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드북을 보면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카테고리에 맞추어 소개하고 있지만 그런 카테고리들 가운데 유독히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 내겐 쇼핑이었다. 여행지를 대표할 수 있는 기념품들은 꼭 구입해오지만 그 외에 다른 것들에는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워낙 다국적 기업도 많아지고, 왠만하면 국내에서도 다 구입할 수 있기에 굳이 외국에서 구입해야겠단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문구류, 특히 그 가운데서도 필기구이다.
때문에 좀처럼 없었던 일, 오직 쇼핑을 위해 신주쿠에 있는 Tokyu Hands를 찾게 되었다. 도쿄에는 이곳 말고도 세카이도(신주쿠 본점)라는 화방문구점이 있지만 주로 미술학도들이나 전문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곳보다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Tokyu Hands가 좋을 듯 했다.
"도큐핸즈에 가면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1976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일본 내에 28개의 지점과 해외지점 1개(중국 상해)를 두고 있는 소매점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30만개의 아이템을 구비해놓고 판매하는데 층별로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어 불필요한 시간낭비 없이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일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100엔샵이나 다이소에서 만날 수 있는 물건들 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고 튼튼해 보인다.
사잔 테라스를 통해 들어가면 도큐핸즈 2층으로 바로 연결된다. 여행광이라면 1초도 눈길을 뗄 수 없는 여행아이템들이 가득하여 발길을 옮길 수가 없다. 한참을 돌아보다가 현실을 직시하고 8층에 있는 문구점으로 직행~ 평소 문구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곳에서의 시간은 무한정 멈춰버릴 거다.
▶ 도큐핸즈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 면세와 할인혜택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면세가능"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할인 쿠폰까지...
그러니 Tokyu Hands를 갈 때에는 반드시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그래야지 면세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현금"으로 정산해야지만 5%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여권'과 '현금'을 반드시 지참하도록 하자. 2층 안내데스크에서 면세와 할인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상상할 수 없었던 문구류의 종류가 정신을 뺐는다. 특히 누구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이리저리 다니는 분은 다름아닌 엄마였다. 작년 고가의 돋보기 안경을 구입했지만 눈에 맞지 않는다며 불편을 호소하셨는데 이곳에 있는 돋보기 안경들은 엄마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아 버렸다. 안경 디자인이 돋보기 답지 않아 개성을 살리기에도 최상의 디자인이다. 지금까지도 너무 만족해하며 잘 쓰고 계신 우리 어머니,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 하나를 더 사야했다며 후회하신다.
나의 시선을 빼앗은 건 다양한 모양의 편지지. 최근 들어 펜으로 쓰는 편지를 적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괜히 편지를 한 통 써야할 것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일본 지류들은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종이의 질이 쓰임에도 좋아 한번씩 사왔는데 이곳에선 주체할 수가 없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만족도를 높여준 것은 필기구들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일본 필기구들을 구입할 수 있지만 훨씬 많은 종류와 유형들로 선택의 폭이 넓어 다양한 종류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일본 문구류의 예찬론자는 결코 아니지만 뭉침없이 부드럽게 써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가지 새로운 것은 펜에 사용되는 잉크의 종류를 선택하여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종류의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펜, 5종류의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펜을 고를 수도 있고, 사용되는 잉크의 색도 굵기에 따라 고를 수 있고, 펜대의 디자인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매력이다.
나도 내가 쓸 것과 선물할 것 몇 가지를 골라 왔다.
3종류의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펜대 2개, 5종류의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펜대 1개를 데려왔다. 일단 3개짜리 하나는 내가 쓰고, 나머지는 선물할 것. 선물할 때도 필요한 잉크를 고르라고 하니 받는 사람의 만족도도 급 상승~ 가벼우면서도 즐거운 선물이 됐다는 사실.
색과 굵기를 고려해 잉크의 배합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조립하는 일만 남았다. 하나의 펜에 굵기가 서로 다른 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이다.
혹시나 망가질까봐 조심조심 조립하다보니 이상하게 자꾸 빠져버린다. 혹 '불량품을 산 것이 아닐까' 했는데 이미 몇 번 구입한 적 있다는 동생말로는 힘껏 꾹~ 눌러주면 딱 소리가 나면서 고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힘껏 눌렀더니 정말이지 튼튼하게 고정되었다. 잉크 케이스도 (버리기 너무 아까울 만큼)튼튼하게 나와 펜대 하나에 잉크를 여럿 구입해서 필요한대로 바꿔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요렇게 조립 완료! 써보니 너무 부드럽게 잉크가 잘 나와 몇 개 더 사올걸 그랬나 싶다. 우리 세자매, 일본에선 이 펜을 꼭 사와야겠다며 지금까지 다짐하며 지낸다. 펜 쓰는 일이 많다보니 벌써 바닥이 보이는데 어쩌나 싶다. 쇼핑을 즐기지 않는 나도 문구류에선 무너져버렸다.
일본에선 다른 것보다 질 높은 문구류를 구입할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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