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듯 오지 않은 듯 알 수 없는 그때... 벌써 3주가 지났구나. '봄이구나'싶으니 차가운 바람이 마음을 닫게 만들고, '아직 겨울이야'라고 생각하려니 이미 가까이 온 봄바람에 내 마음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2년만에 온 식구가 만나 짧지만 즐거운 나들이를 떠났다. 재작년 헤이리 이후 처음이다. 이번 가족여행의 테마는 맛집 투어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커지는 것 같다. 어쩜 나이때문이 아니라 점점 단순해져가는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튼 어디를 가도 맛있는 걸 빼놓을 수 없다. 외국에선 그러지 못하니 내 나라에서라도 실컷 먹고 즐기자는 마음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강구항을 향해>
겨울부터 엄만 '대게'를 노래하셨다. 이제야 찾게 되었지만 멀리 있던 동생이 와서 함께했기에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주 드르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올 때마다 설레임을 가지게 하는 곳이다. 따뜻해지는 날씨 덕에 무지 많은 사람들이 강구항을 찾는 듯 보인다. 대게철은 이미 지났는데도 말이다. 다리를 건너면 긴장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손짓을 하는지 어떨땐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강구항을 찾으면 맛도 맛이지만 시장에서 구경할 수 있는 볼거리가 더욱 발길을 끈다. 펄떡펄떡 뛰쳐오르는 고기와 오징어들도 그렇고, 물좋은 것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하는 많은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 판매할 해산물을 장만하기 위해 칼집을 내는 상인들의 손놀림이 한참동안 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상하게도 어릴때부터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예전 시장켠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멍게를 손질하는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1시간을 넘게 서 있었던 적도 있었다. 내가 타야할 버스가 오는데도 말이다. ㅎㅎ 그땐 멍게를 먹지 못했는데도 보는건 어찌나 재미난지 시간가는 줄 모른다.
시장의 재미는 흥정에 있다. 외지에서 온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싸게 먹기 위해 흥정을 하고, 강구상인들은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기기 위해 바람잡이도 흘려놓는다. 대게를 먹을까, 홍게를 먹을까 견주고 있는 사이 우리에게도 슬쩍 바람잡이가 접근한다(확실하지 않지만 동생과 나 모두 '저 사람은 바람잡이야!'하고 외쳤다. ㅎㅎ). 늘 대게를 먹었던지라 홍게맛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고민하던 차에 아저씨는 자꾸만 대게보다는 홍게를 추천한다. 그래서 이번엔 홍게를 한번 먹어보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우리가 고른 홍게를 장바구니에 담아 맛있게 쪄줄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먹고싶었던 해삼도 한바구니 샀다. 몇 년전 처음으로 해삼을 먹어보고는 그 맛에 완전히 반했다. 딱딱하면서도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해삼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과 시원한듯 쌉쌀한듯한 맛이 생각만해도 침이 흐르게 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느즈막하게 알게된 해삼과 멍게의 맛에 완전히 빠져 보이기만 하면 파블로브의 개처럼 침을 흘리게 된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식당에서도 자리잡고 앉기가 힘들다. 맞붙은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일행인지 아닌지 구분도 안가게 빡빡하게 앉는다. 이제나 나올까 저제나 나올까 하는데 드뎌 우리 홍게가 나온다! ^^
색깔은 홍게를 따라갈 자가 없을 듯 하다. 대게, 꽃게, 방게... 이제는 홍게까지 섭렵했다.
이곳 강구까지 와서 대게를 안보고 가면 섭섭하겠지? 여기 대게도 있습니다. ^^ 최상품이라 하는 박달대게는 아니지만서도 대게는 모두 맛있다.
우리가족의 만장일치!!! 역시 게는 대게가 최고닷! 홍게도 맛있었지만 대게만은 못한 듯 했다. 그래, 그러니 사람들이 늘 대게를 부르짖는게 아니겠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게를 넘어서기는 홍게의 역량이 아직은 부족한 듯 하다. 하지만 게장에 비벼먹는 밥은 홍게도 대게 못지 않다.
살의 통통함과 밀도는 대게가 훨씬 좋다. 홍게의 살은 꼭 오양맛살을 보는 듯 하다. 살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아~ 지금도 침이 흐르네. ㅎㅎ
게장에 비벼먹는 밥을 그리 즐기진 않는데 홍게의 장에 비벼멋는 밥은 너무 고소해 한딱지를 다 비워버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홍게 게장밥이 대게 게장밥보다 훨씬 더 많있었는데 엄마는 끝까지 대게를 주장하신다. 역시... 엄마의 대게사랑이란... 먹기 전엔 남으면 싸가자고 이야기했는데 왠걸... 한방에 다 비워버렸다. 모두들 너무 웃겨서 한바탕 웃어버렸다.
실컷먹고 나오는 길에 오징어와 쥐포를 사가자고 건어물을 말리고 있는 곳으로 나왔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쥐포들은 대부분 국내산이 아니라 맛이 너무 차이가 난다. 지난번 이곳에서 사간 쥐포를 먹고는 이 맛을 찾지 못해 꼭 여기서 쥐포를 사가리라 다짐하고 찾아왔던 터였다. 조금 비싸긴 해도 국내산이 역시 맛있다. 쥐포의 두께도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한번 맛들이면 외국 쥐포는 먹을 수가 없다.
피데기(반건조 오징어) 한 포대기와 쥐포 한포대기를 사들고 넉넉해진 마음까지 덤으로 가지고 온다. 동생이 피데기라고 하면 서울사람들은 뭔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꼭 반건조 오징어라고 해야한다고... 친구에게 계속 이야기했는데 못 알아듣고 있다가 한참이 지난후에야 피데기가 뭔지 묻더란다. 여자얘들이 정신없이 재잘거리니 아주머니께서 시끄러웠는지 즉석해서 쥐포를 몇 마리 구워주신다. 역시 국내 쥐포 넘 맛난다!
바닷가엔 먹거리, 볼거리가 너무 많다. 그래서 난 바다가 좋다! 바다를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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