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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기영이 순례자가 되어 걸은 길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 말만 들어도 내게는 가슴떨리는 이야기이다. 몇 년전 산티아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한번~'이란 생각을 가지면서 산티아고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도보 여행이 갖는 매력 때문에, 그냥 남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많은 다른 이유들로 사람들은 그 곳을 향해 떠난다. 꿈이었고, 꼭 한번은 다다르게 될 나의 길이라 생각하고 읽어내려간 책들에서는 내가 예상치 못했던 난관들을 설명하며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 곳은 내 꿈이다.
이런 산티아고에 가수 박기영이 다녀왔단다. 그녀가 돌아오고 나서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살짝 그 이야기를 듣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가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그녀가 그 이야기를 책으로 냈단다. 요즘 너무나 넘쳐나는 연예인들의 책들 때문에 약간의 불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순례의 여정 속에서 조금씩 자신에게로 깊숙히 들어가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내 생각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얄팍한 음악의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약간은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위치를 굳혀가던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그래도 나름 '생각있는 가수'라는 이미지가 내게 박혀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운지도 모른다.
사실 기독교 신자가 된지도 얼마되지 않은 그녀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정도였다고 본다. 연예계라는 폭풍 속에서 특히, 주류 연예인(요즘 버라이어티의 연예인)이 아닌 그녀로서는 그 자리를 지켜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많은 것들과 싸워나가야하고, 그러다보면 여러가지 생각과 유혹들이 난무했을테니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이 원했던 그렇지 않았던간에 종교적 의미도, 개인적 의미도, 삶에 대한 의미도,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의미도 나름대로 잘 찾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결국 우리가 돌아와야 할 곳은 지금-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해 주면서 말이다. 누구나 거대한 변화를 꿈꾸며 떠나지만 다시 돌아오는 자리는 변함없는 그 곳이라는 것이 섭섭함을 느끼게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내가 더 이상 예전 그 모습이 아니라면 내가 서 있는 곳도 예전의 그 곳이 아니겠지. ㅎㅎ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음을,
가장 일상적인 것들에 있음을 느낀다.
다만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할 뿐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만약 내가 이 곳을 가게 된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길을 걷게 될까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제 나는
그 곳을 향한 준비를 시작한다.
첫 걸음... 운동부터 시작이다! ^^
- 사실 읽은지가 한달이 넘고보니 내용도 가물가물... 요즘은 책을 읽어도 그 여운의 지속기간이 너무 짧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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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성령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비워야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성령이 임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성령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내가 바로 그랬다.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는 내 마음. 나 자체로 완전해지고 싶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인가. 단순한 걸음을 통해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가 이미 '순례'의 길에 들어섰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삶이라는 건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온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지난한 길이라는 걸 알수 있었다.
...
길이란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한다는 것도 길을 걷는 것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결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 뒤에는 웃으며 쉬어갈 수 있는 평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편안하게만 보이는 평지 역시 곧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이러져있다. 결국 길을 걷는 데에는 지름길은 필요하지 않았다. 비탈길은 비탈진 대로,
고른 길은 고른 대로 그저 묵묵히 걷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지름길에 대한 미련을 버린 순간, 길은 비로소 내 것이 되었다. 가고 또 가야 하는 것, 그것이 곧 길이고 인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페이르 쌍소[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인용문
이 길은 우리의 삶이 '속도'가 아닌 '방향'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지금보다 좀 더 느리게, 좀 더 쉬어가며, 내 속의 진정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말해준다. 쌍소에게도 길은'인생'
그 자체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길은 우리에게 느리게 살 수 있는 지혜와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는 지혜를 준다고, 길을 따라 걷다보면 그동안 세월 속에 매몰되어 있던 우리들의 소망과 자유에 대한 꿈들이 다시 솟아난다고....
길이란 그것을 걷는 자에게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준다. 아직 남아 있는 길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은 내가 지나온 길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걸어온 길이 있었기에 남은 길이 의미가 있듯이, 과거가 있었기에 내 앞에 주어진 미래가 더욱 소중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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