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에 무지하게 북적였을 부석사.
작년 가을에 들렀던 부석사가 괜히 기억에 떠올랐다.
부석사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는 이곳이 관광지인지, 마음을 딱는 신성한 성지인지 살짝 헷갈리게 한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품은 부석사이지만 무엇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관람의 자세는 무지하게 달라질 듯 하다. 나? 글쎄... ^^;
이 친구는 기적을 만났을라나, 아니면 순수한 자기의 힘으로 수능대박의 기쁨을 맞았을라나... ㅎㅎ
<부석사 삼층석탑: ↖서탑, 요건 위쪽에 있는 다른 탑↗>
어느 산사에 가든 만날 수 있는게 석탑인데 부석사 석탑은 조금 특이하다. 쌍으로 이루어진 탑인데 서로 저~ 멀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동쪽에 하나, 서쪽에 하나. 또 하나는 법당 앞에 있어야 할 탑이 둘다 엉뚱한(?)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이래뵈도 보물이라는 사실.
화엄종의 본찰인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 의상대사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 부석사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
아마도 연휴때였던 것 같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는지 올라가는 길에 멈춰서 사진찍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이렇게 여유가 생겼다. 나무결에서 오래된 멋을 볼 수 있었던 누각이 맘에 든다.
범종각 앞에서. 고즈넉히 바라봤다면 참 좋았을 이곳 모습인데 정신없이 밀려올라오다보니 그렇게 바라볼 여유도 잃어버렸다.
몇 개의 관문을 거쳐 안양루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최고의 절경이다. 이렇게~
더 이상 덧붙일 말이 필요없다.
통일신라시대 석등으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작품으로 꼽힌다는 부석사 석등이다. 아래 연꽃모양이 더 인상적인 석등이다. 실제로 불을 켜두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한창 공사중이던 무량수전의 모습. 이 때 부석사는 무량수전 뿐만 아니라 곳곳이 공사로 가려지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보고자 했던 것들을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섭섭함과 아쉬움이 요동치던 그날. 이상하게 이날은 그 멋지다는 부석사의 은행나무 길도, 무량수전도, 그리고 부석사의 전체적인 풍경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中에서)"
이렇게 극찬했던 구절을 보며 꿈꿔왔던 부석사였는데 지붕 추녀도, 배흘림 기둥도, 문창살, 문지방도 무엇하나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긴 어쩌면 그 만큼 볼 수 있는 눈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조사당, 자인당, 응진전 등 작은 사찰들이 있는 곳으로 조금 더 올라가 본다. 좁은 산길에 접어들면서 아래보다 더 염원의 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쉽게 범접하지 못하게 만드는 싸리문. 온전히 분리되어 닦음에 닦음을 더하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곳이 조사당이다. 의상대사와 관련된 신기한 전설이 담긴 '선비화'가 있기 때문이다. 의상대사가 중생을 위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이곳에 꽂았더니 가지가 돋아나면서 잎이 뻗었다고 한다. 퇴계 이황이 이 선비화를 보며 시를 짓기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어쨌든 그 때부터 특별히 물을 주거나 하지 않아도 이렇게 푸른 빛을 띄며 살아있다고 한다.
조사당은 건축사적으로도 귀한 목조건축물이라 한다. 의상대사 벽화도 있다.
한쪽 끝에 아주 작은 건물이 홀로 서 있다.
이렇게 멀리서나마 맞배지붕을 바라본다.
내려오는 길에 만났던 사과밭. 영주에도 사과나무에 열매가 꽤 많이 열려있다. 알고보니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이 정식 방문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민가가 있는 쪽으로 차를 타고 올라갔더니 부석사 바로 앞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래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부처님이 오셨다는 오늘, 부석사를 기억하며, 범어사를 기억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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