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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전경>
피렌체를 넘어 시에나로 가는 길, 이제야 전형적인 토스카나 풍경이 펼쳐진다. 이탈리아의 자연경관을 보려면 토스카나로 향해야 한다? ^^ 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전원의 풍경에 대한 갈증을 시골길로 향하는 작은 버스 안에서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리브나무, 포도나무, 사이프러스 나무... 이 정도면 전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찾아가는 시에나와 아씨시는 오랜 시간 나의 정신적 토대가 되어온 한 종교에 대한 '예의?', '책임?'... 뭐라 규정할 수 없지만 빼놓아서는 안된다는 근거없는 이끌림에 의한 것이다.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지만 일단 시작은 그랬다. 시에나에서는 가타리나를, 아씨시에서는 프란치스코를... 만날 수 있으려나?
★ 피렌체에서 시에나 가는 길
피렌체에서 시에나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유레일 패스가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기차를 선택해야 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버스를 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사실 버스가 더 편하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산길을 올라 시에나까지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를 보는 것도 색다른 여행의 맛이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보면 5분도 안되는 거리에 SITA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곳에서 시에나행 버스를 타고 넉넉히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마테오티 광장(Piazza Matteotti)>
버스를 타고 오면 내리게 되는 곳이 이곳 마테오티 광장이다. 기차를 타면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10분 정도 와야 이곳이 나온다. 시에나로 오는 버스, 시에나에서 가는 버스 모두 이곳에서 정차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갈 때는 내가 가는 곳으로 향하는 버스가 정차한 곳이 어디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여느 여행지 버스 정류소처럼 주변으로는 카페테리아와 바 등이 있다.
<팔라초 살림베니(Palazzo Sailmbeni)>
생긴 모양이나 위치 등으로 봐서 당연히 '무슨 성당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헛다리 짚었다. 뒤에 보이는 건물 Monte dei Paschi는 은행이다. 프란치스코 수도회(1472년)에서 만든 이 은행의 공식명칭은 방카 몬테 데이 파스치 디 시에나(Banca Monte dei Paschi di Siena)로 이코노미스트에서 현존 최고(最古) 은행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고 한다. '수사들이 무슨 은행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고리대금업이 성행하여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한 금전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자 농기구와 금 등을 맡기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일종의 전당포였던 것이다. 지금도 은행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당포 영업(?)도 하고 있단다. 그런데 그 앞에 있는 Sallustio Bandini는 누구지?
<눈길을 끄는 가로등>
삐에로의 모자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시에나의 가로등이다. 어디 하나 버릴게 없이 모두가 볼거리고 추억거리가 된다.
<상인의 주랑현관(Loggia della Mercanzia)>
1417년에 세워진 아케이드. 고리대금업자들과 상인들이 이곳에서 일을 했다. 이 건물이 보이면 캄포광장이 가까워왔다는 뜻이다.
<시에나의 정감어린 골목길>
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길(실제로 차가 다니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간다. 높은 건물들 때문에 언제나 그늘진 곳이지만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늘진 곳이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에 그늘질 틈조차 없겠지만.
드디어 그 좁은 골목길 사이로 캄포 광장이 보인다.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힌다는 그 곳. 사진 속의 저 광장에 한번 앉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온 곳이다.
<캄포 광장(Piazza dei Campo)>
모양도 독특한 부채꼴 모양의 광장이다. 조개모양이라 하기도 하고, 언뜻 대학시절 노천강당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지만 분명 다른 곳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붉은 발판과 반듯하게 각이 진듯하기도 하고 부드럽게 굽은 듯 하기도 한 건물들, 중세시대 마차를 묶었을 법도 한 거대한 말뚝들(?), 그 안에서 철퍼덕 주저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 이 모두가 이탈리아 다른 광장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설령 볼 수 있다해도 그건 이곳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캄포광장을 즐기는 사람들>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 젤라또를 먹고 있는 사람들,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자기네 집 안방처럼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캄포광장을 즐기고 있다. 이방인인 나도 슬쩍 그들 사이로 들어가 언제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드러누워버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넓은 길거리에 드러누울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햇빛을 피해 건물 아래로 바짝 붙어 다녔던 내가 지금은 햇빛에 얼굴을 훤히 드러내고 드러누워 있다. ㅎㅎ 나도 준비해간 책 한권을 꺼내 들었다. 그들과 하나의 그림을 이루기 위해...
<폰테 가이아(가이아 분수)>
캄포광장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은 주로 부채꼴의 중심 팔라초 푸블리코로 향하고 있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선을 적게 받는 곳이기는 하지만 이 작은 분수도 나름 의미있는 것이다. 성모자상과 천사, 아담과 하와가 조각되어 있는 아름다운 분수는 야코포 데라 퀘르차의 작품을 모방한 복제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움이 덜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 이 분수가 13세기 사람들에게 식수로 사용되던 것이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지금도 500년이 훨씬 넘은 수도관이 건재하고 있으며 그 관을 통해 물이 보충된다.
광장의 부채꼴이 모이는 중심지엔 배수로처럼 보이는 하수도 구멍이 보인다. 약간 비스듬히 경사진 광장에는 비가 오면 흘러내리는 빗물도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벅저벅하지 않게 물을 모으는 센스도 빛난다. 9개의 부채꼴을 모으는 중심이다.
<팔로초 푸블리코(Palazzo Pubblico)>
빨간 벽돌의 궁전도 아름답지만 먼저 눈이 가는 것은 높이 솟은 종탑이다. 만자의 탑(Torre del Mangia)이라 불리는 종탑은 당시 시에나의 권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으로 중세에 만들어진 이탈리아 종탑 가운데서 두번째로 높다. 만자의 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재미있다. 이 종탑을 관장하던 종지기가 너무 게을렀던 것이다. 종소리는 많은 것들을 의미했을텐데 그 종을 관장하는 종지기가 게을렀으니 도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된다. 그래서 그의 별명('만지아구아다니(게으름)')을 따서 이름이 지어졌단다. 한 도시를 상징하는 종탑의 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다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들의 여유로운 넉살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푸블리코 궁전은 현재에도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시립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름답고 소박한 이 도시가 의외로 보이는 것처럼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높은 언덕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투루리아의 지배에 들어 갔다가 다시 로마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또 다시 피렌체 메디치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는 걸 보면 상당한 아픔이 있는 도시 같기도 하다. 참, 전염병 때문에 또 한번의 아픔을 경험했다. 지금 푸블리코 궁의 전면에는 메디치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신기하다. 메디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는데 구석구석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팔라초 푸블리코 안쪽 벽>
겉은 메디치더만 안쪽엔 로마의 흔적이 남아있구나. 로마의 시초를 만들었다는 늑대의 젓을 먹는 로물루스, 레무스 상이 있다.
날씨까지도 나를 반겨준다. 이렇게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이 아름다운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겠지? 여행을 하는 내내 참 복받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가진다고 해서 교만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음~~ ㅠ.ㅠ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내 얼굴이 비친 사진 한장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속상하다거나 안타깝지 않다. 남는건 사진 밖에 없다지만 내 두 눈에, 내 작은 마음에 담아오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그 모든 걸 감수해도 좋을만큼 이곳이 좋다.
날씨까지도 나를 반겨준다. 이렇게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이 아름다운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겠지? 여행을 하는 내내 참 복받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가진다고 해서 교만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음~~ ㅠ.ㅠ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내 얼굴이 비친 사진 한장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속상하다거나 안타깝지 않다. 남는건 사진 밖에 없다지만 내 두 눈에, 내 작은 마음에 담아오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그 모든 걸 감수해도 좋을만큼 이곳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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