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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경상도(Gyeongsangdo)

[통영] 따뜻한 마음이 모여 만든 바닷가 미술관-동피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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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다시 찾은 통영이다. 반은 계획이었고, 반은 무계획이었던 어정쩡한 컨셉으로 찾게된 이곳은 지난번엔 언덕 아래에서 그저 바라만 보다가 돌아간 곳이다. 참말로 원하면 이루어지게 되어있나 보다. 이렇게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에, 통영의 몽마르뜨라고 불리는 이곳이 내게는 그리스 산토리니로 다가온다. 만약 이 아름다운 마을을 잃었다면 너무 슬펐을 것이다. 하긴 사라지는 많은 것들은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이니 슬픔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으리라. 그저 '참, 다행이다'라는 말만 되뇌인다. 이 멋진 마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통영 동피랑 마을

동피랑 마을은 통영 중앙시장 뒷편 언덕에 위치한 벽화마을을 뜻한다. 동쪽벼랑이란 뜻을 가진 '동피랑'은 현재 50여 가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인 동시에 아름다운 미술품의 전시장이다. 없어져야 할 흉물이었던 달동네(대체 누구 생각인지...)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닥친 마을을 살리기 위해 모인 예술가들 덕분에 지금은 통영의 대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그들의 애정과 노력의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다행히 재개발 계획도 수정되어 현재의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동포루를 복원하기 위해 언덕 정상의 집 몇채를 철거한 외에는 더이상 손을 대지 않을 듯 보인다(그랬으면 좋겠다). 매년 벽화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동피랑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수많은 세상이 담겨 있다. 보통사람들이 그저그렇게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도 있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음악의 향연도 있다. 시집의 한 페이지가 있기도 하고, 어린왕자가 불쑥 튀어나와 동화책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통영 전통사투리를 알려주는 사전이 되기도 한다. 우주선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각종 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기도 하고,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노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모여 즐거움을 창조하는 미술관을 만들었다.


그림 하나하나에는 그 그림과 관련한 사람들의 이름이 일종의 낙관처럼 정성스레 씌여져 있다. 그들의 손길이 이 마을을 살렸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골목들을 돌아보게 된다. 큰 그림은 큰 그림대로, 작은 그림은 작은 그림대로 틀지어지지 않은 프레임에서 자유로이 놀아난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배웠을 땐 아무 감흥없던 시가 다른 방식으로 접하게 되니 너무나 아름다운 시가 된다.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린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떨리는 일인지 알고 난 뒤 난 이 시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그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




동피랑 마을을 둘러보다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건들이 그림과 어우러져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게 된다.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대하지 않고, 귀하게 여겨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끔 만드는 그림들을 바라보다가 결국은 나도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살아있는 그림이 되니 주변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도 큰 웃음을 짓는다. 가만히 앉아 사람들의 포즈를 바라보는 것도 동피랑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올라올 땐 그림을 보며 정상으로 향하고, 정상에 오르니 아름다운 통영의 해안선이 보인다. 정말 산토리니 부럽지 않은 모습이다. 자연과 사람이 이렇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 동피랑인 것 같다.


정상에는 구판장과 체험장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동포루가 복원되면 더욱 풍성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좋은 풍경 바라보며 차도 한잔 할 수 있고, 허기진 배를 채울 수도 있고, 통영 해안의 모습을 담아볼 수도 있다. 특히 동피랑 UCC우체통은 현대적 감각에 맞춘 재밌는 아이템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메일로 보낼 수 있고, 그 자리에서 현상도 할 수 있다. 카메라가 없이 이곳을 찾은 사람도 이곳에선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동피랑의 멋진 풍경과 함께하는 추억을...





짧은 시간동안 고흐나 모네 못지 않은 작품들을 만나고 내려왔다. 사람을 살린 작품들이니 그 의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귀한 작품들이다.
모든 것들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이렇게 아름다워진 마을이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늘 좋지만은 않은가 보다. 하긴, 마을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가지게 되는 불편함이지. 간혹 돌아다니다 보면 이곳이 타인에게는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들 삶을 흐트리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되기도 한다. 언제나 양면이 있듯 나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에게는 귀찮음과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조금만 조심하면 모두가 즐거운 동피랑이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 통영의 다른 관광지 보기: http://moreworld.tistory.com/99



★ 한국관광공사: http://korean.visitkorea.or.kr/kor/ut/index.k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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