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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2010. 11. 5
대구계명아트센터
윤영석(팬텀), 최현주(크리스틴), 손준호(라울)
2010. 11. 5
대구계명아트센터
윤영석(팬텀), 최현주(크리스틴), 손준호(라울)
근 6개월이 지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이제와서 포스팅 하는 이유는...
오늘 낮에 읽은 책의 한 구절 "내러티브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러티브는 인간 경험에 가장 가까이 있고, 따라서 그 경험을 왜곡시키지 않는다." 때문이다. 나의 지난 시간들이 과거가 되면서 변형되거나 잊혀지는 것이 싫었고, 내 삶의 흔적을 나의 목소리(하나의 내러티브)로 재구성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더 얻고자 했던 것은 글쓰기의 연습장으로 쌓여가는 만큼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그 생각이 무뎌지고, 일종의 의무처럼 느껴져 별 의미없이 지나쳐가던 중, 오후에 읽은 짧은 구절하나가 첫날의 그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국내 초연때 부터 마음이 빼앗겼던 공연이다. 당연히 지방공연도 하리라 생각하고 굳게 기다렸는데 처참히 그 기대가 깨졌다. 서울공연만을 하고 홀연히 떠나버린 것이다. 몇 년 후 대구에서도 '오페라의 유령' 홍보 포스터가 붙었길래 다시한번 기대했는데 단순한 갈라 콘서트였다. 어쩌면 그래서 내 애간장을 더 녹인 공연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구공연이 결정되고, 공연료 때문에 살짝 고민은 했지만(이런 공연은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이 우리집의 불문율이다) 동생과 협의 끝에 결정을 했다. 운이 좋게도 미리 예약한 것과 가족할인 등을 해서 30%나 싼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했다.
공연예술계의 발전을 위해서 괜찮은 공연은 그만큼의 댓가를 지불하고 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온 가족이 움직이려면 가격 때문에 고민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첫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던 계명아트센터라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어찌됐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연을 보러 갔다.
어차피 [오페라의 유령] 스토리는 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이었고, 영화 OST를 통해 노래도 들었던 터라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무대장치'였다. 세상에 3개 밖에 없다는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날 세트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다. 정말 무대는 놀라웠다. 단지 규모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규모는 생각보다 작다(물론 극장 자체가 수용할 수 있는 크기가 있어 더 컸다하더라도 어려움은 있었을 듯 하다).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어가서 만져보고 싶은 느낌, 할 수만 있다면 무대투어까지 해보고 싶을 정도로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가 궁금했다. 특히 팬텀과 크리스틴 곤돌라를 타고 팬텀의 지하 아지트로 가는 그 무대... 물이 출렁이는데 초가 둥둥~ 띄워져 있고, 미끄러지듯 천천히, 그러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던 곤돌라의 모습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이다.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장면이 바뀌면서 그 물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건지... 그것들이 진짜 물의 잔영이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아~ 또 한장면! 마지막 팬텀이 사라지는 장면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ㅎㅎ
<오페라의 유령 홈페이지 이미지: http://www.phantomoftheopera.co.kr/>
다른 것들은... 글쎄... 일단 팬텀의 카리스마는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이미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만들어 둔 이미지가 옳다 할 수는 없지만 스토리에서 느꼈던 팬텀은 강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약함을 지닌 양면성의 존재였는데 그의 강렬함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너무 고운 이미지라고나 할까. 그래서 안쓰러움 마저 느껴졌다(이 때의 안쓰러움은 책에서 봤을 때의 안쓰러움과는 다른 것이었다). 크리스틴도... 오히려 극장의 프리마돈나로 나왔던 칼롯타의 노래가 더 인상적이었다(어쩌면 이번에도 스케줄이 맞지 않았던 김소현 공연의 아쉬움이 남아일 수도 있지만). 역시나 공연이 가진 있는 그대로의 그 웅장함을 살려주지 못한 음향탓인가. 그래도 너무나 보고자 했던 뮤지컬이었기에 OST까지 사서 돌아왔다. 기회가 된다면 영국에서 진짜 오리지널 공연을 한번 보고 싶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참, 이 공연을 기획한 설앤컴퍼니의 CEO 설도윤...
국내 뮤지컬을 이끌고 있는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데, 그가 뮤지컬 배우도 했다는 사실. 내가 본 최초의 뮤지컬에 그가 출연했었다. 주인공으로. 그땐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찾아갔는데, 그 역할이 배우 설도윤(당시엔 배우로)으로 바뀌었단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봤던 공연이다. 처음 공연장으로 들어가면서 알지도 못하는 그를 얼마나 원망했었는지... 근데 그 때 그 공연이 나를 이렇게 바꿔놨다. 노래와 춤으로 스토리를 전달하고 사람을 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어 지금의 내 뮤지컬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 공연이 없었다면 아직도 뮤지컬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감사한다. 다양한 공연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데에 대한 고마움.
좀 있으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시작될텐데... 올해는 어떤 공연으로 채워질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국제육상경기대회와 어우러져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대구도 다시한번 재기를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구는 다시한번 비상해야 한다. 반드시!!!
오페라의 유령으로 시작해서 너무 멀리 갔구나. ㅎㅎ 오늘은 오페라의 유령 음반을 들어야겠구나. 또 다시 만날 유령을 기대하며...
보너스로 오페라의 유령에 배경이 된 파리, 오페라극장도 선물합니다~ ^^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 오페라 가르니에 포스팅: http://www.phantomoftheope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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