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와 상업지가 어우러진 미드타운(ミッドタウン)...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의 도쿄 모습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생활 문화로 새롭게 등장한 미드타운은 one-stop-service가 가능한 첨단복합 공간이다. 주거공간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각종 상업시설들이 들어와 있고, 자칫 복잡하기만 할 것 같은 도심에 유유자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든이 있어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 준다.
도쿄의 미드타운, 아니 미드타운에 속한 미드타운 타워는 당시 도쿄 최고 높이를 자랑하던 도쿄도청을 몇 미터 차이로 눌러버리면서 록폰기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타워를 중심으로 몇 개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는 맨션과 갤러리아(상점들), 미술관, 방송국, 세계적 회사의 사무실 등이 작은 마을을 이루었다.
미드타운은 현재를 넘어 미래 도쿄의 모습을 담았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독특한 건축양식이나 공간을 활용하는 일본인들의 재치를 보는데도 도움이 된다. 미드타운의 프라자 영역에서는 매일 오픈 스튜디오 형식의 라디오 생방송이 열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공개방송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저 이 공간을 걸어만 다녀도 그 생생함이 전해지는 듯 하다.
미드타운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화려한 건물이나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상점들 때문만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고가 통로를 통해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는 가든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은 도시의 그저그런 모습으로 잊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가지런하게 다듬어진, 딱 봐도 일본 풍의 정원을 거니노라면 나도 그들처럼 록폰기 주민이 되어버린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니 공적인 시간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시간 속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혼자만의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건축물이나 예술품들을 살펴보는 것 못지 않게 재미난 일이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거다. 가만히 앉아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그들의 표정,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언제 흘렀는지 모르게 시간을 지나치는 경우가 적잖다.
정원에서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건물은 21_21 디자인 사이트이다. 일본의 디자인을 선두하는 전시관이지만 그 보다 묘한 매력을 가진 건물의 형태가 더 인상적이다. 알고보니 일본의 대표 건축가이자 세계적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작품이다. 간결한 선으로 표현했지만 차갑거나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알 수 없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안도 다다오의 특징이 느껴짐과 동시에 함께 자연을 중시한다는 건축 모토도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돋보이려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두드러져 보이는 작품이다.
우리 여행은 동생이 그 동안 자주 들렀다는 곳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홀로 생활하며 힘들고 어려운게 어찌 없었으랴. 그럼에도 한번도 힘들다는 내색 않았던 동생은 우리를 가장 먼저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이곳에서 했던 생각과 일들을 보따리처럼 풀어내었다. 그저 웃음으로 대답했던 우리였지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생겨 기분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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