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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밀라노] 세계 오페라의 전당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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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

점심을 먹으며 약간은 지루한 시간을 보낸 뒤 그렇게 원하던 라 스칼라 극장으로 향했다. 라 스칼라 극장이 세계 최고의 무대를 가지고 있고,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라는 말을 들으며 대단한 뭔가를 기대했나보다. 시드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파리의 국립 오페라극장, 빈의 오페라하우스도 저 멀리서부터 그 광채가 어마어마하다. 헌데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라 스칼라 극장의 겉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

이탈리아를 대표하고, 전 세계 오페라의 메카로 입지를 굳힌 라 스칼라 극장은 1776년 마리아 테레지아가 짓기 시작하여 1778년 개관하였다. '라 스칼라'라는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라스칼라 교회 터에 지어진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스칼라(scala)는 이탈리아어로 계단을 뜻한다. 당시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었던 라 스칼라 극장은 1872년 밀라노의 소유로 넘어왔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문을 닫아야 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문제없이 극장을 지킬 수 있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폭격으로 인해 파괴되었다가 1946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갔을 만큼 거장들이 활약할 수 있는 명성이 높은 무대였다. 오페라의 작곡가로 유명한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베르디, 토스카니니, 드니체티, 벨리니 등이 이곳을 거쳐갔고, 마리아 칼라스, 레나타 테발디, 지안 카를로 델 모나코, 엔리코 카루소,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의 오페라 가수가 이 곳을 거쳐갔다. 우리나라의 대표 성악가, 조수미도 이곳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많은 거장들이 거쳐간 만큼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유럽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굳혀나갔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게 되었다.
개관이후 베르디의 나부코, 돈카를로, 오텔로, 활슈타프, 푸치니의 투란도트 등이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입장료: 5 Euro
관람시간: 9시~12시, 1시 30분~5시 30분



<라 스칼라 광장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상>

이탈리아의 많은 곳들이 그렇듯이 점심시간을 전후하여 휴식을 취하는 시에스타(La siesta)로 라 스칼라 극장도 깊은 낮잠에 빠져있다. 사실 여행자에게 이 시에스타는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일단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게 되면 마음도 조금 급해진다. 점심시간이니 식사를 하면서 기다리면 되지 않냐고 그럴 수도 있지만(나도 그리 생각했으니...)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관광지마다, 상점마다 시에스타로 지정된 시간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지역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물론 요즘은 정보가 다양하게 제공되니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유명 여행지가 아니라면 충분히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나저나 다빈치 아저씨랑 이곳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라 스칼라 극장 앞 광장에서 유유히 극장을 바라보고 있다.

<라 스칼라 광장과 그곳에서 본 라 스칼라 극장>

라 스칼라 극장이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빵도 한 조각 먹고, 주변 사람들 구경도 하고 이젠 극장으로 들어간다. 첫번째 사진에서 본 아저씨처럼 사진을 찍으면 왼쪽 사진처럼 나온다. ^^

<극장 옆 복도>

앞쪽만 바라보고 작다 생각했는데 옆쪽으로 돌아오니 상당히 큰 것 같다. 하기야 무대 규모로는 유럽 최대라고 하니 그 명성을 내가 너무 우습게 생각했나보다. 입구를 못찾아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데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학생 한 무리가 입구를 가리킨다. 덕분에 드디어 입구를 찾았다.



<극장 복도에 전시되어 있는 오페라 포스터>

입구를 들어서 극장이 있는 로비로 올라가는 길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공연된 오페라의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눈에도 역사적 흔적을 살필 수 있는 포스터들이다. 1880년대, 1920년대, 1950년대, 그리고 최근까지의 포스터들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드레스 입고, 부채 바람을 날리며 쌍망원경을 통해 무대를 바라보던 그 모습이 이곳의 풍경이었다 생각하니 들어서기도 전에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로비로 향하는 계단식 복도>

포스터 한장, 한장이 모여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순한 종이 포스터 한장인데 라 스칼라 극장의 명성때문인지 그 무게는 몇 천장, 몇 만장의 종이를 합한 것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듯 하다. 비록 이곳에서 오페라는 보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한번 찾아 저 포스터들의 주인공이 되어보리라 맘 먹는다.

<로비 전시물-푸치니, 토스카니니>

2층으로 올라와 중앙홀에 서니 오페라의 두 거장, 푸치니와 토스카니니의 흉상이 보인다. 세계대전 후 무너진 라 스칼라 극장의 재건에 토스카니니가 큰 역할을 했단다. 그의 자선 연주회를 통해 모아진 기금이 경비의 일부로 사용되었으며, 토스카니니는 이 극장의 예술 감독으로 재직한 적도 있단다. 토스카니니의 훌륭한 걸작들은 거의 이곳에 있으면서 내놓은 작품들이다. 베르디도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 작품 중 10개를 이 극장에서 초연할 만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모니터가 한국의 삼성 모니터이다. 많은 로비로 스폰서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괜스레 우쭐하며 한컷 찍어봤다. 아래에 선명하게 파트너임을 자랑하며 라 스칼라 극장의 고유 로고가 찍어 놓았다.

<본 공연장>

라 스칼라 극장의 메인무대이다. 말 그대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객석의 정중앙 천정에 달려있는 샹들리에도 장난이 아니다.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설립 당시 유럽 최대의 규모를 가진 극장이라는데 규모 뿐만 아니라 색채도 너무나 화려하다. 붉은 카펫이 깔린 내부는 누구든지 이곳에 오면 이 시간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한창 무대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공연을 위한 무대장치 설치인가? 지금은 밀라노의 오페라시즌도 아닌데... 라 스칼라 극장은 특정 시즌 동안은 발레와 오페라를 공연하고, 그 외 기간에는 콘서트나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 보통 12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가 오페라 시즌이고 9월부터 11월까지는 콘서트나 발레를 공연한다.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이도 저도 아닌 기간이었는데. 분명 단순 수리가 아닌 무대준비인 것 같다.

<객석>

이게 바로 그 박스석이다. 귀족들만 앉을 수 있었던 그곳이다. 하지만 그땐 지금과 좌석에 대한 기준이 달랐나보다. 일반적으로 2층, 3층의 박스석이 귀족들의 좌석, 1층 무대 앞 좌석은 평민들의 좌석이었다. 건설 당시 라 스칼라 극장은 1층 객석에 의자가 없었다고 한다. 말그대로 스탠딩 석이다. 그 옛날에도 스탠딩 석이 있었구나. ㅎㅎ 그런데 이곳은 1층과 박스석이 부자들의 자리였고, 천정에 붙어있는 꼭대기 자리가 가난한 사람들의 자리였다. 로지오네(Loggione)라 불리는 그 좌석에 앉아있으면서도 즐겁게 관람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고 보니 위에서 1층과 2층은 아래에 있는 박스석들과 달라 보인다. 아마 저 위에서도 서서 관람해야하지 않았을까.


공연은 아니지만 나도 박스석에 서서 극장을 바라본다. 여기에서 마리아 칼라스가 노래하고 조수미가 노래했고, 카루소가, 파바로티가 노래했다하니 그것만으로도 가슴 떨린다. 이 건물 벽들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다 들었을테니 나보다 더 좋은 귀를 가졌겠구나 싶다. 사실 라 스칼라 극장이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음악가가 온다해도 그 명성만으로 이 곳에서 박수와 찬사를 받기는 힘들단다. 워낙에 세심한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는 시설 탓에 작은 실수도 알아차릴 수 있고, 그런 빈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사람들은 금방 알아차린단다. 그저 파바로티가 아니 시쳇말로 그의 할아버지가 와서 노래했다고 환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번 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진다. 도대체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라 스칼라 극장의 전시실>

본 극장에서 나와서 전시실로 향했다. 오페라 악보들과 무대 모형, 악기들, 작곡가들의 조각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은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조금 더 눈에 담는데 성공한 것 같다. 까막눈이니 그냥 눈으로 구경할 밖에 방법이 없지만 전시된 것들을 통해 멋진 오페라를 만들어냈을 그 당시를 상상해 본다. '아마 이렇게 썼을거야...' 싶은 생각으로 둘러보고 나온다. 아까 그 한 무리의 배낭여행객들이 산만하게 돌아다니며 사진 찍어대며 난리다. 어린 아이들이라 그 맘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하지말라는건 하지말지 싶다. 시끌시끌... 나는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나? 이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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