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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책만 보는 바보...
이것도 일종의 옥시모론이라 할 수 있나? ^^
우연히 무언가 검색을 하다가 이런 제목의 책을 보았다. 지금은 그때 무엇을 검색했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책의 제목만은 뚜렷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도서관을 통해 얻게 되었다.
제목 속에서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내심 선비(난 내가 조선시대 선비로 태어났었다면 정말 멋들어지게 풍류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었을거란 생각을 많이 한다. ^^)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지라 그 궁금증이 더 컸으리라. 또한 성인을 위한 위인전의 필요성을 늘 생각하고 있었으니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조선시대, 서자로 태어나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백배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들 삶의 자취는 이렇게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덕무, 박제가, 박지원, 홍대용, 유득공, 이서구....
한번쯤은 국사책에서 들어본직한 사람들이 줄줄이 언급된다.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단한 학식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학문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간간히 세상에 대한 한탄과 분노도 섞여있다. 신분제 사회였던 그 곳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었던 것처럼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서로 나눈다.
책에 빠져있는 동안 때로는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듯한 야릇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때로는 나도 한 사람의 청중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느낀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그 옛날과 지금이 조금도 변화된 것이 없다고 나도 불쑥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도 생겨난다. 불합리한 세상을 비난하면서도 뼈있는 해학 한 마디로 한 숨 넘겨 버리고, 다시 현재를 묵묵히 견뎌내는 높은 그들의 인간됨에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나이를 넘어
신분을 넘어
부의 차이를 넘어 찐한 우정을 쌓는 모습이 한없이 부럽다.
현대사회에는
이런 친구를 사귀기에
너무나 어려운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 만큼의 깊이를 가진 사람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나 역시도
그런 사람들의 깊이를 알아차릴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옛날 옛날 할아버지들을 만나고
다시한번 잘 살아보겠다고 살며시 다짐해 본다.
그리고
나도
[天涯知己書; 아득히 멀리 떨어진 낯선 하늘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벗을 만나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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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나는 책 속에서 소리를 듣는다. 머나먼 북쪽 변방의 매서운 겨울 바람 소리, 먼 옛날 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책에서 들린다... 책 속에서는 또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 세상살이와 사람살이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있고, 그늘진 신세를 한탄하는 울적한 목소리도 있다... 나는 또한 그림을 보듯 책을 본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울창한 숲을 책은 나에게 보여준다. 그 숲으로 한 발 내디뎌 본다. 높이 뻗은 아름드리나무들은 하늘마저 조각내 새롭게 보이게 하고, 채 마르지 않은 아침이슬은 내 무릎을 적신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날, 그 숲에는 발자국 몇 개가 드문드문 찍혀 있다. 나처럼 책 속을 다녀간 사람들의 발자국이리라. 어떨때는 책에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사람의 손때와 먼지, 습기를 머금은 책 특유의 냄새가 아니다. 저마다 독특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그런 냄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좀 더 마음을 기울이면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의 가슴 속에 담은 생각들을 알게 된다. 더욱더 마음을 기울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벗이 된다."
[박제가]
"벗과의 사귐은.... 차마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저절로 말하게 되는 것, 여기에 벗과의 진정한 사귐이 있다."
[박지원]
"우리는 작은 나라에 산다고해서 너무 스스로를 낮추어보는 버릇이 있어. 큰 나라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려하지. 하지만 우리는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게나. 조선 사람의 눈으로, 조선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야."
先入見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느끼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사물을 받아들인다. 마음 속에 받아들이고 싶은 것, 인정하고 싶은 것을 미리 정해두고, 그 밖의 것은 물리치고 거부한다. 그러한 마음에 기초가 되는 것은 역시 지난 날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은 자신만의 감각이나 경험이다. 바로 선입견!
... 선입견은 결국, 자신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사람과 사물의 본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는 편견이기도 하다. 그러한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은 새로운 활기라고는 없는 세상, 변화를 거부하는 낡은 것들로만 가득한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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