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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경상도(Gyeongsangdo)

[안동] 하회별신탈굿놀이 보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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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초입>

하회장터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와 드디어 하회마을에 당도했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아주 멋진 일이 있었다더니 그 때문인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기분 좋은 일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겠지?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하회마을에는 가을이 잔뜩 내려앉았다. 코스모스들이 한들거리며 우리를 반겨주니 나도 손을 번쩍 들어 답인사라도 해줘야 할 것 같다. 초입에 들어서니 방송에서 곧 별신굿탈놀이가 시작된단다. 순간 강둑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지하게 빨라진다. 나 역시 마음은 그리로 달려가고 있는데... 슬프게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공연장으로 달려가는 내 발걸음이 더뎌진 것은 단지 둔한 몸 때문만은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져 있는데 어찌 한눈을 팔지 않고 달려갈 수 있나. 불가능한 일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전래동화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내 마음을 동심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저 집엔 흥부가 살고 있지 않을까,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를 심었더니 드디어 지붕 위로 박이 열렸다, 아직 톱으로 자르기엔 작지만 조금씩 조금씩 커가고 있는 박을 보며 흥부네 가족들은 더욱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 아~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다....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초가집 곁을 지나온다. 맘 같아선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으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그들의 사생활도 인정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 그것이 더 오랫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 유산을 지켜갈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시작 퍼포먼스>

운이 좋았다. 느적느적 걸어왔는데도 공연에 늦지 않았다. 물론 썩~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한게 아쉽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 자리면 중간은 가겠다. 첫 시작을 알리는 피리소리와 함께 각시가 등장했다. 무대 위를 한바퀴 시원스레 돌고는 별다른 것 없이 무대를 내려간다. 하지만 등장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은 저 하늘 위로 붕~ 날아올랐다.



하회별신탈굿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10년마다(상황에 따라 3년, 5년 등...) 마을의 평화를 위해, 한 해 농사의 풍년을 위해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서낭)님에게 기원하는 굿이다. '별나다, 특별하다'라는 의미의 별신굿은 12세기 중엽부터 안동에서 시작되었으며 10년에 한번 섣달 보름(다른 자료에서는 정월 보름) 즈음에 열렸다. 총 8마당(각시, 주지, 백정, 할미, 파계승, 양반, 선비, 혼례, 신방마당)으로 구성된 탈놀이는 기발한 풍자와 위트로 당시 시대적 상황을 폭로하고 있다. 극에 등장하는 파계승은 타락한 불교의 모습을 보여주며, 양반의 등장을 통해 선비라는 지배계층의 허구성을 폭로하면서 일반 백성들의 억눌린 감정을 발산한다. 하회별신탈굿놀이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각자의 성격을 드러낸 탈의 모습도 놓치기 힘든 볼거리다. 그 가운데서도 각시탈은 성황신을 대신한다고 믿어 별신굿에서만 볼 수 있으며 특별히 귀하게 여겨왔다. 현재 매년 열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주요 공연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백정과 소>

백정이라 불리기도 하고, '희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야기의 시작을 끌어간다. 고등학교 때 학교 축제에서 해마다 탈춤공연이 열렸는데 그 때 본 것이 별신굿이었다. 다른 것들은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데 소가 잡히면서 죽을 때의 퍼포먼스가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이 장면이 더 웃기게 보인다. 백정의 표정은 완전 썩소인 것 같다.

<탈놀이 장면들>

나무로 된 탈을 쓰고 하는 공연이 쉽진 않을텐데 목소리, 몸짓 모두 다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유지해 간다. 역시 프로들 답다. 움직이지 않는 탈인데도 그들 마음의 역동이 보인다. 같은 탈인데도 웃는 것 같기도 하고, 화내는 것 같기도 하고 참 재미나네. 이런 공연들 아이들이 많이 봐야 할텐데...

<외국인과의 놀이마당>

우리 극이 가진 최대의 매력이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다. 마당놀이도, 탈놀이도, 난타도 관객이 있어야 더 알차진다. 하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 연극 등은 무대의 연기자들이 중심이 된다(물론 현대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이 공연에서도 그 매력을 빼놓을 순 없지. 외국인 관객이 많아 주로 외국인들을 불러 세웠다. 한국사람, 미국에서 온 사람, 핀란드에서 온 사람, 유럽에서 온 사람, 근거지는 모두들 다르지만 함께 어울려 춤을 추면서 '하나의 세계(One World)'를 만들었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너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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