 모아 그들을 기리고 있다. 생각보다 나즈막한 성벽에 한 고을을 보호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높은 곳은 2m가 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급한 마음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지만 청도 읍성에 남아있던 4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문화재 치고는 너무도 썰렁한 모습에 쓸모없는 애물단지가 된듯해 안타까움이 들었지만 '평일이라 그럴거야'라는 말을 되뇌이며 위로 한다. 나를 위로하는 건지, 청도를 위로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청도 특산물 감을 형상화 한 재미난 버스 정류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다. 아핫! 돌아오기 전 멋있는 찻집에서 보낸 시간(여기도 조만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또한 잊을 수 없다. 내 머릿속에는 청도와 감이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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