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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베른] 스위스 최대규모의 고딕성당, 베른 대성당(뮌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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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Münster)>

스위스에 도착해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고딕양식의 성당은 아직 보지 못했다. 높이 솟은 첨탑은 있어도 그 모양이 달라 '스위스의 교회'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모양을 내 기억속에 만들어뒀었다. 하기야 내가 스위스를 얼마나 안다고 이런 소리를 하랴. 그래도 처음은 처음인지라 옛친구를 만난듯 대성당을 향해 달려갔다. 역시 고딕양식은 난해하다. 보기도 힘들고, 보고 이해하기도 힘들고, 맘에 담기도 힘들다.


어차피 한 컷에 담기는 포기했다. 그러면 그럴 수록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것을 이미 익숙하게 경험했던터라 그냥 되는대로 찍어봤는데 나름 맘에 든다. 성당에서 제일 높은 저 첨탑은 땅에서 딱 100m되는 높이라 한다. 가로로 보아도 긴거리인 100m를 세로로 세웠다니...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겠지만 문득 바벨탑이 생각난다. 스위스에서도 가장 높은 높이로 이 탑을 관리하고, 탑에 있는 종을 관리하는 탑지기가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종소리는 기억나진 않는데... 10.5톤의 무게라 하니 소리도 그만큼 묵직하겠다.

<모세의 분수>

베른시내에 무수히 많다던 분수가 이곳에도 있다. 많은 분수들이 아래 받침대 모양은 유사하고 위로 솟은 조각들만 다른가 보다. 이곳의 조각상은 십계명을 가리키고 있는 모세이다. 모세의 손가락은 정확히 Ⅱ(2)를 가리키고 있어 세상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우리가 우상을 숭배하지 않고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잘 다독여라는 뜻일게다. 모세는 손가락은 십계명을 가리키면서 시선은 성당을 향하고 있다. 모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성당을 수리하면서 가장 손상이 많이 된 곳에 이른다고 한다. 안타까웠나 보다.

<뮌스터 광장>

성당 앞 넓은 광장은 뮌스터 광장으로 지금은 시원스레 펼쳐져 있지만 겨울 성탄시기가 되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어느곳보다 북적이는 곳이 된다고 한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한번 해보면 안되나?


성당입구는 화려하게 장식된 조각상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멀리에선 그 형체를 알 수 없어 조잡스럽게 느껴졌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최후의 심판>

성당입구 아치의 조각은 에르하르트 큉이 만든 '최후의 심판'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조각으로 하나의 조각이 아닌 200여개의 조각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진 것이다. 이 중 170여종은 15세기에 만든 원본 그대로의 모습(진짜 원본은 베른 역사 박물관에..)이라고 하니 유럽의 예술가들은 그 재주도 뛰어나지만 지켜내는 재주도 놀랍다. 한가운데를 갈라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고 천국의 사람들은 모두 웃으면서 옷도 깨끗하게 차려입은 반면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벌거벗은채 공포에 휩싸여 떨고 있는게 리얼하게 보인다. 아~ 조심해야겠구나. ㅎㅎ




스위스 최대의 규모인만큼 볼거리도 가득하다. 뮌스터에서는 입구에서 본 최후의 심판도 유심히 봐야하고, 1470년에 만들어 가져다 놓은 설교단도 봐야 한다. 그리고 오르간도 봐야한단다. 그리 들었는데 이미 내 눈은 화려한 볼거리에 압도되어 처음 생각했던 것들은 다 사라져버리고 내 다리는 자동적으로 왔다갔다하게 된다. 1421년부터 1893년까지 몇 백년의 시간이 걸쳐 지어진 성당이라 시간의 흔적도 어느 정도 느껴진다. 아주 오래된 것, 조금 오래된 것,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것...


<스테인드 글라스-아래 오른쪽은 '죽은자의 춤'>

제대 앞쪽으로 5개의 창은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옆쪽으로도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긴 한데 모든 창이 그런 건 아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태풍에 소실된 몇 개의 창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복원하지 않고 그냥 놔뒀다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죽은자의 춤'이라는 작품인데 자세히 보면 그림마다 뼈대만 있는 해골이 등장한다. 그 해골들은 웃으며 인간을 괴롭히고, 우롱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필연성과 죽을 때엔 어느 누구도 상관없이 평등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위스에 처음 도착해 미사를 드리려다 개신교회가 더 많다는 말에 포기했었는데 것도 알고보니 스위스는 가톨릭과 개신교회가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오히려 가톨릭이 조금 더 많은 편이다. 그렇담 성당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내 귀찮음이 그리 판단하게 만든 것 같다.
성당을 둘러보고 나서 베른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첨탑에 올라가볼까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일단 입장료가 있다는 데서 한걸음 멈춰섰고, 조금 더 가면 언덕 위에서도 내려다볼 수 있다해서 완전히 포기했다.


성당 뒷쪽? 옆쪽? 은 작은 공원이다. 지친 다리를 살짝 쉴 수 있게 해도 되고, 깨끗한 화장실도 있어 여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다. 공중전화박스같은(물론 노출되지 않은) 간이 화장실이 너무 인상적이라 사진도 찍어왔는데 돌아와서 보니 좀 거시기하다. ㅎㅎ 직접 확인해보시길...



성당에 있는 공원에서는 굽이쳐 흐르는 아레강을 바라볼 수도 있다. 미끄럼틀처럼 아래로 향하는 지붕 중간중간에 솟아오른 굴뚝을 바라보는 것도 재밌고, 생각보다 빠르게 흐르고 있는 푸른빛의 아레강을 쳐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따가운 햇살에 풍덩~하고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와~ 저 강을 수영장으로 쓰고 있단다. 강바닥이 모래로 만들어진 듯 보인다. 그러면 좀 안정감있게 수영장으로 사용해도 되겠다. 나도 그들처럼 뛰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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