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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맛집(Special Food)

[경주] 닥종이 인형도 구경하고, 쌈밥도 먹고-이풍녀 구로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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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가까운 경주에 들러 시원스레 온천욕을 하고 출출한 배를 채우러 간 곳이 이곳, 이풍녀 구로쌈밥이다. 동생이 예전에 직장동료들과 한번 들렀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나 보다. 이곳을 가자며 강력하게 추천해 찾아오게 되었지만 순두부 백반에 질릴만큼 질렸던 터라 조금 새로운 걸 먹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경주 대표먹거리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쌈밥(순두부 백반과 쌍벽을 이룬다 할 수 있다)으로 새로운 맛을 찾아본다.


첨성대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기에 경주시내를 들어서 첨성대를 찾으면 이곳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저녁식사를 하기에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엔 차가 만원이고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도 가득하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 외국인 단체손님과 기타 단체손님, 이미 와있는 개별 손님들이 가득해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바로 우리 뒤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이곳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곳 식당은 밥만 먹고 돌아가는 곳이 아니었나보다. 덕분에 잠시 기다리는 순간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단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새장의 새들이다(아~ 이건 어디에 차를 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구나). 오른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조립식 건물에는 가지각색의 조류가 있다. 소리도 다양하고, 색깔도 다양하고, 크기도 다양해 꼬마녀석들은 그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저 하얀 새는 내가 그냥 지나칠까봐 계속해서 부리로 창을 쪼아대며 '나를 한번 봐줘요!'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걸 보는 나는 유리가 깨지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


가장 큰 볼거리는 사장님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닥종이 인형들이다. 입구부터 유리장식장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닥종이 인형은 엄청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익살스러운 주제로 만들어진 인형들의 표정과 상황컨셉도 재미있지만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닥종이의 특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모든 긴장과 심리적 장막을 걷어내는 것 같다. 박물관에 갇혀있는, 그래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전시물들과 다른 느낌을 줘서 좋다. 식당 입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달려가 이것 한번 보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솟아난다.

 


이것말고도 입구에는 여러가지 다육이 화분들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다육이들을 어떻게 다 관리하는지... 주인의 섬세한 관심이 없다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역시... 무엇을 해도 관심과 사랑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냥 되는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식당전경>

구로쌈밥집의 메뉴는 단일 메뉴다. 그래서 따로 주문하는 과정이 필요치 않다. 단지 몇 명인지만 이야기하면 준비해 준다. 단일 메뉴로 성공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그간 쌓아놓은 명성이 대단한가 보다. 테이블이 비워지기가 무섭게 바로 채워지니 말이다.


 


음식이 나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상다리 부러진다는 말이 이런데 쓰이는거구나' 싶다. 주로 전라도지역에서 사용되는 말인줄 알았는데 경상도에서도 그런 표현이 가능하구나. ㅎㅎ 반찬의 가지수가 넘 많아 한번씩 찍어먹기도 힘들다. 테이블에 반찬을 놓는 순서도 식당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 그래야 딱 맞게 한상에 차려낼 수 있다. 괜히 건드렸다간... 먹을 것이 없는 것도 고민이지만 이렇게 너무 많은 것이 주어지면 그것도 고민이다. 경주 명물, 찰보리빵까지 후식으로 주는 센스까지~ 이 정도면 12첩 반상의 임금님 수랏상이 부럽지 않다.

 


식사를 끝내고 나니 해도 이미 넘어가 버렸다. 손님도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는 조금 빠져 주차장도 여유가 있다. 소화도 시킬겸 해서 밖으로 나와 첨성대를 향했다. 대학시절 봄이 오기 무섭게 자전거를 타고 달렸던 남쪽동네의 대표적인 관광지 경주에서 옛 추억도 곱씹고, 맛기행까지 했으니 오늘 하루는 호강으로 가득한 날이 되었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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