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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베른] 유네스코가 반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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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의 저 끝까지 달려가기!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길 끝까지 가면 아레강이 만든 U자 곡선의 가운데를 지나 장미공원에 이르게 된다. 장미로 가득한 언덕 공원에서 베른을 느끼기 위해 그곳을 향해 갔다. 목적지는 저만치 보이는데 중간중간 내 발길을 잡는 것들이 있다.

 

 

<아레강>

 

알프스의 대표적인 산들을 3개나 품고있다고 하더니 그래서인가. 흐르는 강물의 색도 빙하가 녹아 나타난다는 그런 옥빛을 지녔다. 하지만 옥빛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엄청나게 풍부한 수량과 빠르게 흐르고 있는 강물이다.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인가? 아니면 점점 말라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걱정이 컸었나? 예전엔 철철 넘치던 계곡의 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면서 이렇게 생명력 있고 씩씩하게 흐르고 있는 강물을 보니 너무 반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저기 중간에 내려오는 사람들... 떠내려오는 건지, 수영을 하고 있는건지 알아볼 수 없게 빠른 속도로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니 떠내려오는건 아닌가보다. ㅎㅎ 시원스레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한템포 쉬고 길을 걷게 된다.

 

 

 

걷고, 수영하고, 즐기고... 아레강은 유유히 흐르며 사람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이곳은 아레강과 곰공원의 접경지대라 더욱 볼거리가 많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고,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이곳에서 나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선택했다. 사실 저기까지 내려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다시 올라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재주부리는 곰>

 

베른의 상징인 곰두리가 트램을 이어주는 길에서 재주를 부리고 있다. 이처럼 베른에서 곰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베른'이라는 명칭도 '곰(Bär)'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하필 곰일까? 그게 좀 우습다. 베른의 귀족이었던 체링겐공이 사냥으로 처음 잡은 동물이 곰이었기 때문에 도시의 이름도 그리 붙였다하니 만약 그가 잡은 것이 호랑이였으면 '호랑이시'가 되었을 것이고, 독수리를 잡았으면 '독수리시'가 되었을거다. ㅎㅎ 그래서 베른을 상징하는 깃발에도 곰이 그려져 있다.

<베른 주의 깃발-맨앞>



 

이건 뭐지? 알 수 없는 이름들이 적혀있는데 뭔가 비슷한 패턴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이름같아 보이기도 하다. 보도블럭을 기증한 사람의 이름인가? 아니면 곰공원을 만드는데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인가?

 



 

<곰공원-Pedro & Tana>

 

베른에서 곰을 키운건 16세기부터 였다고 한다. 외세의 침략에 방어하기 위해 키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요 녀석들이 지금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방어는 절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 아~ 귀여운 녀석들의 재롱에 정신이 팔린나머지 제 할일을 잊을 순 있겠다. 일종의 오픈형 동물원으로 볼 수 있는데 동물은 곰 2마리가 모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두마리를 보기 위해 베른의 시작에서 부터 여기까지 짧지 않은 길을 찾아온다.
지금도 동물애호단체에서는 동물학대라고 곰 사육을 중지하라고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곳이 지금은 숲과 나무로 채워졌으니 덕분에 곰에겐 안락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곰들에게 맞도록 동굴도 만들고(3개의 동굴이 만들어졌다), 수영장도 만들어 아마도 동물원치고는 최고의 시설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사람들이 곰에게 크게 나쁜 짓(못 먹을 것을 던져준다던가, 스트레스를 주는 등의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이런 동물원도 괜찮을 것 같은데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지하 매점에서는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를 팔기도 한다.


 

 

요 발자국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사람들이 없을 어둑컴컴한 때에 곰들이 저곳에서 나와 이렇게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ㅎㅎ

 

<장미공원으로 가는 길>

 

아레강을 건너 바로 보이는 언덕길로 올라가면 이렇게 아기자기한 길이 나온다.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를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울긋불긋한 넓은 평지가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 장미공원이다.

 

<장미공원>

 

워낙에 운동부족이라 숨을 조금 헐떡이긴 했지만 이렇게 탁 트인 공간에 오니 턱까지 올라온 숨은 금새 쏴악~ 내려가 버린다. 아름다운 가족공원으로,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아쉬울 것 없는 곳이겠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아이들과 책을 보고 있는 할머니,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 제각각의 모습은 다르지만 하나로 어우러져 '정겨움'이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남는다.

 

 

 

<장미공원에서 보는 베른시>


 

장미공원에 오르면 절대로 잊어선 안될 것이 베른시를 내려다 보는 것이다. 장미공원만으로도 아름다워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멋진 모습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듯 하다. 아마도 유네스코에서 반한 모습이 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만 보면 중세 어느 날의 모습이라 해도 전혀 다르지 않을 풍경이다. 제일 아름다운 모습은 역광이 비치지 않는 오전이라 하지만 지금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


 

<장미공원의 식물들>

 

장미공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백종(220종)의 장미와 진달래, 아이리스, 철쭉, 벚꽃과 같은 꽃들이 사시사철 공원을 장식하고 있다. 이름모를 꽃들까지 더해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룬다. 옛날에는 이곳이 장례식장으로 사용되었다 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시민공원이 되었다. 유치원에서 소풍온 듯한 꼬마녀석들이 한 자리에 둥글게 앉아 한 녀석은 왕관을 쓰고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데 그게 어찌나 깜찍하던지 한참을 서서 봤다. 용기없음에 차마 카메라를 들이대진 못하고 맘으로 담아왔다.

 

 

 

 

 

 

 

너무 편안해 보이지 않나? 꼭 할머니의 정원에 몰래 들어와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은 두말할 필요없이 할머니다.



 

시원스레 불어대는 바람에 땀도 식히고, 정신없이 쫓아온 길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온 길을 되돌아 간다. 이렇게 가는 길은 좀 더 수월하다. 알고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겠지.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다면 또 너무 재미없다고 느껴지겠지. 그냥 있는 그대로를 즐겨야 겠다. 이제 베른도 거의 다 본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은 좀 편안히 눈도 붙일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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