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네시안 문화센터의 가장 인기 프로그램이자 최대의 야심작인 카누 선상쇼를 보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직 10여분의 시간이 남아있는데 벌써 좌석은 만원 사태... 하루 단 한번의 공연만 진행되다 보니 폴리네시안 문화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일정은 이 카누쇼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우리 역시 이 카누쇼를 보기 위해 공연장 주변을 오가며 시간을 맞출 정도였으니까...
일찌감치 자리잡은 사람들은 사전공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선 앞쪽 공연보다는 곧 시작될 카누쇼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 같다. 큰 눈동자를 굴리며 어디에서부터 시작할까 싶어 살피고, 가족들과 기대감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나부터가 그들의 공연보다는 선상쇼에 더 관심이 있으니, 그리 본 것도 어쩌면 내 마음대로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어디에 앉으면 카누쇼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싶어 이미 자리잡고 앉았음에도 계속해서 다른 자리를 탐색하고 있으니 그들의 음악소리가 들릴리 만무하다.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혹시나 지루해 할 사람들을 위해 카누 매점이 등장했다. 아이스크림도 팔고, 과일화채도 팔고, 목을 축일 수 있는 음료도 팔고 있다. 곁가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나는 이번에도 역시 그들이 파는 것 보다는 폴리네시안 문화센터에서만 볼 수 있는 카누매점이라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불러대는 탓에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볼거리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번호표도 발부해야할 지경이다. ^^
결국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섰다. 햇살이 정면으로 내리쬐는 자리라 건너편 햇빛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오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래도 햇빛이 그대로 비치는 곳은 장시간 공연을 보기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넓은 자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냥 물 밖에 없는 곳이지만 바로 여기가 선상쇼가 열리는 주무대이다. 카누 선상쇼는 하루 1회 열리지만 엄청나게 몰릴 인파를 대비해 상류와 하류, 2곳에서 열린다.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물줄기를 타고 내려가 아래쪽에서 한번 더 공연한다. 관람객들은 좀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 좋고, 연기자들은 1번의 공연을 연이어하면서 수고를 덜고... 관람객도 연기자도 모두 1석 2조의 시간이다.
건너편에 있을 땐 몰랐는데 이곳에도 특별석이 있다. 아마도 입장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별석에선 시원한 그늘에서, 무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고, 특별히 그들을 위해 서빙해주는 전담 직원까지 배치되었다. 역시 하와이는 대표 자본주의 국가, 미국땅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제일 첫 주자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왕조 카메하메하를 표현하는 것인 것 같다. 아주 위엄있는 표정으로 관람객들 주변을 한 바퀴 돌아간다. 특별한 퍼포먼스가 없이도 환호가 대단하다. 아마도 왕의 대찬 기개에 눌려그런게 아닌가 싶다. ㅎㅎ
모두들 열광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무대보다는 다른 곳에 있는 듯 하다. 긴 공연 시간 내내 강을 내려다 보고, 손을 넣기도 하고, 물고기를 관찰하기도 하는 등 무대쪽으로는 영 관심이 없다. 하긴 나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가족 모두가 <킹콩>이라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었는데 나랑 동생이랑은 밖으로 나와 TV로 만화영화를 봤었다. 그러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아빠한테 무지하게 혼났다는... 그 때 기억이 나서 슬며시 웃음이 난다.
사모아팀의 공연은 웃음을 저절로 자아낸다. 그들의 춤사위도 인상적이었지만 포퍼먼스일테지만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며 싸워대다 결국 한 사람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물 안에서 배를 밀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ㅎㅎ 배 위에 타고 있는 사람도 즐거워하고,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도 너무 즐거워 한다.
이번엔 하와이팀 공연이다. 하와이팀은 저 멀리서부터 훌라춤을 추며 미끄러져 내려온다. 하와이의 푸른 물결 같은 치마를 출렁이며 추는 훌라춤은 내 몸까지 들썩이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만 그럴 뿐.... 이럴땐 둔해빠진 내 몸이 살짝 미워지려 한다.
이번엔 태양과 같이 붉은 빛으로 다가오는 통가팀이다. 머리에 꽃도 꽂고... 새하얀꽃이 옷과 피부와 너무 대조적이라 더욱 눈에 띤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고기떼들에게 빠져 있다. 보고 있으니 꼭 물에 빠질 것 같은데 어떤 부모도 이 아이들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아마 저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지 싶다. ㅎㅎ 괜히 혼자 불안에 떨고 있다.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타히티 여성들이 너무 자신감 넘쳐 보여 괜히 기죽는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화사하게 웃어주며 손을 흔들고, 어떨 땐 윙크까지... 이런데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람은 이곳의 분위기를 한껏 내면서 새빨간 꽃들을 관객들을 향해 뿌려댄다. '자~ 이곳에다 하와이의 추억을 새기세요! 당신 마음을 이곳에 던져놓고 가세요~'하고 노래하는 것만 같다.
자신들의 색을 간직하면서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도 있는 용기! 그 자신감이 여기 폴리네시아의 섬들이 지금까지 굳건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다. 첫째와 둘째가 그렇고, 일본과 한국, 중국이 그렇고, 영국과 프랑스가 그렇듯이 대개 붙어있으면 싸우거나 피터지는 경쟁을 하기 마련인데 조화를 이뤄나가는 그들 안에서 평화와 안락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점이 그들이 사랑받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바다 마을 이야기(Ocean) > 하와이(Hawa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와이 토속음식을 원한다면 The willows로 고고씽~ (2) | 2011.09.09 |
---|---|
무지개 너머에는 서핑의 천국, 할레이바 마을이 있다! (10) | 2011.09.04 |
[오하우] 폴리네시아 섬들의 장기자랑으로 뜨거운 바로 그곳! (10) | 2011.08.26 |
[오아후] 하와이에 있는 작은 폴리네시아 (6) | 2011.08.22 |
[오하우] 하와이의 7번국도-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가다 (12) | 2011.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