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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한중일 크루즈(cruise)

[상하이] 유럽에 뒤지지 않는 상하이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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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서 내리기 전 고생한 것에 비하면 너무 간단하게 크루즈에 올라 타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아니다, 뱃 속이 허해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나니 상하이에서 크루즈에 탑승한 많은 승객들을 위한 안전교육을 다시 한다. 오리지널 안전교육이다. 객실 내에 있으면 몇 번의 방송 후 '웽~'하는 소리가 나면서 비상구로 나오도록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상구를 찾아가고 있고, 승무원들은 비상대피소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씨패스 카드에 씌여진 번호와 갑판의 번호가 일치하는 곳이 내가 가야할 비상대피소이다.

<비상용 보트>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겠지만 만에 하나 탈출해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면 내가 타고 가야할 비상용 보트이다. 근데 이곳에 서서보니 이 보트를 타야할 사람들이 꽤 많다. 다 탈 수 있나? 아님 타이타닉에서 처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건가. 설마 뒤집어지진 않겠지? ㅎㅎㅎ

<안전요원>

자~알 생긴 사람이 시범을 보여주니 훨씬 더 기분이 좋아진다. ㅎㅎ 잿밥에 더 관심있는 나. 아주 중요한 안전교육인데 교육 내용보다는 이런 상황 자체가 더 재미있게 느껴져 주위를 두리번 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열심히 들어둬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이야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오히려 그땐 더 안정적이어야 할텐데 말이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가지고 나는 말로만 듣던 상하이 야경을 향해 올라간다. 이 야경 제대로 한번 찍어보겠다고 굳게 다짐했던 나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삼각대까지 구입했는데 제대로 한번 찍어봐야지.

<크루즈 터미널 근교 모습>

아직까지 해가 넘어가지 않아 불이 다 켜지진 않았다. 대개 7시가 되어 불이 켜지고 12시가 되면 일제히 꺼진단다. 우리 출발시간은 6시인데(상하이는 우리보다 1시간 빠르다) 못보고 떠나는 것은 아닌가 괜히 걱정이 된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5시 출발인데 상하이는 6시이니 이유가 있을거야'라며 혼자 물음과 대답을 해가며 그렇게 될거라 믿어본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상하이 야경을 살펴보기 위해 갑판으로 나와있다. 와이탄이 바로 보이는 쪽은 이미 만원이다. 어디 한켠에 삐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가뜩이나 키도 크지 않은 내가 거대한 신장을 가진 서양인들 사이로 바라다 보려하니 까치발로도 모자라다. 그래서 발만 동동거리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기만 한다. 옆쪽으로는 빈자리가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불이 하나 둘씩 켜지면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연신 터져 나온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도 넉넉해지나보다. 연인인지, 부부인지 함께 보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꼭 잡기도 하고, 마주보며 웃기도 하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평온함 속에서 나만 혼자서 두리번 거리며 생각없이 사진만 찍어대는 것 같다. 사실 그렇게라도 해야 저 멋진광경이 주는 가슴떨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이 분위기에 너무 빠져버리면 안되니까...



해가 지면 배들은 항구로 돌아오기 마련인데 어두워질 수록 이곳을 떠나는 배들이 많아진다. 하하! 나도 떠나가는 사람의 한명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황푸강 야간 투어도 이루어지고 있나보다. 세느강 유람선처럼... 세느강에 비하면 이곳은 하나의 바다같기도 하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상하이 야경. 워낙에 사람들이 많아 삼각대는 세워놓을 생각조차도 못하고 틈만 생기면 고개를 들이밀어 본다. 그러면서도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어선 안되니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내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을까. 중앙 명당자리에 계시던 아저씨 한 분이 사진을 찍으라고 자리를 살짝 비워준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나중에 이 아저씨랑 식사를 같이 하게 되어 약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중국인인듯 보였는데 뉴욕에서 살고 계시단다. 예전 당신도 사진에 심취했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하신다. 그러다보니 내 마음을 조금 알아주셨나보다. 그 이후에도 기항지 관광을 할 때도 몇 번 마주치면서 서로 눈인사를 나눴다. 이렇게 외딴 곳에서 얼굴이나마 아는 사람이 생기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너무 많은 시간을 뺏으면 안될 것 같아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자리를 비켜드렸다.



와이탄 쪽의 야경도 멋지지만 푸동쪽의 야경도 꽤 멋지다. 와이탄 쪽은 건물의 외형과 조명의 조화가 멋있다면 푸동쪽은 가지각색의 색채로 물든 조명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서로 다른 색을 내뿜는 푸동쪽이 나는 조금 더 맘에 든다. 이 두 곳이 함께 어울리면 금상첨화다.


큰 기적소리를 내며 상하이 항구를 뒤로 하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이렇게나마 야경을 볼 수 있으니 소원의 반은 이룬셈이다. 배는 떠나 항구는 저만치 멀어져 가는데 무슨 아쉬움이 남았는지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니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 ^^


상하이 야경 인증샷을 찍고 싶은데 돌아와서 보니 이거 뭐 우리 동네에서 찍었다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ㅠ.ㅠ


또 하나의 멋진 야경을 담아 돌아서는 길. 내 기억에서 상하이는 멋진 야경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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