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바다의 내음이 코끝을 건드리는데 늘 느꼈던 찝찝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휴가가 시작되었을 법도 한데 해안이 아직 한적한 걸 보면 아마도 우중충하고 쌀쌀한 날씨탓이 크리라. 어떻게 찾아온 브라이턴인데 날씨에 굴할 순 없지. 일단 한껏 즐겨보는 거야! ^^
휴양도시답게 대형호텔체인이 당당하게 서 있다. 겉으론 별 관심없는 척, 속으론 언젠가 저 곳에 묵어보리라 다짐하면서 지나쳐 오는 길.
1. 브라이턴에 남은 2개의 Pier(부두) 즐기기!
1866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잔해만 남은 West Pier의 모습!
한때 브라이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품고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온데간데 없이 쓸쓸히 뼈만 남았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해와 바람을 피하고, 바다가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바라봤을텐데... 특히 West Pier에서는 1916년 완성된 거대한 콘서트홀이 있었는데 찰리 채플린도 이곳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2002년 12월 거대한 폭풍을 맞으면서 콘서트홀이 붕괴되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3년 3월 화재가 나면서 5월 완전히 숨을 거두었다.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아마 숭례문을 바라보고 있었던 우리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과거 West Pier의 모습 및 불에 탄 콘서트홀의 모습↗>
<↖콘서트홀의 모습 및 Pier의 놀이기구↗>
사진출처: West Pier홈페이지(http://www.westpier.co.uk/gallery/20th-century/)
현재의 해안에는 새하얗게 채색된 브라이턴 부두(Brighton Pier)가 West Pier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프랑스로 부터 입항한 배들의 최종 목적지로 이용되었던 곳으로 1823년 Chain Pier의 형태로 건설되었다. 덕분에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바닷물에 젖지 않고도 배에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가 많아지자 점차 휴양시설들이 세워지게 되면서 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Pier란 '부두'와 함께 '잔교'라는 사전적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브라이턴 부두는 잔교 위에 아름다운 건물을 얹어두어 해양건축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한다.
Brighton Pier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Pier건축물(영국은 200여개의 pier건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50여개만 남아있다고 한다)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Pier의 대표적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잔교 위의 건물에 마련된 오락실이나 유흥시설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뭐니뭐니 해도 바다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여유를 부릴 수 잇는 것. 그것이 바로 Pier가 가진 최대의 매력인 것 같다.
코카콜라 광고를 비롯한 각종 광고, 영화,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고, 왕족들도 이곳을 자주 찾고 있으며 Spice Girls, 5ive, Robbie Williams 등도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영국인들의 휴식처이자 문화재인 이곳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보수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으스러진 나무를 떼어내고 규격에 맞게 잘 잘라진 나무판을 새롭게 넣으니 감쪽같아졌다. 그 아래로는 파도가 치는 바다가~~ 시간의 때가 묻으면 옆에 있는 나무들처럼 변하겠지. 그런 더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리라.
2. 브라이턴 부두의 Attractions 즐기기!
브라이턴 부두의 끝은 다양한 attraction과 ride가 있다. 첫 이미지는 꼭 월미도 놀이공원에 온 듯한 느낌?!
실제로 성난 새도 한번 떨어뜨려 보고, 총도 한번 쏘아보고, ㅎㅎ 유령이 나오는 귀신의 집도 잊어선 안되쥐~
이 정도는 한번 타줘야겠지? ^^
역시 이런 놀이공원은 청소년들의 아지트!
가족단위로 찾은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발랄한 우리의 청소년들이 놀고 있는 모습은 저절로 웃음이 나게 한다. 다만 이럴 수 있는 시간이 얼마없다는게 한국 청소년들의 슬픔이자 아픔이지만 말이다.
3. Fish & Chips의 정신적 본고장에서 제대로 즐기기!
그다지 먹을게 없다고 음식 얘기만 나오면 꼬리를 내리는 영국이라도 Fish & Chips 얘기만 나오면 우쭐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패스트푸드점에서서나 바(Bar)에서도 만날 수 있고, 근사하게 차려놓은 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이렇게 다채로운 음식이 또 있을까.
Fish & Chips가 영국 전역에서 인기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맛볼려면 신선한 Fish를 쉽게 만날 수 있는 해안가에서 먹는 맛이 제대로가 아닐까. 브라이턴은 자칭 Fish & Chips의 "정신적 고향(Spiritual Home)"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Fish & Chips를 맛보지 않는다는 것은 브라이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커다란 종이박스에 가득히 채워져 나온 Fish & Chips는 보기에도 푸짐하지만 둘이서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이니 실제로도 제 몫은 단단히 한 셈이다. 흰살 생선(대개 대구를 사용한다)을 기름에 바싹하게 튀겨 감자를 곁들이고, 다양한 소스를 가미하니 꽤나 근사한 한끼 식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Fish & Chips가 영국 전통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런던의 대표적인 변두리였던 이스트엔드(East End)에 가장 먼저 오픈한 것으로 보아 공장지대에서 노동자와 빈곤층 사람들이 즐겨먹으며 그들 사이에서 퍼져나가 인기음식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지금은 Fish & Chips연맹(NFFF)도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단다.
Fish & Chips를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적정한 온도로 튀긴 후 소금을 살짝 뿌리고, 식초를 곁들인다. 요즘은 식초대신 HP소스라는 것을 곁들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소금과 식초를 뿌린 후 입맛에 맞는 소스를 찍어 먹으면 된다. 레몬을 살짝 뿌려도 좋다.
그 후에도 Fish & Chips가 그리워 또 다시 찾은 적이 있다. 이렇게 종이에 싸서 먹는 Fish & Chips도 일품이다. 요즘 올림픽 때문에 Fish & Chips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 올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런던 시내보다는 외곽지 쪽이 더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듯 하다. 해안가 브라이턴에서 먹는 신선한 Fish & Chips도 단돈 6.45£밖에 하지 않으니 말이다.
<John Constable의 "Chain Pier, Brighton", 1827년>
충분히 배를 채웠다면 여유로운 바다를 보며 한가로움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짜 휴가를 즐겨보는 거다. 영국의 그들처럼...
물론 이후의 일정에 무리가 없도록 즐겨야겠지? 브라이턴의 아름다움에 빠져 이스트본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래서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후회없는 여행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즐거운 브라이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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