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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Firenze] 학문과 예술이 집중된 피렌체의 변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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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리카르디 궁전(Palazzo Medici Riccardi)>

피렌체를 오면서 계획했던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다른 것들은 시간이 되면, 여건이 되면 하는 것이지만 이건 꼭 해야한다고 다짐한 것이 바로 아카데미아에서 다비드를 만나는 것이다. 피렌체에 도착한지 3일째 되는 날, 이제야 나는 다비드를 만나러 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카데미아를 향하던 중 우연히 메디치가와 마주하게 되었다.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흔적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리 놀랄 것이 아니지만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수없이 산재해 있는 메디치가의 흔적들 가운데 시작이라 할만큼 의미를 가진 곳이다. 더 이상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궁전으로, 예술품으로, 그들의 정신으로 피렌체를 장악하고 있는 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이곳 메디치궁(리카르디 궁전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이다. 이러한 사실을 더욱 각인시키기 위해서인지 궁전 모퉁이엔 메디치가의 문장이 도장처럼 진하게 박혀있다.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

당시 궁전은 가문의 힘과 위상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상징물로 지어지곤 했다.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 역시 피렌체 뿐만 아니라 근교 다른 나라에서도 크게 이름을 떨치던 메디치가를 알리기 위해 코시모 데 메디치가 계획하고 지은 것(1459년)이다. 위치도 피렌체에서 가장 번화가이며 중심가였던 카보우르 거리와 푸치 거리가 만나는 지점이다. 피렌체 시민들의 눈총을 받지 않으면서도 역사에 길이 남는 건물을 짓기 위해 브루넬레스키의 설계를 거절(그의 설계는 너무 화려하고 거대했기 때문에)하고, 미켈로초의 설계로 건설을 시작한다. 미켈로초는 1층은 루스티카 양식으로, 2층은 도리스 양식, 3층은 코린트 양식으로 각기 다르게 표현했고, 겉은 딱딱하고 그저 묵직한 느낌만 들지만 내부는 멋진 예술품들을 통해 아름답게 장식했다. 피렌체를 방문하는 주요 인사들이 이곳에서 머물렀고, 미켈란젤로도 이곳에서 조각연습을 했었다. 이후 피렌체의 많은 궁전들은 메디치 궁전의 건축양식을 따라 건설되었다. 1659년 리카르디가에서 이 궁전을 구입하면서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리카르디가 아닌 메디치라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Accademia)>

피렌체 예술에 대한 관심이 우피치로 집중되다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지만 그렇다해도 절대 가치절하될 수 없는 곳이 아카데미아 미술관이다. 내가 피렌체에 간다고 했을 때 이곳에서 생활했던 지인이 우피치보다는 아카데미아라고 하며 적극 추천했고,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과감히 우피치를 포기하고 아카데미아를 선택했다. 우피치를 보지 않아 두곳을 비교할 수 없지만 아카데미아를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비드를 만나기 위해 갔지만 그 말고도 미켈란젤로의 다른 작품들, 로렌조 바르톨리니, 루이지 팜팔로니, 베르나르도 다디, 리돌포 델 기를란다요 등의 작품들도 눈길을 빼앗는다. 무엇보다 새로웠던 것은 아카데미아가 미술학교임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조각상들 주변에 삼삼오오 자리잡고 앉아 뎃생을 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내게 또 한번의 행운을 안겨주었던 아카데미아. 작품들에 너무나 정신이 쏠렸나? 지갑이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넋놓고 바라보다가 아카데미아를 나오는 순간 미술관 직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게 아닌가. 그들 가운데서 보이는 눈에 익은 지갑 하나. 헉~! 내 지갑이다. 다가가 내 지갑이라고 하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뭐라고 수군거린다. 하긴 눈 뜨고도 코베가는 이탈리아라는데 어째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수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이름을 확인한 후 지갑을 돌려받았다. 어떻게 그들의 손에 지갑이 들어간 것인지 알길이 없지만 행운의 여신이 내게로 향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너무 엄청난 일이었는데 당시엔 전혀 떨림과 흔들림 없이 이야기하고 나온 나도 참 우습다.

<산티시마 아눈치아타 광장(Piazza della Santissima Annunziata)>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나와 건물 뒤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아눈치아타 광장이 나온다. 시뇨리아 광장이나 공화국 광장에 비해 현저하게 인적은 드물지만 이래뵈도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하고 만든 광장이다. 이노첸티 고아원(아동양육시설)과 산티시마 아눈치아타 교회가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넓은 광장에 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덕분에 난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청동 분수대와 청동 기마상>

 
페르디난도 1세 공작의 청동 기마상 & 청동 분수대: 잠볼로냐가 시작하여 그의 제자 피에트로 타카가 완성

 
<이노센티 고아원(Spedale degli Innocenti)>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르네상스식 건물로 유명한 곳이지만 직업병인지 이곳이 아동시설이라는 것에 더 끌린다. 1444년 만들어진 유럽 최초의 고아원이란다. 이곳이 고아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아케이드의 장식 조각(로지아 作)이 인상적이다. 배내옷을 둘러싸고 있는 아기의 모습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내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일부는 아동시설로, 병원으로, 남녀수도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은 유니세프 사무소도 함께 있는 것 같다. 두오모 근처 로지아 델 비갈로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생활했나 보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이곳에 놓고 종을 울리면 사람이 나와서 아이를 데려간단다.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산티시마 아눈치아타 성당(Basilica della Santissima Annunziata)>

고아원의 왼쪽끝 모퉁이와 맞닿아 있는 아눈치아타 성당은 단순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의 모습은 엄청나게 화려하다. 겉만 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화려함으로 장식되어 있다. 신혼부부들이 이곳에 와서 부케를 놓고 가면서 영원한 사랑을 꿈꾼다고 한다.


<성당 뒷편>

너무 화려하다보니 정면제대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탈리아 성당과 다른 유럽의 성당들이 가진 차이점 중 가장 큰 것은 관광객들로 가득찬 여타 유럽 성당들과는 달리 기도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떠들썩한 관광객들로 가득찬 성당에 실망한 나에게는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상당히 둘러서 온 것 같은데 정면에 두오모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많은 유명 명승지보다는 이 근교가 더 맘에 든다. 별뜻없이 왔다가 큰 수확을 얻고 간다.

<피렌체 대학>

국기가 있어 보통 건물은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대학이란다. 유럽의 많은 대학들이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캠퍼스라는 개념이 없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단순한 건물로 되어 있다는 것이 조금은 놀랍다. 역시 겉만 번지르르 하다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대학들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 놓고 학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할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제발 더는 그러지 말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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