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8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공연장
휴가의 최절정을 이룬다는 7월 마지막 주, 남들은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는데 난 이렇게 추억만 곱씹으며 있어야 하나.. 했는데 뜻밖의 기회로 여행도 하고, 공연관람도 할 수 있는 1석 2조의 기회가 왔다. 다가오는 기회는 꼭 잡아야하는 것이 정석! 당연히 덮석 잡았다. 사실 뭐 여행이라 하기엔 좀 뭣하지만 일단 내 생활 반경을 벗어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는 있는 일이니까 한껏 즐겨볼란다.
저녁무렵 빵도 굽고, 커피도 타고해서 엄마랑 여행하는 마음으로 경주로 향했다.
<매표소>
엑스포 공원은 경주 보문단지와 가까워 초행길이라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티켓을 받고 공연 팜플렛도 챙기고, 공연에 들어갈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방학이 시작된지 얼마안되서인지 아이를 대동한 부모님과 연세 많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관람객들이 많았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미소2-신국의 땅, 신라 티켓>
티켓을 받아들고 보니 경주를 들어서면서 길가에 길게 늘어서 있던 안내깃발이 떠오른다. 그 무늬가 웃는 얼굴이었구나... '미소'라는 제목에 걸맞은 이미지가 새삼 맘에 든다. 왠지 나도 웃어줘야만 할 것 같다.
<공연장 입구>
너무 일찍 도착한게 아닐까 싶어 고민했는데 의외의 볼거리들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기본적으로 보문단지 주변과 엑스포 공원을 둘러볼 수 있으니 좋고, 공연장에 들어와서도 다양하게 마련된 체험행사로 지루할 틈이 없다. 신라시대 화랑의 의상과 왕족의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도록 한 의상체험이 있고, 미소체험교실이라고 해서 본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춤을 배울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미소체험교실의 경우 수료증까지 준다고 하니 아이들에게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함께 가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조선시대 의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자세하게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면 주객전도가 될 것 같아 이번엔 참아야 겠다.
■ ■ ■ 미소2 공연이야기 ■ ■ ■
총 running time 60분, 쉼없이 계속되는 신라속으로의 여행은 3막으로 구성된 춤극이다.
1막에서는 신라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2막에서는 신라의 최고 전성기를, 3막에서는 현대로 이어져오는 신라를 이야기한다.
화려한 의상과 춤사위로 전통의 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와 동떨어지지 않은 멋의 여운을 남긴다.
(공연은 사진촬영금지라 아래 공연 사진 3장은 miso2홈페이지에서 인용: www.sillamiso.com)
공연은 시작부터 관람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머리 위에서 펼쳐지는 레이저쇼가 처음에는 눈길을 빼앗더니 점차적으로 내 몸까지 빨아들인다. 순식간에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신라로의 순간이동으로 과거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레이저쇼가 너무 리얼해서 몸이 붕~ 떠오르며 4차원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대사 한 마디 없는 공연에서 스토리가 흘러 나오고, 스토리에 따라 감정에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대사없이 세계를 사로잡았던 난타가 순간순간 드러나는 익살스러운 행동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빨랐다가 느려졌다가 하는 춤사위로 관람객들의 마음을 졸였다 늘였다하는 것도 그렇고, 연기자들의 얼굴에 배어나는 그때그때의 감정이 온전히 내게까지 전달되니 선덕여왕이 아파하고 슬퍼하면 내 마음도 울고, 찬란한 영광을 표현하면 나도 벅찬 희열을 느끼게 된다.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을 정신 못차리고 앉아있었다. 시작에서 나를 휘저었으면 마지막까지 여운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지 이건 너무한 처사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출연자들과의 기념촬영>
공연이 끝나면 모든 출연자들이 나와 기념촬영을 해준다.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다. 아이들에게 기념이 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의 손도 바쁘다.
아래 로비에서는 출연진과 관람객들이 어울려 강강술래를 추고 있다.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만들어졌다. 역시 흥의 민족이다. 내 어깨도 들썩들썩하니 말이다.
<미소2 공연의 관람포인트>
현대 기술을 사용해 과거를 이야기하는 미소2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천정으로, 무대로, 장소를 옮겨가며 그려놓는 레이저쇼의 향연이다. 레이저막이 캔터지가 되어 물이 되기도 하고, 전쟁터가 되기도 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무대에 눈을 돌리면 머리 위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머리 위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무대 위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니 레이저쇼는 빼놓을 수 없는 미소2의 관람포인트이다.
미소2는 색다른 경주여행을 제공하기도 한다. 스토리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무대는 신라을 주배경이 경주땅이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포석정, 석굴암이 보이고, 계림과 월정교도 나온다. 특히 포석정은 술잔이 흘러가는 모습까지 보여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했던 우리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국가브랜드 공연?!
공연장을 나오면서 못내 아쉬웠던 것이 관람객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 공연장으로 들어갈 땐 '생각보다 별로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적잖았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는 말할 수 없는 벅찬 감정과 놀라움에 휩싸여 버렸다. 그리고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를 대변할 수 있는 공연으로 난타와 명성황후를 이야기하지만 그들과 겨루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공연이다. 우리나라의 공연수준도 충분히 세계적 수준이라 할 만하다. 특히 많은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는 미소2는 해외에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인들이 이 공연을 보면 두말 할 필요없이 흠뻑 반해버릴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에서 공연된 형뮤지컬들,오페라의 유령, 캐츠, 미스사이공, 명성황후, 노틀담드 파리, 삼총사...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대형공연들을 보여드려도 시큰둥하시던 어머니까지 극찬을 하시니 일단 까다로운 시선을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한다.
이탈리아의 오페라처럼, 런던이나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처럼, 한국에도 그들과 겨룰 수 있는 공연이 있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이제 외국인을 만나면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 우리에게도 이런 문화적 역량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주가 가진 천년의 역사가 새삼 자랑스럽다.
돌아오는 길, 신라를 되새기며, 경주를 되새기며 즐겁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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