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
사회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한 동안 이슈가 되었던 소셜 커머스를 이제야 처음으로 이용해 봤다. 인터넷에 떠도는 광고를 보고 50%라는 말에 혹해서 두번 생각도 않고 구입해버렸다. 항간에 이런 소셜 커머스들이 과대광고와 더불어 사기성도 보이고 있다는 말에 잠시 멈칫은 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사겠다는 맘을 먹은 뒤여서 멈칫은 별 의미가 없었다.
10,000원 티켓과 18,000원에 판매하던 도록을 50% DC해서 티켓 2장, 도록까지 19,000원에 해결했다. 아~ 이런 문화생활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ㅎㅎ
이런 식으로 나가면 소셜 커머스 매니아가 되겠다. 요즘은 여행도 반값으로 많이 나오던데...
마지막날이라 혹시나 사람들이 많이 몰릴까하는 생각에 오픈 시간에 맞춰 갔다. 집에선 약간의 거리가 있는 곳이라 오가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오픈 시간에는 못미쳤지만 그래도 빨리 찾은 편이었는데 어라, 중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있는게 아닌가. '큰일났군, 오늘도 시장바닥에서 보는거 아닌가(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이런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의무 관람때문인지 그 태도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게 엄청 아쉽다)?' 겁에 떨며 들어갔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들은 휘리릭~ 한바퀴 돌고 나갔다.
문자로 받은 것을 티켓으로 바꾸고 들어가기 전 몇 가지를 해결하다보니 아이들의 무리는 거의 다 빠져나갔다.
문화예술회관 엄청 오랜만이구나. 내가 제일 처음 본 뮤지컬이 이곳에서 상영한 것이다. 하하! 그게 지금은 한국 뮤지컬의 대가가 되어있는 설도윤 대표가 배우로 나오는 뮤지컬이었는데...
<입구 대형판넬>
입구부터 상페의 작품들로 조형물들을 만들어뒀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배려리라. 이번엔 살짝 패스~
<장자크 상페>
장자크 상페라는 이름보다는 <꼬마 니콜라>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전세계에 알려진 유명작가임에도 혼자 있는 것에 더 익숙해하고, 유명세를 떨기 보다는 작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며 일상에서 큰 메시지를 전하는 그런 사람이다.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복잡하게, 때론 아주 단순하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을 삐집고 들어온다. 내가 그랬듯이, 그의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슬며시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다.
이 사진은... 사실 상페보다는 그가 앉아 있는 퐁 데 자르 다리에 더 끌린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전시회의 앵콜 전시회라 정말 마지막 기회가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꼬마 니콜라> 그림은 프랑스에서 앞으로 국외 반출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해서 세계적으로도 니콜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거란 거다. 무심코 본 광고 하나로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실내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일단 기분이 좋았다. 혹시나 전시가 아닌 사진에 맘이 빼앗길까봐 DSLR은 두고 작은 카메라를 두고 갔는데 잘 한 것 같다. 내 눈에 담는 것에 1차적 목적을 두고 둘러본다.
<대 혼란 LA GRANDE PANIQUE, 1966>
그의 그림에는 풍자가 있고, 해학이 있다. 그래서 아주 깊은 곳을 파고들면서도 심각하지 않게 그렇지만 여운을 남기게 한다. 이번에 전시된 그림들에도 세상에 대한 그의 사상? 생각?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웃는데 말이지, 그 웃음이 끝으로 갈 수록 묘하단 말이지.
<대 혼란>은 아이들과 어른이 같지 않다는 것, 같을 수 없다는 것, 같아선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내 생각! ^^
<모든 것이 복잡해>는 현대사회의 사람들, 타인에게 관심있는 듯 하지만 결국은 자기한테 맞춘 자기만을 말하고 듣기를 바라는 모습... 이청득심(以聽得心)이 필요한 때!!!
그는 돈을 벌리 위해 그림을 그린단다. 그렇지만 '그리는 일'은 의무감으로 하지만 강요가 아닌 자발적 의지에 의해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딱 내 맘을 담은 것 같다. 조금 다르다면 난 돈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나도 돈이 되는 일을 찾아야하는데... ㅎㅎ
하지만 나는 의무감보다는 자발적 의지가 좀 더 많으니 난 행복한 사람이다. ^^
<파리를 표현한 두 작품>
유난히도 파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림들이 많다. 프랑스 사람이니 자신의 뿌리가 된 곳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그는 파리 사람은 아니지 않나.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파리는 꿈의 도시였다고 한다. 지방인이 서울을 동경하는 것 같은... 그의 작품에 담겨있는 영감의 대부분은 파리에서 얻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리는 그에게 중요한 의미로 남아있다.
보행자 우선인 파리에서는 신호등을 거의 대부분 무시한다. ㅎㅎ
자국민의 시각과 방문자의 시각 차이!
<꼬마 니콜라>
니콜라는 그의 모습을 투사한 작은 상페같다. 아마 요녀석이 크면 상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이 아닌 인형으로 만나는 것도 색다른 맛을 준다. 델꼬 오고 싶은 맘, 간신히 내리 눌렀다.
<상페 친구들의 작품>
이번 전시회에서는 상페의 그림 뿐 아니라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의 그림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물론 잘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았지만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들이었다. 역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상페 라이브러리>
전시장 한켠에는 상페의 그림을 책으로 발간한 화보집과 그림 동화책이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편안히 앉아 책 한권 읽고 갈 수도 있게 말이다. 나도 잠시 앉아 그의 파리 스케치를 넘겨본다. 이야기책에 첨부되는 삽화가로만 생각했는데 그의 단독 화보집이 있다는 것이 조금 놀랐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찬찬히 살펴봐야겠다. 다 사서 볼 순 없고, 도서관을 활용해야 겠다. 근데 도서관에 없는 책이 넘 많다.
두어시간 둘러 봤나? 작품수에 비해 조금은 긴 시간을 둘러보고 나오니 로비에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여기서 부터는 그의 그림과 나의 생각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되는 곳이다. ㅎㅎ 나야 그 정도의 능력이 안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작품들은 상당한 수준을 넘어서는 작품들이 많았다.
또 다른 하나의 전시회가 되었다. 어린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만 못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삐뚤삐뚤 써 내려간 아이들의 필체와 전혀 연결되지 않는 깊은 생각들에 놀라며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처음엔 그냥 형식적인 눈길이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빠져든다. 거기에 비하면 내 니콜라는... 넘 허접하다. ㅎㅎ
아~ 오랜만에 즐겁고 행복한 전시회 한편 구경했다. 후련해지는 마음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즐겁다.
마지막날이라는게 조금 아쉽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겼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전시회, 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리우 作, Gaya(기마상), The Body, Elizabeth>
입구 로비에 전시된 작품. 찬찬히 뜯어보면 컴퓨터를 재활용해서 만든 작품이다. 어찌보면 돈키호테가 생각나고, 어찌보면 백남준도 떠오른다. 이렇게 보면 세상엔 버릴게 별로 없다. 제 역할을 다하고도 또 다른 역할로 전환되어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 세상엔 버려지는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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