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기념
베니스 글라스 판타지아(청도)
요즘 대구는 축제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그렇지만 육상선수권대회 덕분에 다채롭고, 의미있는 축제와 볼거리들이 많이 열리기 때문이다. 맘 같아선 지역에서 열리는 많은 축제들에 다 참여해보고 싶지만 그럴 순 없고, 여름을 보내며 소풍겸해서 가족들과 함께 청도로 나섰다. 2년여 만에 다시 찾은 와인터널은 꽤 많이 달라져 있었다.
베니스(베네치아) 무라노섬 방문 1주년 기념이라는 개인적인 타이틀을 내걸고 설레임과 반가움을 안고 간 곳엔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의 수는 많지 않지만(60여점) 영롱한 빛깔과 특유한 문양이 하나만 보더라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 그런 전시회였다.
전시회는 1전시장, 2전시장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1전시장은 청도에 있는 드라마 떼루아 세트장, 2전시장은 청도 와인터널이다. 두 곳은 걸어도 5분 정도? 여튼 엎어지면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1전시장 부터 들러야겠지만 익숙함이 있는 와인터널을 먼저 찾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찾은 사람이 별로 없다. 주로 단체 중국 관광객들과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와인터널을 많이 찾으셔서 전시회까지는 보지 않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전시장 관람권은 유료(5,000원)지만 한번쯤은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주말엔 터져 나간다는데...
스키아본 가문은 유리공예 작가 Massimiliano Schiavon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족 예술단이다. 400년 동안 이어진 유리공예 가문은 지금도 베니스(무라노)의 유리공예를 대표하는 역사적 가문으로 꼽히고 있다. 스키아본만의 독특한 테크닉을 이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하는 공예법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원래 직접 봐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해보시길...
모두가 색소나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리가 가진 그대로의 색을 나타낸 작품들이다. 단지 온도만 다르게 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른 색을 보인다.
동생이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겠다'고 한 것처럼 나도 무라노에서 작업과정을 보지 못했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 같다. 모양들도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하고 예상해 본다. 이래서 현장학습은 중요한 것이다. ^^
특히 펄이 들어가 반짝이는 색채는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1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기니 팜플렛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말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전시관에 이탈리아의 대표적 유리공예를 전시하고 있다는 것도 참신하지만 2전시장과는 다른 형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1전시장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손바닥만할 것 같은 말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에 제일 먼저 놀라게 된다. 저 말의 키가 아래 단을 빼고도 160cm나 된다.
피노 시뇨레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유리조형 장인인 동시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리공예에 입문한 것도 놀랍지만 그 보다 6년만에 유리공예의 마에스트로가 되었다고 하니 그는 유리공예엔 남다른 재주를 타고났나 보다. 현재는 미국의 현대유리조형 작자 "데이 추얼리"와 함께 공동작업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도 피노 시뇨레또의 작품으로 반복된 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독특한 작품이다. 유리공예 안에는 해파리나 꽃게, 낙지 등의 해산물이 들어있는데 그것들을 따로 먼저 작업하고 난 다음에 다시 투박한 유리로 둘러싸는 것이다. 너무 생생하게 만들어진 해산물들은 꼭 박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리를 깨뜨려 살짝 꺼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ㅎㅎ
다시 스키아본 가문의 작품들...
삐에로 악단은 색상이 얼마나 선명하고 투명한지 도대체 유리에 이런 색깔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유리가 가진 본래의 색이 2,000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유리다.
전시회의 마지막 컨셉인 대리석 모자이크이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프리울리 프로페셔널 모자이크 학교에서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말그래도 이탈리아의 장인을 배출해내는 전문학교이다. 왼쪽은 우리의 전통 문양을 표현한 것으로 이탈리아의 프리울리 모자이크 학교에 주문제작한 작품이다. 또 오른쪽의 작품은 로마시대의 전통문양을 만든 것이다. 우리의 전통 문양과 이탈리아의 전통 문양이 한 자리에 전시되고 있다. 우리 문양도 결코 이탈리아에 뒤지지 않는다. 멋지다!
이것도 주문제작 작품으로 우리의 밥상보, 식탁보를 본 떠 만든 것이다. 이 역시 염색없이 대리석이 가진 그대로의 색을 가지고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많은 건물들이 대리석으로 만들면서도 서로 다른 색을 가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색을 가진 대리석이 있으니 그들은 고르기만 하면 되지 않나. 지난번 이탈리아에서 이런 여러 색의 대리석 중에서도 좋은 색을 내는 대리석들은 점점 양이 줄어들고 있어 많은 관리 속에서 발굴된다는 걸 들은 기억이 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대리석이 모여 이렇게 멋진 작품이 만들어졌다.
이곳의 작품들은 전시 후 2~3군데에서 더 전시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판매도 하고, 다시 베니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 손에 들어가면 좋겠다. 한국형의 문양을 담은 모자이크들은 박물관이나 전시장에 장식되어도 좋을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으니까...
육상경기대회 덕분에 가까이에서 좋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 너무 좋구나!
▶ 이탈리아 무라노섬의 유리공예: http://moreworld.tistory.com/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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