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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리기산] 강을 거슬러가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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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는 본격적인 스위스 투어!
가보고 싶은 곳은 오기 전부터 찍어둔 상태이지만 '어떻게 조합을 하면 좋을까?'하는 생각에 확실한 일정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숙소에 도착해 미리 여행을 끝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도착하자마자 부터 시작해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 수 있는 틈을 찾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도착하기 전 몇 일동안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나운 날씨가 계속되어 인근 산에서의 하이킹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이탈리아에서부터 스위스는 엄청나게 춥다는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은터였다. 융프라우에서는 비바람인지 눈보라인지 구분할 수 없는 희안한 상황까지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리기산은 날씨가 조금 좋지 않아도 오르는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하여 일단은 리기산으로의 일정을 결정했다. 나와 함께 도착한 한 친구와 아침에 나서는데 함께가자고 따라나선 친구 한명을 더해 여자 셋이서 산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는 리기산을 찾아 떠났다.


 

   ▶ 리기산 티켓구입

 리기산을 오르는데 입장료를 받는건 아니지만 루체른에서 리기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교통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리기산까지의 루트는(루체른 출발) 3개로 나눌 수 있다.

 - 피츠나우(Viznau) 경유
  루체른에서 배를 타고 피츠나우로 가서 피츠나우에서는 VRB 등산철도로 갈아타서 리기산으로 갈 수 있다. : 총 1시간 30분 소요
 
 - 베기스(Weggis) 경유
  루체른에서 배를 타고 베기스로 가서 베기스에서 리기 갈트바트로 로프웨이, 마지막 리기산까지 VRB등산철도를 타고 간다. : 총 1시간 소요

 - 아르트 골다우(Arth-Goldau) 경유
  루체른에서 기차를 타고 아르트 골다우로 가서 리기산 정상까지 ARB 등산철도를 타고 간다. : 총 1시간 10분 소요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

 

최소한 스위스에서는 빨리 갔다 빨리 돌아오는 그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런다면 스위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함께 떠난 우리 셋은 그런 면에서 생각이 같았다. 그래서 시작부터 너무나 기분좋게, 외롭지도 않게 다닐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유람선을 타고 피츠나우까지 가서 다시 VRB등산철도(빨간색 열차)를 타고 리기콜룸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루체른에서의 유람선 탑승은 유레일 패스나 스위스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1등석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호수주변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2층에 탑승할 수 있다. 따가운 햇살이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시야의 가림없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2층에 탑승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삼각형의 조각배도 구경할 수 있고, 쏜살같이 달리는 모터보트도 보고, 강에 비친 작은 마을도 구경하며 가는 길은 너무나 신나는 여행길이다.

<피츠나우 유람선역>

 

루체른에서 1시간 정도면 피츠나우역에 도착한다. 리기산을 향해가는 사람들은 베기스에서 반 정도가 내리고, 피츠나우에서 반 정도 내리는 듯 하다. 노란색의 작은 건물은 붉은 꽃과 어우러져 상상 속에서나 보던 전원 풍경을 그려준다. 천천히 가자했건만 많은 인파에 불안했는지 발길은 또다시 빨라진다. 아니야, 천천히, 천천히...

 

<피츠나우 철도역>

2칸의 작은 새빨간 기차가 줄지어 기다린다. 벌써 달려간 사람들이 첫번째 기차를 가득 채웠고, 좀더 기다렸다 타려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역무원이 빨리 타라 한다.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이미 만원상태인데 말이다. 그래, 젊으니 조금 서서간들 어떠리. 리기콜룸까지 30분 정도 걸린다했지만 창 밖의 풍경을 보고 달리면 그 30분은 충분히 3분의 길이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차타고 올라가는 길>

생각보다 급한 경사를 타고 올라가는 기차에서 내려다보는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 산언덕, 저 멀리 보이는 루체른 시가지... 땅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서 있으니 좋은 점도 있다. 오른쪽을 봤다가 왼쪽을 봤다가 내 맘대로 방향전환도 할 수 있지 않는가. 앉아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니 기분좋게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올라갈 수록 집들이 작은 점으로 변한다.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지 오래다. 땅에서는 보이지 않던 마을의 경계, 들의 경계, 호수의 경계가 한 눈에 보인다. 어떨 땐 구름이 내 아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반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꺼야. 쉴새없이 재잘대던 우리들은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약속이나 한 듯 눈동자는 빠르게 굴러가고 기린처럼 목도 길어진다.


드디어 리기산 정상에 도착이다. 오는 내내 내리고 싶은 충동을 눌러대느라 무척이나 힘들었다. 우리처럼 산악기차를 타고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하이킹으로 걸어오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그들처럼 자꾸 내리고 싶었던 게다. 아~ 멋진 곳이다. 아~, 휴~, 헉~, 윽~, 흐흐~, 히히~, 하하~ 말도 없이 이런 요상한 소리만 입밖으로 나올 뿐이다. 세상에... 자연보다 멋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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