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7
대구오페라하우스
2008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타이틀이 무지 화려하다. 타이틀 뿐만이 아니다. 포스터, 공연 시작 전 공연장의 모습 모두가 화려하고 시끌벅적하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pre페스티벌에서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이번이 두번째다. 하기야... 이제 2회이니 작년 빼고는 본 셈이다. 그래도 개막작을 함께한다는 설레임과 나름대로의 의미부여로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 국내 초연이라 궁금증도 컸다. 운이 좋게도 공연 몇 시간 전 초대권까지 받게 되었으니...
이번 리뷰는 [유로비트]라는 한편의 뮤지컬에 대한 리뷰라고 하기 보다는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대한 리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한 편의 공연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중요하게 보지 않을 수 없는 듯 하다.
개막작으로 내가 본 뮤지컬페스티벌은 아쉬움이 많은 공연이었다. 해외 초청작치고는 준비가 많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아무런 예고없이 공연시작 시간이 30분이나 늦춰졌다는 것은 치명적이라 생각한다. 개막공연이라 페스티벌의 대표였던 신성일氏, 대구시장 등 유명인사들이 관람했었는데 좀 더 준비에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실 내가 받은 느낌은 공연준비보다 부수적인 것들에 더 신경쓴 것 같다. CD판매나 기타 공연도구 판매, 뺏지 등...
[유로비트] 자체도 관람내내 문화의 장벽을 몸소 체험했다. 사실 뮤지컬이라는 느낌보다는 음악회 정도... 스토리라인 자체가 음악회를 토대로 한 것이지만 스토리는 없고, 음악만 존재하는... 사회자의 진행으로 이루어지는 공연은 본 국에서는, 내지는 유럽 내에서는 흥미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서에는 좀 맞지 않는 듯했다. 또한 사회자들이 주고 받는 대사유머는 자막처리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웃어야 할 때 웃지못하고, 반응해야할 때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쉽게 말해 관객과 배우가 일체가 되지 못했던 공연이었다. 배우가 제스춰와 대사를 하기 전 이미 자막으로 다 나와버리고, 그나마 자막마저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전화 투표를 통해 그날그날 1등을 뽑는 것 역시 개인적으로는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차리지 못할만큼 리얼하지 못했던 것 같고. 공연을 마치고 일어서는 발걸음이 그다지 가볍지 못했다. 우리 옆에서 관람하던 한쌍은 1부 공연이 끝나고 먼저 나가버렸고... 사실 개막전 본 공연보다는 이후 개막식과 더불어 축하공연이 더 인상깊었다. 축하공연은 [노틀담 드 파리]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세명의 남자배우들이 노틀담 공연에서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역시 가창력이... 개막작에서 가졌던 실망감, 허무감이 그나마 축하공연으로 채워질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대구에서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진다. 물론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미흡한 것도 많고 어설픈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잘 보완만한다면 언젠가는 타이틀 그대로 국제적인 축제가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한 가지 불안한 것은 호응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어느 순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리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워낙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없애버리고, 갈아치워버리는 우리나라 습성(?)에 관객을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까지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영화제도 처음부터 화려한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닐테니 부족한 것은 채워가며 꾸준하게 실시하여 정말이지 뮤지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개막작과 같은 실수가 되풀이된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무작정 좋다고 환호하는 관객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맞게끔 수준을 올려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관객이 없는 공연은 있을 수 없으며, 제대로 된 공연 없이는 관객도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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