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이다. 19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내 여행의 마지막 종착점 취리히로 향한다. 마지막이란 언제나 쓰라림이 있다. 알차게 하루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는데 작은 구멍이 난 내 마음은 공기빠진 고무풍선 마냥 푹~ 꺼져 버렸다. 생각해보니 아득한 옛날 같게도 느껴진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이었고, 혼자한 가장 긴 시간이었고, 어쩌면 다시 올 수 없을 시간이기도 한 그 여정을 마무리하는 날이기에 생각에 생각을 더해 본다.
저녁에 공항으로 가야하니 일단 중앙역에서 짐을 맡긴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곳을 드른 사람들이 많나보다. 오가는 여행자들이 많아서인지 코인라커와 샤워실,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역 안에도 적지 않다. 일단 한바퀴 돌아보고 역 밖으로 나왔다. 아, 하늘 높이 붙어있는 저 조형물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취리히 중앙역>
한산하던 역내부와는 달리 밖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역사의 웅장함도 상상 이상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 구서울역사를 처음 봤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아, 그나저나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다. 비가 후두둑~ 떨어지다가 구름이 걷혔다가 지맘대로다.
<반호프 거리>
취리히 신시가지를 두 동강내고 있는 반호프 거리와 그 주변거리다. 내가 지금껏 본 유럽의 거리들 가운데 가장 현대적인 곳이다. 늘 구시가지가 좋아 구시가지만 방황했으니 신시가지로 향할 일이 없었다. 흔히 말하는 마천루와는 다르지만 유명 메이커들이 줄지어 서 있고, 화려함으로 가득차 있는 이곳도 분명 신시가지다.
여전히 스위스 국기로 가득한 골목들... 이거 국가 정책인가? 자발적이라기엔 너무 인위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스위스를 찾는 여행자들에겐 깊이 각인된다.
<장난감 가게>
입구 크기와는 다르게 안으로 들어 갈수록 엄청 커지는 장난감 가게다. 스위스 꼬마녀석들, 이곳에 오면 정신 못차리겠다. 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으니 말이다. 해리포터 영화에 나온 장난감 가게처럼 재미난 것들이 한가득이다.
기념품이 될 만한 것들도 있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 좋아 보이는 장난감들도 많다. 스위스를 기억할 만한 기념품을 사긴 해야하는데 여기서 사야할지, 아님 좀 더 둘러보고 사야할지 고민에 빠진다. 늘 그렇듯이 '더 괜찮을게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스위스 주요 산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계. 땅에도, 하늘에도, 일반 건물에도, 성당에도, 교회도 시계투성이다. 하기야 세계적으로 두번째라 하면 아쉬울 그들의 산업이니 이 정도 자부심이야 봐줄만하지 않나 싶다.
스위스 시계 가운데서도 20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고급 시계 매장이라고 한다. 매장이지만 지하에는 시계 박물관이 있어 굳이 시계를 사지 않아도 들어가 볼 순 있다(가이드북에선 시계를 사지 않을 사람이라면 매장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다. 손님과 점원이 완벽한 1:1대응이라나. 그러니 박물관을 갈 사람만 들어가시길.... ^^). 취리히에서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3곳 중 하나였는데... 하나는 이렇게 날렸다.
시계박물관은 2시부터 6시까지 오픈이다. 1시쯤 도착해 1시간을 기다리려니 시간이 아쉬워 다른 곳들을 둘러보고 왔는데 ㅠ.ㅠ 6시였다. 그래서 결국 밖에서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 시계부터 다양한 종류의 시계가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시계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가보시는게 좋을 듯 하다. 영어 가이드가 가능하다.
꽃집인가? 하고 갔는데 초컬릿집이다. 화려함에 시선끌기는 200% 성공이다. 스위스는 초컬릿도 굉장한 인기와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우리 동네에서도 스위스 초컬릿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다지 끌리진 않지만 화려함에 한참 서서 바라본다.
그래도 보기엔 먹음직스럽다. 먹는걸 즐기진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함이 전해진다.
지나가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뭔진 잘 모르겠다. 원래 몰랐는지, 다녀온지 1년이 되서 잊어버렸는진 모르겠다. 어쨌든 나도 덩달아 찍어 본다. 따라쟁이~ ㅎㅎ
여행자를 위한 곳이다. 여행에 대한 책, 지도, 엽서... 기타 등등... 여행에 대한 모든 것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스위스 하이킹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에서 원하는 지도와 안내서를 구입하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 멀리서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아~ 좋다!
취리히에서 만난 뜻밖의 광장이다. 생각보다 좁은 골목길이 얽히고 설켜있어 광장은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일단 맘놓고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한 숨 돌리게 된다.
광장앞 아들러 호텔의 1층 전통 퐁듀 전문점 추치다. 루체른에서 먹지 못한 퐁듀의 유령이 여기까지 따라 붙었다. 루체른에서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은 유명 퐁듀전문점이다. 가격대도 유명세에 비해 저렴하고, 현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해서 믿고 그들의 맛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혼자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혼자 먹는 밥이야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졌는데 그 양이 혼자 먹기엔 좀 그렇다는 리뷰에 '먹고 남기더라도 먹어봐야하나?' 아니면 '포기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결국(뭐 고민을 시작했을 때 정해진 답이지만) 후자를 선택하고 돌아섰다. 위치를 알아두었으니 행여나 취리히에 오게 될 일이 있을 땐 꼭 이곳 추치에서 퐁듀를 먹고 말리라.
그래서 내 점심은 루체른에서 사온 도시락으로 벤치에서 해결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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