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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죽음의 여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알려주는 생명이야기다. 스위스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쉬운 것 없이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어떤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험한 세상을 찾아나가게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조금은 놀라운 스토리였다.
서두를 읽어가면서는 '따뜻한 가족분위기에서 부러울 것 없이 자라나 흔히 말하는 '박애'로 자신이 가진 것의 끝자락을 나누어 주었구나'라고 밖에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페이지가 점점 넘어갈수록 그녀의 인생여정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 가지확언할 수 있는 것은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많은 스승을 두었고, 그리고 그녀는 그러한 스승들의 말과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을 통해, 한 줌의 흙을 통해, 한 아이의 엄마를 통해, 작은 아이를 통해, 청소부를 통해...
의사였다.
과학자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명의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지난 학기 [죽음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내 삶을 바라보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죽음학의 끝에는 삶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도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죽는 순간까지 함께 했지만 결국 그녀가 함께한 것은 그들의 삶의 한 순간을 따뜻함으로 함께 채웠다는 것이다. 죽음이 아니었다. 삶이었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죽어가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함께하는 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결국엔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최선을 다한 삶이 있어야 아름다운 죽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으로 새긴다.
말년에 그녀의 삶은 나에게 조금은 혼란을 주었지만 죽음의 곁에서 변함없이 한 길을 추구한 그녀의 삶에 나도 찬사를 보낸다. 어찌 힘든 일이 없었으리오. 아주 잠시 죽음의 곁에서 일해 본 경험으로도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아픈 것인지 몸으로 느꼈는데 일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그녀의 삶 자체도 그리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생각한다. 그녀가 표현한 것 보다 더...
故 최진실의 일로 온 나라가 술렁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녀와 나와도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아직까지 믿기 어려울 뿐이다.
만약 그녀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를 알았다면 지금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그냥 버리진 않았을텐데... 이 책에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 신체를 떠난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게 정말이라면 그녀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텐데... 그래도 다행인건 죽음이 항상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순간엔 그 때의 편안함과 행복함을 이야기했던 많은 먼저 간 사람들의 말을 믿고 싶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슬픔, 삶의 모든 것을 보여준 그녀가 이제는 편안한 안식을 얻기를 기대해본다.
쉽지 않은 한 생이지만
살아야겠다. 꿋꿋하게, 삶을 다하지 못하고 먼저 간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그게 죽음을 준비하는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죽을 때까지 지금의 일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할 나에게도 던져주는 것이 많다. 이론과 과학이 중요하지만 그 전에 빠지면 안될 것.
그것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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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살아난 생명을 증오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만 사용한다면 히틀러와 다를 바 없어요. 증오심을 퍼뜨리려 애쓰는 슬픈 희생자의 하나가 될 뿐이에요.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는 과거로 돌릴 수 밖에 없어요."
의사가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스스로 너그럽고 친절하고 섬세하고 애정어린 인간이 되어주는 것이다.
환자와 친해지고 나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따름이에요. 약물로 마비시켜놓고 칠되기를 바라는 건 무리입니다. 인간으로 대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은 도움이 되지만 지식만으로 사람을 도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머리와 가슴, 혼을 다하지 않고는 단 한 사람의 인간도 도울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약물이나 과학을 뛰어넘는 치유력이 있다.
대부분의 의사가 환자의 마음과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병원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긴장이라는 단순하고 현실적인 감정에 대면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환자를 인간 동료로 대우할 필요가 있었다.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다. 삶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다. 뛰어난 의사들도 죽음이 삶의 일부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영위하지 못한 사람은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우리가 성장하는데 특별한 스승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삶의 스승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아이로, 말기 환자로, 청소부로... 세상의 그 어떤 학설과 과학도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
과학이라는 힘으로 의학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병을 치료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진정한 사랑'을 배우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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