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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하와이(Hawaii)

[오아후] 하와이의 모든 힘이 집중된 곳은 바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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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올라니 궁전 정원>

와이키키에서 간단한 물놀이를 끝내고 본격적인 하와이를 만나러 나왔다. 처음으로 간 곳은 하와이, 아니 미국에서 유일하다는 궁전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왕조'와는 관련이 적은 나라라 궁전은 생각도 없었는데 하와이엔 하와이 왕조의 궁전이 남아 있었다. 하긴, 하와이도 침략으로 아픔을 겪어야 했던 곳이 아닌가. 하와이 왕조가 만든 궁전으로 1882년에 세워진 곳으로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하와이 왕조 문장>
 

하와이 왕조를 상징하는 문장이 궁전 곳곳에 장식되어 있다. 색이 강한 하와이 이미지에 딱 어울리게 생겼다. 이곳 말고도 하와이를 여행을 하다 보면 도로표지판 등에도 이 문장이 그려진 곳이 있다. 아마도 왕조와 관련된 관광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이 자랑하고 싶은, 그들 마음에 남아있는 유일한 왕조라 그런가보다.

<이올라니 궁전>

이올라니 궁전은 칼라카우아 왕이 만든 궁전이다. 칼라카우와 왕은 하와이왕조의 막바지를 장식한 왕으로 똑똑하고, 다방면에 있어 많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특히 왕이 되고 난 뒤 하와이의 전통문화를 살리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한때 폐지되었던 훌라댄스도 그가 부활시켰다고 한다. 훌라댄스가 없는 하와이? 이것이야 말로 앙꼬없는 찐빵이 아닌가. ㅎㅎ
미국과의 수출입의 길을 열기도 했지만 이것이 득만을 가져다 준것은 아니었나보다. 시장의 개방으로 막대한 자본을 가진 미국의 자본가들이 하와이를 점령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정치에까지 미쳐 결국은 진주만까지 내어주게 되었다.
그렇게 많은 개방을 하면서 8개월간의 세계여행을 떠나기도 했는데 하와이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문명을 접하게 되면서 이 궁전을 계획하게 되었다. 영국의 대관식에 반해 하와이에서 자신을 위한 화려한 대관식을 열었는데 그것이 무너짐의 시작이었던가. 하나의 왕조가 그 자신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게 되면 그 때부터 국민들은 괴로움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칼라카우와 왕의 화려한 대관식은 하와이 원주민들을 어려움에 빠뜨렸고, 덩달아 하와이의 많은 땅들이 백인의 손으로 들어가버렸다. 점점 커져가는 백인의 힘을 그의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하와이 왕권은 백인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정치적 분쟁으로 하와이가 가득차 있을 때 그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고, 그곳에서 사망했다. 결국 그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하와이를 지키지 못했던 셈이다. 하지만 미국 유일의 왕궁은 남겼으니 다행이라 해야하나?
흥선대원군의 모습이 떠오른다. 닮았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그들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올라니 궁전은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둘러볼 수 없다. 오후 5시면 문을 닫으니 확인하여 투어예약을 하고 찾아가야 한다.

www.iolanipalace.org

<하와이 주정부청사>

이올라니궁전 바로 옆에 하와이 주정부청사가 있다. 호놀룰루 다운타운 중앙에 있으니 지리적으로든, 심정적, 행정적으로든 진정 하와이의 중심에 서 있다.


하와이주정부청사 앞에는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그녀의 뒤로는 이올라니궁전이 있다.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의 뒤로 경비병처럼, 호위병처럼 늠름하게 서 있는 저 나무는 뱅골보리수(반얀나무)로 하와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 그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한 밤중에 보면 정말 호위병이라 생각하고 도망갈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유령이 나올 것 같기도 한 저 나무숲은 봐도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저게 한 나무라면 믿을 수 있을까? 가지인지, 뿌리인지 알 수없을만큼 수없이 뻗어나와 땅과 나무를 잇고 있다. 큰 건 100평을 넘길 수도 있다고 하니 우습게보면 큰일 난다. ㅎㅎ

<릴리우오칼라니 여왕>

정부주청사 건물 뒷쪽에 우뚝 서 있는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은 칼라카우와 왕의 동생으로 하와이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여성이다. 칼라카우아 왕이 여행할 땐 그녀에게 하와이를 맡길만큼 정치적으로 뛰어났다고 한다. 오빠가 저질러놓은 과오로 미국과의 합병이 임박해오자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물론 성공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참, 하와이왕조 최초로 한센병자들이 모여있던 몰로카이를 방문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오랫동안 왕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년 동안 왕의 자리에 있으면서 이올라니 궁전에 갇히기도 하고 퇴위를 강요당하기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를 마지막으로 하와이 왕조는 사라졌지만 지금까지도 그녀는 '알로하오에'라는 노래로 남아있다.

검은 구름 하늘을 가리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
다시 만날 날 기대하고 서로 작별하여 떠나가리
알로하오에 알로하오에
꽃 피는 시절에 다시 만 나리 알로하오에 알로하오에
다시 만날 날까지 들려오는 저 물새 소리도
이별을 서러워하고 날마다 가는 갈매기 떼들 우리의 작별을 슬퍼하니
알로하오에 알로하오에
꽃 피는 시절에 다시 만 나리
알로하오에 알로하오에
다시 만날 날까지 

이 노래가 바로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작사작곡 한 노래이다. 지금까지도 하와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로 남아있다. 시쳇말로 국민가요가 된 셈이다.


<주정부청사 내부>

주정부청사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건물답게 생김새 곳곳에 하와이와 관련된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다. 특히 바닥 모자이크는 하와이의 영롱한 바다빛을 담고 있는 듯해 속까지 후련해지게 만든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그저그런 모자이크 돌은 아닌가 보다.

 

주정부청사의 중앙은 천정이 뻥 뚫린 상태로 개방되어 있어 하와이 바람을 시원스레 통과시킨다. 이 중앙에서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모두 8개인데 하와이주에 위치한 주요 섬 8군데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한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물은 태평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태평양 가운데 자리한 하와이를 상징하는 셈이다.

 


뻥 뚫린 하늘이 너무 시원스럽다!

<다미안 신부 동상>

주정부청사의 전면에는 다미안 신부님의 동상이 있다. 내가 하와이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다. 오래 전 다미안 신부님의 전기(?)를 눈물 펑펑 흘리며 읽고 그 분의 흔적을 따라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이번 일정으로는 몰로카이까지 가진 못했지만 이곳에서라도 만날 수 있었으니 어느정도 위로는 된다. 우리나라에 이태석 신부님이 계시다면 하와이엔 다미안 신부님이 계시다. 어쩌면 이태석 신부님도 다미안 신부님의 삶에서 인생의 이정표를 세웠을지도 모른다. 적대감, 거부감, 두려움으로 가득한 한센인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던져준,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고 사랑이 되신 분이다. 정말 발 끝만치도 따라갈 수 없는 분이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었음에 나 또한 기쁨을 느낀다.

<이올라니 궁전의 정원>

다시 이올라니 궁전으로 돌아와 정원을 둘러본다. 해가 어느 정도 넘어간 시간이라 햇빛도 강하지 않고, 시끌벅적하던 여행객들도 사라져 한산한 이곳에 가족단위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영화에서 보던 전형적인 미국 공원의 모습이라 거리는 멀지만 이곳도 미국땅이구나 싶다.

<코끼리 나무>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코끼리 같이 보이는 나무다. 아니,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코끼리다. ㅎㅎ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생겼을까. 언뜻 보면 문어같기도 한 이 나무가 너무 신기하다. 아~ 기념촬영한 사진은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흑흑!!

이제 배를 채우러 가야겠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첫번째 식사이니 만큼 기대도 만땅으로 채워서 간다. 저 뱅골보리수 나무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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