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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한중일 크루즈(cruise)

[레전드호] 크루즈 레전드호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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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몽골에서 해방의 참맛을 알았고,
2007년 동유럽에서 내 삶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되었다.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 설레이고, 눈이 튀어나오는 나였지만, '크루즈 여행'은 꿈꿔보지도 못한 먼 나라 이야기였다. 언젠가 한번은 접해보겠지만 그 때는 지금이 아니라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삶에 대한 넓은 안목이 생기게 될 때 즈음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 잡아버렸다. 때론 나의 이런 단순함이 너무 좋다. 세상에 가려야 할 것, 지켜야 할 것, 참아야 할 것이 너무 많지만 그런 것들을 모두 지키기엔 난 너무 젊다(?). ^^

살짝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보다 훨씬 더 기뻐하고 좋아해주면서 잘 다녀오라고 하던 동생과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내 결단은 더욱 확고해졌다. 출발 이틀 전에 걸린 심한 감기에 잘못하면 이번 일정이 좌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링거 투혼을 발휘하며 마지막 새벽까지 일을 마무리하고 길을 나선다.

바다로~, 세계로~.

<부산역 로얄캐리비안 레전드호 셔틀버스 정류장>


일단 멀리 인천공항까지 5~6시간 걸려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늘 컴컴한 새벽 2, 3시에 출발하다가 밝은 하늘과 함께 떠나게 되니 기분마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다. 내 여행은 현관을 나서면서 시작됐지만, 부산땅을 밟고 바다내음을 맡으니 진짜 나를 얽어매던 모든 것에서 진정으로 벗어나는 듯 하다.


<부산역-국제크루즈터미널 셔틀버스>

부산역 1층 6번 출구로 나오면 로얄캐리비안 한국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아침 10시 30분부터 2시까지 20분~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움직인다. 크루즈터미널까지 걸리는 시간도 20~30여분 걸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로얄캐리비안 한국사무소 외에도 각 여행사 별로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듯 했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다면 여행사 셔틀을 이용하면 되고, 개인적으로 한국사무소를 통해 예약했다면 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사진참조: 부산항만공사]

 
<국제크루즈터미널 입구에서 바라 본 레전드호>

크루즈선은 국제여객터미널이 아닌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크루즈터미널은 우리나라에 크루즈 여행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새로 건립된 것 같다. 너무나 깨끗하고 새 건물같아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오픈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2007년부터 운영해왔단다. 깨끗하게 잘 관리해온 것도 있겠지만 국제여객터미널이나 철도역, 공항보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어서인 듯 아직은 '새 것'의 향기가 많이 느껴진다.
어쨌든 지금은 관광안내소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매점도, 여행사도, 휴게실도, 면세점도 없는 곳이지만 이번 모항으로서의 새로운 시작이 제대로 알려진다면 사람과 함께 많은 시설이 북적이는 곳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크루즈선을 타기 전에 간이 은행이 있어 환전은 가능하다. 나 같은 덜렁이들을 위한 배려라 생각한다.

레전드호의 앞머리가 보이는 순간에도 그 거대함에 대해서 짐작하지 못했다. 휴~ 일종의 체계적 탈감법(Systematic desensitization)인가.


 
크루즈터미널에 도착하면 미리 배부받은 짐택과 승선서류를 가지고 수화물을 보내고 승선수속을 밟아야 한다. 모항으로의 출발은 처음이라 아직 수화물서비스와 승선수속 시스템이 완전하진 않았다. 비행기 여행 생각하며 '2시간 정도 전에 도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랬다면 큰일낼 뻔 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려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혼이 다 빠져버렸다.

※ 5시 출발 예정인 크루즈는 마지막 승선수속시간이 2시까지이다. 그리고 3시까지는 탑승완료되어야 한다.

<크루즈터미널 실내-탑승수속장>

왼쪽 창구에서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받아서 왼쪽으로 가서 수속하면 된다. 11시 50분에 부산에 도착해서 탑승수속을 하고 배로 향하니 1시 30분이다. 배가 고픈지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정신없었다. 배에 올라타니 그제야 신호를 보낸다.

[구비서류] 여권, 여권사본(선택이 아니라 필수!), 승선카드, 신용카드, 필요한 경우 비자(중국)


<승선카드(Sea pass)>

'레전드'라는 세상에서 나를 보증해주는 ID card다. Cabin key이면서, 신용카드도 되고, 신분증도 되는 그야말로 만능키이다. 내 이름과 방번호(019-026), 저녁식사 시간(8:30) 및 테이블 번호(10), 위급상황 발생시 달려가야하는 비상통로(006) 등이 인쇄되어 있다. 그들은 이렇게 나의 탑승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당연한 일이겠지만). 덕분에 나는 더욱 즐겁게 레전드의 세상으로 빠져든다.
나중에 안 건데 저녁식사 테이블을 한국사람들끼리 배치하기 위해 출발 전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한국사무소 직원들이 라벨을 다시 다 붙였다고 한다. 450여명의 한국인들 sea pass에 말이다. 감사하게도...

<레전드호(Legend of the seas)>


한 장에 담아보려 무던히도 애썼다. 광각이 아니었으면 어쨌으리오. 저기 보이는 빨간 버스와 비교해보면 레전드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보지 않고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레전드호이다. 말 그대로 바다의 전설이 되려는지 서 있는 자태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엄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최대의 배였던 타이타닉보다 1.5배 이상의 크기를 가졌다. 총 7만톤에 11층 높이로 전체 길이 264m/32m이다. 여러가지 시설은 그만두고서라도 객실 수만 902개라 하니 상상이 가능한가.


일 주일간 여기가 내 집이다. 내 집처럼 편안하게 쉬면서 여행을 한다. 올라 탈 때에는 앞으로 신분확인을 위해 사진을 찍고 sea pass와 연결시킨다. 그리고 내릴 때, 탈 때 항상 확인한다.

<크루즈내 객실 복도>

레전드는 2층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올라타는 입구가 2층이다. 엘리베이터로 객실입구까지 올라오니 보여지는 모습이 여느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절하게도 점자에, 벽에 붙어있는 손잡이에, 장애인을 위한 객실도 17개나 된다. 장애인, 노인들에 대한 작은 배려가 레전드의 품격을 한단계 올려준다. 휠체어가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는 것도 잊을 수 없는 모습이다. 역시... 복지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복지는 생활이다. 이것이야말로 정상화(Normalization)이다.

<객실의 침대>


4종류의 객실(인사이드, 오션뷰, 발코니, 스위트-더 다양하게 나누자면 총10등급으로 나눌 수 있지만) 중 내가 생활했던 곳은 오션뷰 객실이다. 창을 열수는 없지만 언제든지 창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다. 더블로도 가능하고, 트윈으로도 가능한 침대로 예약하는 사람에 따라 조절해 준다. 생각보다 좁긴 하지만 그래도 생활하는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지난번 일본 여행에서 묵었던 비즈니스 호텔(치산호텔)과 비교한다면 객실은 조금 더 크고, 욕실은 조금 더 좁은 편이랄까. 일단 창이 있다는게 맘에 든다. 잠시 쉬면서도 바깥상황을 살필 수 있으니 말이다.


<침대 반대쪽 입구>

침대 반대쪽 입구에는 작은 응접세트와 화장대, 서랍장 등이 구비되어 있다. 단순한 화장대가 아닌 미니바(mini bar)를 겸하고 있다. 간단하게 물과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들이 올라와 있다. 크루즈 내에서 커피와 물, 차(레몬티, 홍차 등) 등은 언제든지 원하는 대로 공짜로 마실 수 있지만(미니바를 이용하지 않고-룸 내에 있는 미니바의 음료를 먹을 때는 따로 결재해야 한다) 업그레이드 된 커피(마키아또, 카푸치노 등의 특수커피)와 탄산음료는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

<욕실>

이렇게 작은 공간에 들어갈 건 다 들어간다. 샤워부스도 있고, 세면대도 있고 변기도 있다. 그리고 수납장도 있다. 이래서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고 하는 것이다.

<룸서비스 안내, 비상 대피소 안내문>


너무 좋은 것이 룸서비스가 무료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한번도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난 방 안에서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더 좋으니까. 한번쯤은 시켜볼까 했지만 꼭 갇혀있는 것 같아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구명조끼 착용법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랬지만 위급상황에 잘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뭐 살기 위해선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객실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위층으로 올라오니 해양대학교가 보인다. 우리 배도 멋있지만 멀리보이는 해양대학교의 배도 멋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살펴보고 싶지만 일단 배를 채워야 겠다. 친절하게도 수속서비스를 일찍 마친 승객들을 위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부페식당을 운영한다. 그래서 그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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