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얼음비가 내리던 겨울의 시작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합덕성당을 찾았다. 하얀 눈 속에서 두드러진 건 오로지 성당건물의 빨간 벽돌뿐...
1890년에 세워진 원래의 본당터를 떠나 1898년 언덕 위로 자리를 잡은 성당은 옮기고도 100살을 넘겼다. 느낌이 좋다. 새것이 아니어서, 시간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변함이 없어서 더 좋다.
지금은 시골의 여느 작은 성당처럼 보이지만 그 당시엔 꽤 큰 성당이었을터이다. 2개의 첨탑이 우뚝 서 있는 성당의 기개가 예사롭지 않다.
지역적 위치, 역사나 생김새, 신앙적 의미까지 공세리성당과 많은 부분 닮아있는 듯 하다.
"합덕, 가재, 예산, 세 지방의 수천 명 교우가 일시에 모여와 70여 호의 교우 집은 모두 만원이 되었으며... 익일 9일에는 아침 7시에 주교 각하께서 축성식을 거행하신 후 미사를 드리실 때 천여 명에게 성체와 102명에게 견진성사를 주셨더라. ... 이 경사를 미리 들은 관공서 직원과 외교 유력자들은 축하하는 정을 표하기 위해 다수히 참예하였으며 그 외에 구경삼아 모여든 외교인은 무수하여 8, 9 양일 동안의 합덕 동리는 사람바다를 이루었더라."
- 1929년 경향잡지(합덕성당 홈페이지: http://hapdeok.tjcatholic.net/) -
성당의 전통적인 구조(뭐라고 해야할지... 여튼 초기 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와 조금은 엉성해보이는 성탄 장식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제대와 십자가도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크고 잘 다듬어놓은 성당들이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묵은 느낌이 드는 이런 분위기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
합덕성당에는 4분의 성인유해를 모시고 있다. 김대건 신부님, 앵베르 범 라우렌시오 주교님, 샤스탕 정 야고보 신부님, 모방 나 베드로 신부님의 유해가 측면 제대에 모셔져 있다. 뿐만 아니라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의 스승이었던 메스트르 이 요셉 신부님, 랑드르 홍 요한 신부님의 묘도 이곳에 있다가 얼마전 대전신학교 성직자묘지로 이장되었다. 또 페랭 백문필 신부님에 대한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이런 영향에서인지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은 수도자와 성직자가 이곳을 터전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리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모양의 고백소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예수님이 꼭 "이곳으로 오는 이는 누구든 내가 따뜻하게 안아주겠노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차가운 눈으로 가득한 이곳이 결코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합덕성당에서 4km, 차로 5분, 도보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곳에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지인 솔뫼성지가 있다. 예정에 없이 들렀던 곳이라 반드시 다시한번 드르리라. 솔뫼의 소개는 그때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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