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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Luzern)
<루체른 카펠다리>
12시간이 훌쩍 넘는 기차여행을 잘 참아낸 제게 스위스는 이런 멋진 풍경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나폴리에서 루체른까지 엄청난 여정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몇 일동안 머리를 굴렸으나 도저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루를 투자할 수 밖에 없었지요. 조금씩 지쳐가고 있을 때 쯤 스위스에 도달하게 되었지요. 뜨거운 이탈리아 남부의 햇살과는 다른 시원스러운 바람이 피로감까지 확~ 날려주었습니다.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의 가옥들>
스위스에 발을 내딛는 순간, '아~ 여기서는 이탈리아와는 다른 여행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5일간은 돌아간 후의 생활을 위해 '진정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다짐했지요. 그래서 천천히 산책도 하고, 기분전환도 하면서 일상인듯, 여행인듯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왔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에너지 충만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리기산(Mt. Rigi)
<리기산 정상>
제가 그려오던 스위스의 모습을 리기산에서 만났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이렇게나 멋진 초원을 아름다운 종소리와 함께 즐길 수 있었지요. 눈과 귀 모두가 즐거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늘 몽골의 그 초원을 그리워하던 제게 다른 모습의 초원이지만 그래도 그때를 떠올릴 수 있어 행복 두배였습니다. 누군가는 여느 풍경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라 지루하고 재미없었다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스위스의 대표 아이템?>
목가적 풍경에서 빠져서는 안될 아이템 소와 방울입니다. 이 방울 소리가 얼마나 청아하고 아름다운지 직접 들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지요. 저 멀리에서 부터 들려오는 방울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귓가를 맴도는 소리입니다. 왜 이런 풍경에 자꾸 끌리는지... 부지런히 돈을 모아 소를 사러 가야겠습니다. ㅎㅎ
베른(Bern)
<베렌광장>
스위스의 일정은 오로지 루체른에서 보내기로 맘먹었는데 살짝 외도를 했습니다. 루체른에서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가는 마음으로 찾아간 곳이 베른입니다. 스위스의 수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 우리의 서울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소박하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띄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내심 시끌벅적한 수도가 아니라 더 좋았는지 모릅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체스(?)를 두고있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에 반해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지요. 옆에서 훈수를 두는 건 영락없는 우리네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
<장미공원에서 본 베른시의 모습>
이곳 역시 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더군요. 어떠한 점이 유네스코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는지 한 눈에 보기 위해 한쪽 끝에 있는 언덕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멋지다'라는 말 외엔 어떤 말도 할 수 없더군요. 그들은 제가 볼 수 없는 더 많은 의미들을 보았겠지요. 그들이 본 것을 똑같이 보고싶다는 건 제 욕심이겠지요? 이 풍경만으로도 좋습니다.
티틀리스(Mt. Titlis)
<티틀리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호수마을>
산 속 깊숙하게 이런 그림같은 마을이 있다는 걸 티틀리스를 가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겠지요. 스위스는 어디를 가든 슬며시 웃음지어지게 하는 마력을 가진 곳인듯 합니다. 이런 대자연 속에서 어찌 안달복달하며 조급하게 살 수 있을까요? 아마도 보이진 않지만 저 집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넉넉하고 느긋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틀림없을 겁니다. ^^
<티틀리스 정상>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들어봤어도 한 여름의 눈축제는 처음 봤습니다. 사진으로, 그림으로 지금껏 보아왔던 그 모습은 제가 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의 모습 같았으니까요. 이제는 제 눈으로 그 모습을 보았으니 어딜가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하네요. 만들어진 눈이 아닌 하늘에서 내린 눈을 한 여름 제 손에 담아 증명했으니까요.
취리히(zurich)
<취리히 호숫가>
한국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드른 취리히입니다. 취리히는 스위스 제1의 도시라고 일컫어질만큼 다양한 색을 지녔다고들 하는데요. 지금까지 봐왔던 도시들과 다르게 좀 더 현대적 감각에 맞춰진 도시 같았지요. 여행의 말미에 피로감과 긴장감, 다소 복합적인 감정을 안고 간지라 취리히의 본 모습을 완전히 다보고 돌아오진 못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만난 마티스, 샤갈, 고갱, 모네와 같은 천상화가들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습니다.
<프라우뮌스터 회랑의 벽화>
많은 곳에서 봐왔던 벽화들인데 이곳의 벽화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줍니다. 미술에 대한 조예가 얕은지라 뭐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려우나 한참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으니 분명 제 맘에는 다르게 다가온 것 같네요. 취리히는 한폭의 켄트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취리히라는 켄트지에 유명화가, 무명화가,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붓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채우고 또 채워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화폭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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