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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스위스(Switzerland)

[스위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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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늦지 않게 기차를 타기 위해 6시 30분이 조금 넘어 숙소를 나왔다. 원래 아침식사가 7시였는데, 일찍 떠나는 나를 위해 더 일찍 식사를 준비해주셨다. 감사하게도 맛난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역으로 향했다. 전날 저녁 만났던 청년들과 간단히 인사하고 길을 떠났다. 아~ 떠남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옷깃이 스쳐도 인연이란 말 가슴깊이 푹~ 박혔다. 일단 밀라노까지 한번 가고, 밀라노에서 다시 스위스로, 스위스 어딘가에서 다시 한번 더 갈아타야 루체른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일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결국 하루를 기차에서 보내기로 했다(사실 다른 방도가 없었다). 여행경험의 부족으로 이런 실수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다음엔 반드시 더 깊게 생각하리라. 그래도 그리 나쁜 선택인 것 같진 않았다. 충분히 즐거웠던 기차여행이었으므로.


하루 왠종일 기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참 다행히도 국경을 넘어간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해주는 주변 경관 덕분에 지루함없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여긴 꼬모쯤 되는 것 같다. 밀라노에서 하루는 꼬모를 가려고 했었는데 마지막 여정이 스위스라면 굳이 꼬모를 가지 않더라도 꼬모가 가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 있다는 말에 포기했던 곳이다. 세상의 어느 곳이 다른 곳이 가진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곳들을 가볼 수 없으니 그냥 그리 생각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꼬모(이곳이 꼬모이든 아니든), 그렇기에 더 오랫동안 시선이 가는 곳이다. 하지만 내 시선이 머무르기엔 기차가 너무 빠르다.



한참을 지나다보니 흔치않은 교통체증을 만났다. 명절, 휴가철에 우리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인데... 캠핑카들이 중간중간에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들도 휴가를 떠나는가 보다. 긴 휴가(유럽은 대체로 보름 이상의 휴가를 즐긴다고 들었다-대게 1달정도를 휴가로 보낸단다)를 가는데 이정도 체증은 감사히 생각하려나. 우리동네라면... 짧은 휴가 중 만나는 체증, 아~ 너무 싫을 것 같다. 이럴 땐 막힘없이 달리는 기차가 너무 사랑스럽다. ♡

드디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스위스의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이탈리아 북부를 벗어나 스위스로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높아지는, 거친 모습을 가진 산들과 그 골짜기 사이로 자리잡은 작은 마을들, 높디높은 산꼭대기에서 흘러내리는 거대한 폭포들, 폭포가 모여 만들어내는 호수들, 스위스하면 떠오르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우리로 본다면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가면서 변화되는 그런 모습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작은 목조주택들에는 스위스 국기가 간간히 걸려있다. 국가에 대한 충성의 맹세인가, 애국의 표현인가, 관광객들에게 이국적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배려인가... 여튼 줄곧 시선을 끄는 모습들 뿐이다.


저 푸르른 초원을 걸어보고 싶단 생각도 들고, 호수에 발을 담궈보고 싶단 생각도 든다.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창밖을 보며 사진을 찍어대니 나와 함께 앉아있는 사람들이 더 흥미로워 한다. 우리에겐 이렇게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이 익숙한데 그들에겐 그렇지 않나보다. 의외로 DSLR을 들고 다니면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면서 꼭 한마디씩 한다. photographer냐며... 내가 책을 읽고 있다가 멋진 풍경이 나오면 옆,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이 나를 부른다. 사진찍으라고... 사실 '이젠 그만했으면'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 마음이 고마워 자꾸 찍어댄다.



이렇게 긴 기차여행, 내 인생에 처음이고 어쩜 마지막일 듯도 하다. 아~ 만약 꿈에 그리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 수 있다면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짧은 시간에 여행을 해야하는 나로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 확률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역시 이국적인 풍경은 사람의 흥미를 끈다. 긴 시간동안 읽을 책도 준비해왔건만 정작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도 못했다. 창 밖으로 향하는 내 시선을 나도 잡을 수가 없어서.

<카펠교>

아~ 루체른이다. 책에서 봤던 그 모습이 역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에 깜짝 놀랐다. 지금 들고 있는 이 짐만 아니라면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달려갔겠지만 일단은 숙소를 찾아가는게 우선일 것 같다. 주일인데 미사도 해야하는데... 뾰족히 솟아오른 첨탑이 모두 성당 또는 교회가 아니라는 것에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모든 것들은 짐을 풀고나서 하기로 하고 조신하게(?) 숙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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