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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향하게 된 겨울 바다, 시작은 그냥 회 한번 먹어보자는 거였다.
진짜 맛있는 회가 있다고 해서 포항까지 갔다. 정말 맛있는 회를 먹기 위해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끔찍한 칼바람이 살을 때리는 엄동설한에 이 바닷가에 내가 서 있을 줄이야.
바닷가라 그런가. 바람도, 파도도 장난이 아니다. 조금만 가까이 가면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다.
이곳 횟집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런 횟집이다.
생산과 소비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곳.
몇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다들 자신들의 배를 가지고 있으면서 잡아온 고기를 팔고 있다.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횟집처럼 메뉴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오늘 잡히는 고기가 오늘의 메뉴가 되는 것이다.
파도가 쎄서 꽁꽁 묶어둔 배들이 오늘의 메뉴가 어떨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종류가 뭐든, 오늘은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것이다.
배를 가득히 채우고 나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다행히 함께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10여분 떨어진 호미곶으로 발길을 돌린다.
포함은 가장 자주 가는 바다인데도 아직 호미곶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나인지라 살짝 기대감이 커진다.
드디어...
광고에서, TV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진에서 보던 호미곶의 상징 '손바닥'을 만났다.
저만치 바다 속에서 무언가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손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간 호미곶에 올 수 있는 기회는 많았으나, 생각보다 별로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목적지를 바꾸었었다.
이렇게 극적인 만남을 하기 위해 그랬었나보다.
거친 파도 속에서 내게 호미곶이 손을 흔들어 준다.
호랑이의 해라고 특별히 만든 것인가? 아님 호미곶의 위치를 상징해 원래 있던 것인가?
그게 무엇이든 나의 눈길을 끌었으니 된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새해, 새날의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이곳 호미곶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새날을 이곳에서 맞는다.
대학시절 선후배들과 해맞이를 위해 포항 바닷가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올 한해는 멋지게 살아봐야지'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새날을 맞아도 어제인듯, 내일과도 다를바 없는 듯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무기력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을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결론은 'I'라는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새해 새날은 아니지만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더욱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내게 선물을 줄 수 있음 좋겠다고.
일출때 떠오르는 태양이 손가락 사이에 걸쳐있을 때 광경이 예술이라고 한다. 그 시각에 맞춰 올 수 있으면 아무나 볼 수 없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호미곶의 상징은 바다 속에서 태양을 받들고 있는 손바닥이지만 그 건너편을 바라보면 나머지 한 손이 땅 위에 솟아있다. 그렇기에 차가운 날씨에 바다 속에 있어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건 과메기를 상징하는 것인가? 포항하면, 특히 지금은 포항 과메기가 일품인데...
'우리도 호미곶 상생의 손을 보러 왔어요!'
이제는 새들의 세계까지 소문이 났나보다.
그냥 회 한번 먹자라는 말이 이렇게 멋진 여행 테마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훌쩍 떠나는 것의 참맛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자꾸 떠나고 싶은 이 마음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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