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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로마] 드디어 로마에 입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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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시에서 출발해 로마까지 2시간여.. 한국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10일만이다. 세상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한 나라의 수도이기 이전에 세상의 중심이 되었던 하나의 세상에 당도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로마의 첫인상은...
한적한(?) 아씨시에서 출발해서인지 첫 발을 내딛은 테르미니역은 부산스럽기 그지 없다. 길게 늘어서 있는 플랫폼도 너무나 새삼스럽다. 서울에 올라온 시골쥐처럼 행여 누가 코라도 베어갈까 싶어 두리번 두리번, 짐가방을 꽉 쥐고 입구로 향하니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아~ 이게 로마구나 싶었다.
이렇게 정신없는 로마에서 기적처럼 3년여 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고 로마를 만나러 함께 나섰다.


로마에서의 첫날은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남아있던 성베드로 성당(하지만 사람들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을 보러 이곳에 온다)
캄피돌리오와 포로 로마나 일대, 콜로세움에서 보냈다.

로마에서는 '바티칸은 꼭 가봐야겠지?'라는 생각외에는 '무엇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보려고 할 수록 그 안에 갇혀버릴 것 같아 그랬던 것도 있고,
기적처럼(그렇게 믿고 싶은...) 만날 수 있었던 그분과의 만남만으로도 충분할거란 생각이었다.
간혹 여행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소중한 지인을 만나게 되면 '여행지'와 '그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난 대체로 사람을 선택하려 한다. 내가 대단한 인본주의자거나 있어보이려는 건 아니고, 만남의 기쁨이 더 큰 것도 있고, 그저 그들이 알아서 해주리란 강한(?) 신뢰감 때문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몇 번의 경험으로 알았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더 많은 곳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나는 이곳에 살고 있는 그들을 더 많이 알고 싶어하고... 서로에 대한 반가움과 애정이라는 같은 마음이 또 다시 이런 갈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런 갈등도 여행에선 행복이다.




콜로세움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던 곳이다.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여행의 대표 이미지로 자리한 콜로세움을 만났을 때 '언제 한번 우리가 만났었나' 싶을 정도의 익숙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콜로세움을 잘 알고 있다는 익숙함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가 모두라 믿는 내 신념에 대한 익숙함이었나보다. 실제로 들어가보는 콜로세움은 어마어마했다. 2000년이라는 세월 가까이 건재함을 자랑하며 피와 물을 담아왔던 콜로세움에 현대의 사람들은 탄식을 담아두고 돌아온다. 이곳에서 죽어갔던 검투사들에게 사죄라도 하듯 자신의 몸을 하나씩 떼어주는 피나는 성찰끝에 이제는 로마시민들의 자부심으로 남았다.


로마에서의 하루 반...
그날의 흔적은 내 기억에만 남아있다. 멀쩡하던 DSLR의 메모리카드가 스위스에서 오류를 내면서 한장을 찍을 때마다 사진이 사라져갔다. 내가 스위스를 찍어댈 때 로마는 그렇게 날아가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거금(?)을 주고 복구한 메모리카드에서 소중한 인연을 찍어두었던 사진과 함께 로마에서의 하루 반이 사라져있었다. 그래도 다른 날들은 되살리지 않았냐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화장실은 들어갈 때와 나올때의 심정이 다르다고 이미 복구한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고마움보다 더 커져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내게 로마에서의 하루하고도 반나절의 시간은 영원히 기억속에 잊을 수 없는 짙은 추억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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