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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취리히] 시민이 함께하는 미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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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나서 그늘에서 잠시 쉬다가 간간히 오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계단으로 무심코 걸어갔었던 것 같다. 그랬는데 이렇게 멋진 곳에 들어와버렸다. 안내문도 보이지 않고, 무슨 전시회인지,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볼거리가 많으니 정신없이 쫓아다니게 된다. 그림과 조형물이 어우러진 곳에서 재미있는 볼거리도 있고, 뭐가뭔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작품들도 있고... 끌어당겼다, 놓았다, 끌어당겼다, 다시 놓아버리는 듯한 전시장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본 작품의 맛을 살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구경한번 해보세요~ ^^




그림자를 이용한 작품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을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으로 바꿔버리는 아이디어 작품들... 갇힌 생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겐 대리만족이고 적지 않은 쾌감이었다.

 

 

다시 거리로 나와 어슬렁거리다 눈에 띄는 건물을 발견했다. 심상찮아보이는 건물인데 뭔진 알 수 없고... 사실 이때쯤엔 상당히 지쳤던 것 같다. 아마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의 무게가 내 두 다리와 머리를 크게 짓누르고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때같으면 끝까지 쫓아가서 알아냈겠지만 그땐 그냥... '멋지구나.'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아~ 우리의 상표다. 외국에서 만나는 우리 기업들은 반갑기 그지없다. 평소 그 브랜드를 즐겨찾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주 친숙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뻐진다. 그게 다운타운일 경우엔 두 말할 필요 없다.

<수공예품 판매점 Heinatwerk>

이젠 정말 스위스를 기억할만한 무언가를 두 손에 들고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스위스다운 기념품을 찾는다면 이곳을 한번 찾아보라는 조언을 완전히 신뢰하고 지도보며 찾아간 곳이다. Heinatwerk는 스위스의 기념품, 그 중에서도 수공예품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100% 수공예품들만 판매하는 곳이라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에 깜짝 놀랐다.

 <Heinatwerk 매장>


목재로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도 있고, 도자기 같은 그릇들도 있고, 옷도 있고, 천조각들도 있고... 사실 없는거 빼곤 다 있다. ㅎㅎ 작은 매장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모두 수공예품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는다.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라하니 꼭 구경가보시길...
여기서 소 한마리 몰고 왔다. ^^

 

 

 

 

<취리히 시립미술관>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약간의 언덕을 올라 시립미술관에 들렀다. 일단 무료전시라는 것에 확~ 끌렸고,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말에 두번 생각않고 이곳으로 향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니 이젠 손톱만큼의 힘도 남아있는 것 같지 않다. 이럴때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조금은 힘내서 갈 수 있었을텐데... 스래서 사람은 함께여야 하는 것이다. ^^ 그래도 입구에서 보이는 로댕의 지옥의 문을 보니 눈이 번쩍 뜨인다.

<로댕의 지옥의 문>

취리히 시립미술관에서 예상치 못했던 좋은 작품들과의 만남이 있어 취리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지금까지 꼽힌다.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단 말에 찾아가긴 했지만 솔직히 별로 기대하진 않았다. 그들의 작품이긴 하지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거란 생각이 컸다. 물론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예술성이 없다할 순 없지만 기왕이면 유명한 것들도 좀 봤음좋겠단 생각이 적지 않았던 탓에... 그런데 예상외였다.

로댕을 유명한 작가로 세상에 알린 작품으로 지옥의 문을 빼놓을 수 없다. 이거 모조품인가? 아니다. 진짜 로댕의 작품이 맞다. 지옥의 문은 큰 틀을 만들어 청동으로 주조하는 것이라 몇 개의 작품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한대로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12번째까지의 작품을 진품으로 인정하는데 이 곳에 있는 지옥의 문은 진품으로 인정받는 작품이란다. 프랑스, 미국, 일본, 스위스.... 그리고 한국! 우리나라도 지옥의 문이 있다. 7번째 작품으로 로댕의 진품이 맞다. 지금은 삼성생명 본사에...


시립미술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이곳이 세워지게 된 배경도 여느 미술관과는 다르다. '시립미술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취리히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들게 된 것이다. 미술 애호가였던 지역주민들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되어 무려 2세기를 이어 왔다. 지금은 2만명이 넘는 회원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도 원래는 술집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라는데 멋진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특별전은 유료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 소장품들은 무료 관람이다. 생각있는 취리히 시민들 덕분에 소수의 사람만이 즐길뻔 했던 그림들이 빛의 세계로 나와 전세계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램브란트, 루벤스, 모네, 세잔, 르느와루, 피카소, 샤갈, 뭉크, 마티스....
그들이 보고 싶다면 취리히 시립미술관으로 오세요! ^^

 

 







 

 

 

 

 
이런 작품들을 동네산책 나온듯이 나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큰 행복이다. 이 벅찬 감동을 어떻게 주체할 수 있을까.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나 홀로 앉아 마주하는 고흐의 작품들은 꼭 그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내 초대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사람들에 치여 눈보다 발이 먼저 움직일 수 밖에 없었으니 그 아쉬움 여기서 다 풀고 간다.
모네의 평온한 정원을 내 정원인양 바라보다가 고흐라는 한 남자를 만나 그의 머릿 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살짝 엿본다. 그의 정신은 혹독한 아픔 속에서 고뇌를 하는데 너무도 멀쩡해보이는 육체가 얄미워 결국 정신은 육체를 해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이기에 결코 분리될 수가 없다. 내가 아닌줄 알고 가격했던 정신은 육체가 바로 나임을 알고 그 죄책감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린다. 그 전쟁 속에서 아파했을 또 다른 하나의 존재, 아픔 속에서도 무표정하게 파이프를 물고 있는 그 대신 내가 울어준다. 이젠 멋진 곳에서 평안을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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