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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한중일 크루즈(cr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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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다시 찾은 희망의 도시 Nagasaki 상하이를 떠난지 대략 37시간 만에 일본땅에 당도했다. 내가 눈을 떴을 때에도 배는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었으니 참으로 긴 항해를 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먼 거리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시간을 지키려 그랬나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모습을 보니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기항지에 도착하면 늘 바뀌는 국기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잊지 않게 해준다. 오늘은 일본이다. 오늘부터 일본이다. 해가 떠오르니 이 작은 항구에도 활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크고 작은 배들이 바다 위에 떠 다니고,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기적소리가 들리고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나도 이제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야 겠다. 크루즈 터미널에 내리니 상하이와..
[레전드호] 캡틴 주최 환영만찬 두번째로 꼭 참여해야 할 일정으로 꼽은 것이 바로 선장(captain) 주최 환영 행사이다.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준비를 마친 것 같다. 그냥 포멀나이트가 아니라 캡틴이 크루즈에 탄 손님들을 초대하는 파티이다. 이런 파티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크루즈 최고의 책임자인 캡틴이 초청한다고 하니 너무나 기대가 되고 가슴이 쿵쾅~ 거린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사람도 있고, 자기 나라의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곱게 한복을 차려 입으신 분을 보니 더 반가운 것 같다. 나도 처음엔 한복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 중학교 이후로 입어본적도 없거니와 한복도 없어 아쉽게 포기했다. 다음번엔 우리 고유의 미를 알릴 수 있는 한복을 꼭 챙겨와야 겠다. 나도 기념으로 인증샷~도 한번 찍고 캡..
[레전드호] 조금은 익숙한 크루즈에서의 하루 두번째로 맞는 all day cruise다. 첫 경험의 설레임과는 조금 다른 편안함과 새로움으로 하루를 채워나갈 기대감이 잠에서 나를 깨웠다. 정말 많이 편안했나보다. 여행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늦잠이다. 10시가 넘어 눈이 떠진 것도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만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다가 점심시간이 다되서야 몸을 일으켰다는 것도 평소와는 다른 일상이다. 일단 어제들어 온 선상신문으로 오늘 내가 꼭 해야할 것을 2가지 정도로 추려보았다. 그 외에 다른 것들은 그저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따라가기로 하면서 오늘 하루를 연다. 제일 먼저 한 것은 내일 도착하는 일본 기항지 여행을 위해 미리 입국심사를 하는 것이다. 상하이에서의 모습과는 아주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에서는 크루즈 여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
[레전드호] 크루즈에서 배회하기 야경구경까지 마치고 내려오니 약간의 허전함이 밀려든다.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있고, 내일은 전일 항해의 날이라 마음의 여유가 더 커졌다. 그래서 길거리를 배회하듯 크루즈 내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녀본다.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해지는 크루즈의 모습. 여기 전기사용도 만만찮은데 이건 어떻게 수급하나? 자가 발전기를 배에 싣고 다니나? ^^
[상하이] 유럽에 뒤지지 않는 상하이 야경 배 위에서 내리기 전 고생한 것에 비하면 너무 간단하게 크루즈에 올라 타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아니다, 뱃 속이 허해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나니 상하이에서 크루즈에 탑승한 많은 승객들을 위한 안전교육을 다시 한다. 오리지널 안전교육이다. 객실 내에 있으면 몇 번의 방송 후 '웽~'하는 소리가 나면서 비상구로 나오도록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상구를 찾아가고 있고, 승무원들은 비상대피소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씨패스 카드에 씌여진 번호와 갑판의 번호가 일치하는 곳이 내가 가야할 비상대피소이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겠지만 만에 하나 탈출해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면 내가 타고 가야할 비상용 보트이다. 근데 이곳에 서서보니 이 보트를 타야할 사람들이 꽤 많다. 다..
[상하이] 상하이 사람들의 일상 풍경 여행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끄는 것은 잘 알려진 멋진 풍경과 문화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뒤켠에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큰 여운을 남기며 오랜 시간 기억으로 남을 때가 있다. 상하이는 아주 짧은 시간, 정말이지 눈 깜짝할 만큼의 시간동안 밖에 머무를 수 없었던 곳이라 큰 아우라를 남기기에 부족함이 있었지만 살짝 엿볼 수 있었던 일상적인 모습에 은근한 웃음이 지어지기도 한 그런 곳이었다. 터미널 근처는 많은 배들이 오가는 곳이라, 특히 와이탄 주변의 웅장한 건물들 덕분에 화려한 모습이 주를 이루었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런 화려한 모습의 중국은 내 기억에(이 기억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출처는 분명치 않지만) 있는 중국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그리..
[상하이] 황제가 부럽지 않은 정원 - 예원 예원시장을 둘러보고 핵심 여정지, 예원(豫園)으로 향한다. 중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서인지 입구를 들어서기까지도 꽤나 시간이 걸린다. 줄지어서 천천히 예원을 향해 간다. 저기 아저씨 나를 보고 살짝 웃어줬는데 사진의 포인트가 잘못 잡혔다. 에고고~ 돌조각으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예원 입구이다. 저렇게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공이 들었을고. 입구에서부터 이곳을 만든 사람이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저 부조 조각들... 대단함을 느낀다. 예원의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나오는 것이 해상명원(海上名園)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위이다. 강택민 주석이 이곳을 방문한 기념으로 베이징에서 가지고 온 바위에 직접 글을 새겼다고 한다. 그도 방문 후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근데 왜 상해라 하지..
[상하이] 예원시장에서 중국 들여다보기 현대적인 화려함을 가진 와이탄을 벗어나 좀더 고전적인 중국을 만나러 간다. 이름조차도 고전스럽다. 상하이 옛거리. 통상 옛거리(old street)로 통하는 모양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나오니 높이 솟은 기와집이 보인다. 우리네 기와집과는 생긴 모양이 다르다. 높은 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하늘을 향해 뽀족히 솟아오른 것도 그렇고, 화려한 색채들로 둘러싸인 것도 그렇다. 기와가 얹혀진 모양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나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 입구에서부터 북적이는 것을 보면 저 안쪽도 와이탄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 흐릿하니 금방이라도 뭔가가 쏟아질 것만 같은데 잘 참아주고 있다. 이곳은 예원시장, 예원상장, 상해노가 등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예..
[상하이] 건축물 박람회장 와이탄(外灘) & 푸둥(浦東) 이틀만에 땅을 밟는 날이다. 이렇게 뜻깊은 날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나를 반겨주면 좋으련만 내 바램은 무너져버렸다. 이미 8시를 훌쩍 넘겼는데도 하늘은 어둑하고 안개가 자욱하다. 하늘 향해 손가락 하나만 뻗쳐들어도 순식간에 와르르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이 무겁게만 보인다. 오후까지 이러려나. 딴건 둘째치고 야경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어야할 텐데... 아침에 일어나 처음 드는 생각이 야경생각이다. 아직 멀리의 일인데 말이다. 빨리 아침식사를 하고 가방챙겨 나가야지, 하는 생각에 밥이 어디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8시에 도착해서 내리기 시작했을 텐데 아직 우리 차례는 아닌가보다. 이곳에 오기 전 심각하게 고민했다. 선택관광을 할 것인가, 자유여행을 할 것인가. 패키지 여행에 대해선 극도의 ..
[레전드호] 바다 위의 Slow City 파도치는 바다 곁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녀를 보고 나도 7층 도서관으로 향했다. 크루즈에서 읽겠다고 집에서 가지고 온 책이 있지만 이상하게 발길은 객실이 아닌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떤 책이 있는지도 궁금했고, 도서관은 어떤 모습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하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이상하게도 난 책 읽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도서관 입구는 셰익스피어와 마크 트웨인이 지키고 있다. 300년을 뛰어넘어 그들은 이곳에서 만났다. 어떤 이유로 그들이 만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공통성을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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