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마다 스페인 거리를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꽃할배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스페인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준다. 당장이라고 달려가고픈 스페인에 대한 환상은 『스페인은 건축이다』를 만나면서 조금은 구체화되는 것 같았다.
지난 2014 소치올림픽 개막식에서 러시아는 그들이 자랑하고픈 위대한 인물들을 늘어놓았었다. 만약 스페인이 그 주인공이었다면 그들이 간직한 환상적인 건축물들을 줄지어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유럽에서도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곳이기에 궁금한 것도, 파헤쳐보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
건축 전문가에게서 듣는 세세한 설명은 한번도 본적 없는 스페인과의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스페인의 역사를 끌어안고 있다는 톨레도를 지나 안달루시아로 향했을 때엔 강렬한 태양 아래 꽃을 피운 그들의 열정이 느껴졌고,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오랜 터전을 두고 떠나가는 보아브딜(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의 마지막 왕조)의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스페인에서의 가장 마지막은 알람브라 궁전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충고를 꼭 들어야만 할 것 같다. 스페인에선 필연적인 만남이 될 수 밖에 없는 바로셀로나의 가우디는 어떤 찬사도 그 마음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했다.
어떤 여행가이드가 스페인을 이토록 속속들이 알게 할 수 있을까...
비록 건축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가 말했듯 "건축은 그 시대의 거울이다"
시대의 변화를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내보일 수 있는 소재인만큼 제대로 알아간다면 한 나라의 역사를 아우르는 작업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결코 적지 않은 나이라 생각했던 45세의 스페인 유학길...
그가 가진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철두철미한 과학으로 점철된 콘크리트 조각사이로 자연과 융화된 인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도 조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시대와 함께할 수 없다는 진리를 건축기행에서 느낄 수 있어 더 큰 수확이다. 그가 만들어낼 건축물에 대한 기대도 자못 커진다.
그가 말한 "스페인 건축의 특징은 빛이 돌에 부딪힐 때 일어나는 효과를 다루는 기술"을 만나러 스페인으로 향해야 할 것 같다.
도시의 중심은 길과 건축물이 아니라 생명을 간직한 자연의 숲이다.
도시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주인은 언제나 인간이지만 영혼이 빠진 도시를 만들면 결국 인간도 영혼을 잃게 되는 법이다. 거대한 도시가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나날이 개인화되어가는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그 건축물만의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생명체다. 만약 어느 건축물이나 비슷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면 사람들이 감동하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수련하고 내공을 쌓은 사람 앞에 서면 강력한 마력을 느끼는 것처럼 걸작 앞에 서면 온몸으로 파고드는 묘한 생명의 파장을 감지한다. 그것은 특별한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경외감이며 그 건축물만의 독창적인 예술성이다.
<스페인은 건축이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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