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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리기산] 알프스 자락에서 걷기여행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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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봐도 산, 저기를 봐도 산... 사방이 산이다. 8월 초, 한여름에 보는 산의 모습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알프스의 산은 언제나 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푸른 산도 있구나 싶다. 저 멀리 하얀 눈에 덮인 산이 원래 내가 원했던 풍경이지만 지금은 리기의 모습에 푹~ 빠져버렸다. 굳이 흰 눈이 아니어도 좋다. 이 곳에 빠져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좋아도 이 곳에서 살 순 없지 않는가. 한번에 내려오기가 아쉬워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를 앞서가던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에게 눈길이 간다. 머리가 허연 호호 할머니, 호호 할아버진데 걸어가시려나 보다. 느릿느릿 속도는 나지 않지만 두 손 꼭 잡고 내려가는 모습에 사랑의 향기가 젖어 있다. 그 향기 흐트릴까봐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다. 덕분에 한참을 음악도 듣고, 산 풍경도 보는 갤러리 산책을 했다.

 


 

저만치 리기산 정상이 멀어지고 있다. 아마도 다시올 순 없을테니 눈 도장 찐~하게 찍어둔다.



카페인 듯 보이는 작은 집에 주인은 없고 작은 인형 하나가 지키고 있다. 손님이 오면 어쩌나? 화분을 연달아 만든 작은 인형은 주인의 반짝이는 센스를 보여준다.



 

걸어내려오던 어느 지점에서 소떼를 이끌고 있는 한 가족을 만났다. 양떼를 지키는 사람을 양치기라 했는데 소떼를 지키는 사람은 뭐라해야 하나?
작은 꼬마녀석이 자기 키보다 큰 기구를 들고 잡초를 끌어모으고 있다. 아버지를 돕는 아들이 대견스러워 바라보고 있는데 그냥 흉내만 내는 꼬마가 아니다. 풀을 모으는 정도야 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일들을 해낸다. 풀을 뜯고 있던 소가 방향만 바꿔도 깜짝 놀라 소리지르며 도망치는 나와는 다르게 커다란 소 가까이로 가서 엉덩이를 툭! 하고 치더니 많은 소를 한데로 모은다. 한 사람의 몫은 거뜬히 해내는 당당한 미래의 목축업자다. ^^

 

<리기에서 내려오면서 만나는 조형물들>



그리 어렵지 않은 산책코스로 이 아름다운 산을 오갈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중간중간에 널려있는 작은 볼거리들도 눈을 뗄 수 없다. 운동기구들도 있고, 게임기구들도 있고, 가족들이 오붓하게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우리라면 산불 때문에 산에서 불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할텐데 한쪽에 차곡차곡 재어놓은 뗄감도 있다. 그 만큼 시민의식이 높다고 봐야하나? 자기 시민에 대한 자국의 믿음인가? 이것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루체른의 공원에서 본 사람들은 분명 우리보단 시민의식이 높아보였다.

 


요정들도 신이 났나보다. 날아다니고 뛰어다니고 난리도 아니다. 약간 생뚱맞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이곳에 한참 있다보면 이런 요정들을 꼭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산 속의 요정... 아~ 있어도 보긴 힘들겠구나. ㅎㅎ



내려오다 만난 작은 성당. 정말 작은 성당인데 너무 인상적인 성당이다. 두 개의 돌 사이에 난 아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상상도 못할 세상이 나오는데 거기에 있는 성당이다. 산만큼 커다란 돌로 가려져 있어 신경쓰지 않으면 찾아보기도 힘든 성당이다. 초등학교 교실보다 작아보이는 성당은 이래뵈도 2층 성당이다. 난간처럼 생긴 성가대석이 2층에 있는 것 외에는 훤히 뚫린 곳이다.


꼭 찰흙으로 만든 것같은 십자가의 길 14처가 있다. 성당의 규모에 맞게 14처 모형도 아주 쬐그맣다. 산 속에 있는 작은 성당, 동화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곳에서 시작될 것 같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의 시작!

여기서부터는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걸어내려온 건 반도 안되는 거리였다. ㅎㅎ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오는 잠깐동안 만난 이쁜 아이들. 너무 귀여워 한 컷 찍었는데 엄만 웃으면서 바라보는데 아이들은 뭐가 불만인지 잔뜩 찡그리고 있다. 찍히는게 싫었던 걸까? 하긴 너희 사진을 찍는데 엄마에게 의향을 묻는 내가 이상할 법도 하다. 내가 너희의 웃음을 날려버렸구나. 웃을 때 참 이쁜 녀석들이었는데...



리기 칼트바트에서 로프웨이를 타니 순식간에 베기스에 도착했다. 경사도가 얼마나 심한지 로프웨이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부터 땅에 닿을 때까지 사람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베기스에 도착하고 나서 꼭 해야할 일! 떠나기 전 스위스 관광청에서 출력해간 선물 티켓으로 선물받기다! 내가 리기에 왔다는 기념이 될만한 작은 선물, 사진꽂이? 명함꽂이? 어쨌든 작은 수고로 큰 기쁨 얻었다.


 



베기스에선 배를 타고 루체른으로... 베기스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스위스의 아름다움을 잔뜩 담은 곳이었다. 다시 루체른으로 돌아오는 길은 약간의 피로감은 느껴졌지만 은근하게 좋은 기분이 함께하는 기억으로 남는다.



드디어 오전에 출발한 루체른 항구에 도착했다. 배가 움직이는 원리도 보여주고 지루할 틈이 없는 시간이다.
이름처럼 고왔던 리기의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은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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