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리기산] 기차를 타고 올라간 하늘엔 이런 세상이 있었다.

728x90


<리기쿨룸 정거장>

높이1,752m의 리기쿨룸, 기차를 타고 올라오긴 했지만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 비행기를 탄 것을 뺀다면 적어도 이 순간은 내 인생에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다. 등산을 즐겨라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편은 아니라 기회가 되면 산으로 향하고, 또 객기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는게 내 등산 스타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오른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이 소백산이었으니 산에 대해 특별하게 이야기할 처지가 못된다. 지리산보다 조금 낮고, 설악산보다는 조금 더 높은 곳이 리기산이다. 구름을 헤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의 무리와 기차들의 혼잡함 속에서 혼자만의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새어나오면 부끄러우니 철저히 맘 속으로만...

<점심식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니 일단 주린 배를 좀 채워야 겠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왔는데도 왜 그리 시장한건지... 하지만 든든하게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저 구름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스위스 물가야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였지만 이렇게 나를 좌절시킬줄이야. 침만 꼴깍꼴깍 삼키다가 주먹 불끈쥐고 빵 한조각과 소시지 2개, 커피가 한 세트인 메뉴를 주문했다. 스위스 프랑으로 10.4프랑. 당시 유로나 스위스 프랑이라 거의 흡사한 환율이라 요게 15,000이 훌쩍 넘는 식사였다. ㅠ.ㅠ


여행에선 물가로 기분을 망치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건만(그래봐야 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테라스에서 식사를 한다는건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조금씩 풀어지는 마음과 함께 리기산의 멋진 풍경 속으로 깊이, 깊이 들어간다.

<리기쿨룸에서 바라본 리기산 정상>

리기쿨룸은 리기산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고, 이곳에서 46m만 더 오르면(걸어가면 직선거리로 갈 수 없으니 좀 더 가야하지만) 리기산 정상(1,798m)에 이른다. 이렇게 높은 곳까지 호텔이 들어서 있다. 역시... 자본주의의 힘은 무섭다.

<호텔 리기 쿨름>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데 1816년 창업한 호텔이라고 한다. 자본주의라기 보다는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로 생각하련다. 이 호텔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는 오른쪽 사진의 하늘에 떠 있는 레스토랑 때문이다. 꼭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느낌을 얻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저곳에서 식사를 한다. 조금 부럽지만... 부러우면 지는 거야! ㅎㅎ

<정상을 향한 표지판>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은 밟아보고 떠나야지. 사실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인데 '젊은이용'과 '노인용'이 구분되어 있다. 젊은이용은 노인용에 비해 조금 더 급경사이지만 거리는 가깝다. 반대로 노인용은 길지만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내 몸과 체력으로는 노인용에 올라야하나 여기서도 어줍잖은 객기로 젊은이용에 도전한다.

사실 이 리기산에서 놀란 것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굉장히 많으시단 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행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간혹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특히 이렇게 높은 산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하지만 사실 이곳은 젊은 사람들보다 노인들이 더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노인의 여가나 노인의 활동에 대해 더 많이 권장하고 더 많이 개발해야한다고 믿기에 이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노인으로 가득한 이런 모습이 자신의 여행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보았다. 순간 욱!했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나무랄 순 없는 일. 하지만 내게 오는 느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우리 모두는 노인을 향해 가고 있는 또 하나의 여행길을 걷고 있으니 미리 준비하고, 우리의 선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게 빠른 속도로 노령사회로 가고 있다면 말이다.

자~ 지금부터는 멋진 리기산의 풍경을 감상하시길... 감동이 가득합니다. ^^



정상에 가까이 가면 주변 풍경을 둘러보라고 망원경이 있다. 너무도 친절하게 어디를 보면 어떤 봉우리를 볼 수 있는지까지 쓰여 있다. 알프스의 유명한 봉우리들을 볼 수 있어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곳이라 하니 이 정도 친절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빅토르 위고도 이곳에 섰고, 마크 트웨인도 이곳에 섰다. 멘델스존도 이곳에 섰고, 나도 이곳에 섰다. 그냥 그들과 한번 연결해보고 싶었다. 이곳에서 가져간 그들의 감동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드디어 정상에 섰다.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산을 올라와 본적 없지만 산에 올라 이렇게 감동해 본적도 없는 것 같다. 야호~ 입안에서 맴도는 소리를 미처 내지르진 못하고 혀로 굴리고만 있다. 나만의 인증샷으로 이 순간을 기억한다. ^^

 

 

 


반응형

인스타그램 구독 facebook구독 트위터 구독 email보내기 브런치 구독

colorful png from pngtree.com/

DNS server, DNS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