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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엥겔베르그] 치즈가 익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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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틀리스 여행의 출발점 엥겔베르그로 다시 내려와 마을여행을 시작했다. 제대로 보지 않고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엥겔베르그는 아주, 아~주 작은 마을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더 정스러운 마을,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을 주는 그런 마을이었다.


<어린이 놀이터>

베네딕도 수도원을 목적지로 두고 찾아가던 중 작은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게 되었다. 한가득 모여있는 아이들에 깜짝 놀랐다. 우리네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흙과 물을 친구삼아 놀고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 자체였다.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있지 않듯, 칼국수에 칼이 들어있지 않듯 우리 동네 어린이 놀이터에는 어린이가 없다. 출산율이 떨어지며 아동의 인구가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없는건 아니지 않나. 우리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좋아하는지 꼭꼭 숨어버려 어디있는지 알 수 없다. 아~ 밤 늦은 시각, 정해진 시간이면 나타나는 곳은 있다. ㅎㅎ 아이답게 놀고 있는 모습에 내 어릴적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부모인양 한참을 앉아 구경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모습이다.
요즘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흙도 없다. 옷을 버리기 때문에, 더러운 흙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에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고무, 우레탄으로 바꾸고 있다. 어른들의 몽매함에 아이들이 더 약해지는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봤음 한다. 정말이지 뭐가 아이들을 위함인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부모님들 중 아이들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하는 것들이 적지 않음을 생각해야 한다(아~ 난 왜이리 삐뚫어졌을까... ㅎㅎ).



일단 마을을 소복히 담아놓은 지도를 관광 안내소에서 받아들고 길을 찾아간다. 작은 마을이기에 볼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행여 있다하더라도 시간상 드를 수 없겠지만 긴여행에서 생긴 나만의 버릇이 되었다. 지도를 가장 먼저 손에 잡는 것!

 


마을의 전통기념품점도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도 많이 봤건만, 대부분 유사한 모습을 가진 기념품들이건만 왜 볼 때마다 이렇게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걸까?


 

 야생화들이 가득한 마을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큰나무들과 작은 풀들이 보기좋게 어울려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란... 봐야만 한다. ^^

 

<천사의 마을>


엥겔베르그란 이름이 '천사의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 뜻을 잊지 말라고 마을 곳곳에는 천사들이 있다. 마치 보물찾기? 숨은그림찾기?를 하듯이, 원하는 천사를 찾으면 '스티커 한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숨어 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완전하게 각인시킨다.

이곳은 천사의 마을이라구!!!!

엄마와 함께하는 자전거 하이킹! 너무 멋지지 않나?
일단 차려입은 모습에서 '어리다고 우릴 우습게 보지마세요!'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된다. 세발자전거를 탈 것 같은 작은 몸집인데 당당히, 파워있게 두발 자전거를 타고 날렵하게 달린다. 그 보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자기 갈길을 달린다. 이런데서 아이들의 책임감이, 자신감이 무럭무럭 자라나는게 아닐까 싶다.

<베네딕도수도회 수도원>

멀찍이서부터 쿰쿰한 냄새가 풍긴다. 아마도 치즈가 만들어지는 곳이라 그 냄새를 숨길 수 없나 보다. 수도원답게 말끔하게 정리되어 살짝 긴장감마저 느껴지는 이곳에선 의외의 따스한 정성이 익어간다. 이미 자리를 잡고 치즈를 맛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빨리 들어가봐야지. ^^

 

 

<치즈공방>


치즈공방 한가운데는 유리막으로 싸여 치즈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전 11시 한 타임, 오후 4시 한 타임, 완성된 치즈가 나온다. 치즈의 독특한 맛이 싫어서 입에도 안댔는데 식성도 변하는지 요즘은 치즈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여기 가득한 치즈를 보니 그 때의 그 생각이 굴뚝같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다 만들어진 치즈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예전 추수를 하고 곡간에 음식을 가득 채우면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치즈공방에서 판매하는 치즈 및 식료품들>


역시 먹을 것 앞에서는 맥을 못추린다. 먹는 것 앞에서 이렇게 쉽게 무너진다니...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나만 그런건 아닌 것 같다. 그것에 위로할 뿐이다.


<수도원 정원>


색색의 꽃들로 장식된 정원을 보면 '천사의 마을'이라는 말이 헛말은 아닐 것 같다. 바로 이런 모습이 천사들이 오가는 천사의 세상이 아닐까. 이곳을 오가는 저들과 나도 천사가 될 수 있을까? 일단 미카엘라라는 이름 덕분에 그 희망을 조금 키워본다. 물론 이름이 다가 아닐테지만.

 



올 때부터 흐리다 개었다를 반복하더니 결국 빗방울이 빗발치기 시작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기다려 준 하늘에 고마워해야겠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마을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마을의 상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하고, 빗방울도 떨어지고 조금씩 어둠도 내리고... 빨리 집에 가란 말인가 보다.

 


야생화 가득한 스위스 전원의 풍경, 아마 이 모습도 오늘이 마지막이지 싶다. 스위스에서의 일정도 내일이면 끝이니까. 이 모습이 고이고이 맘 속에 간직하며 내 스위스 여행을 마무리해야지. 결코 잊을 수 없는 내 스위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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