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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의 트램>
너무나 마음에 드는 호텔이었지만 그곳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오늘 반의 반나절, 내일 반나절 밖에 시간이 없기에 헬싱키를 알기 위해선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헬싱키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니라서인지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요즘들어 북유럽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영국, 파리나 로마와 같은 곳과는 정보의 양과 질이 현저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일단 트램을 타고 시내로 나가려하는데 어디쯤에서 내려야할지를 모르겠다. 선택의 여지 없이 홀로 앉아 책을 보고 있던 헬싱키 아가씨에게 질문을 던진다. 근데 의외의 수확을 얻게 되었다. 목적지를 말하니 자기가 내리는 곳에서 함께 내리면 된다고 하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가르쳐주겠단다. 그러면서 연신 헬싱키에 대해서 천천히, 또박또박, 우리가 못 알아들을까봐 반응까지 봐가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센스쟁이 아가씨다. 트램을 타고 가는 동안에서 호텔 근교에서 식사를 하려 한다면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다고 싸면서도 맛있어 가족들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가르쳐 준다. 물론 시간에 쫓겨 가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감동적이다. 트램에서 내리니 우리가 알아듣기 쉽게 가야하는 길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그 주변의 의미있는 곳들까지도 이야기해 준다. 핀란드는 영어를 쓰지 않음에도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그녀가 처음 볼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아~ 이래서 핀란드 교육하나? ^^ 좀 더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녀와 헤어져 우리의 길을 간다.
<헬싱키 시내의 카페들>
유럽에서 참 보기 좋은 광경이 카페 야외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나처럼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는 그런 여유가 부러워 항상 동경만 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다니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기분 좋은 곳이 카페이다. 조금 특이한 것은 마주보는 카페가 아니라 한 방향을 바라보는 카페이다. 갑자기 예전에 봤었던 사랑에 대한 정의가 떠오른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한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어찌 사랑에 대한 정의가 한 가지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연인들이 까페에 앉아 서로를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런데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것도 이곳에서 보니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저 자리에 가득차 있을 연인들을 상상해 본다.
<에스플라나디 공원>
헬싱키 사람들의 중요한 휴식처가 되고 있는 에스팔라나디 공원이다. 헬싱키의 메인거리로 볼 수 있을 만큼 헬싱키 인들의 가슴 속에는 중요한 곳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가, 중앙엔 꽃으로 둘러싸인 시인 루네베리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시인 루네베리>
누군가 했는데 시인이란다. 메인거리인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면 우리로 봤을 때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같은 손꼽히는 역사적 위인이 자리할 것 같은데 시인이라고 하니 약간은 김이 빠지는 것 같다. 동상 아래 책이 쌓여있는 것이 뭔가 학문과 관련된 사람인가보다 했는데... 시인 루네베리는 핀란드 최고의 시인이었단다. 핀란드인들의 애국심을 표현하는 작품을 주로 썼고, 핀란드 국가의 가사도 루네베리가 쓴 것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배운 한용운, 윤동주와 같은 민족시인이었던 셈이다. 그런 내막을 알고나니 충분히 이 자리에 설 만한 사람이라 생각된다.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 우리나라 애국가의 작사가가 안익태 선생이라는 것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작사가가 누구인지는 안익태 선생만큼 익숙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찾아보니 애국가의 작사가는 윤치호 선생이라 한다. 항간에 맞다, 아니다라는 말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애국가의 시작은 윤치호 선생의 글에서 시작된 것 같다. 잊고 있었던 것을 지구 반대편에서 알고 간다.
<카펠리 카페>
멀리서 보이는 카페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포스가 느껴져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판 찍고 가자하며 찍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바로 여기가 유명한 카펠리 카페이다. 100년도 넘은 역사를 가진 카페, 시벨리우스와 같은 유명 음악인들이 즐겨 찾았고, 유명 시인들이 창작의 모티브를 얻어갔던 곳이 이 카페라고 하니 '좀 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올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한잔에 2유로라 하니 여행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인듯 하다. 지금의 모습은 2001년 재단장한 모습이라고 한다.
<하비스 아만다 동상>
발트 해의 처녀로 유명한 하비스 아만다의 동상이다. 이 분수와 동상도 헬싱키 명물이라 할 수 있다. 1908년 조각가 발그렌 빌레가 이 동상을 세울 때만 해도 너무 획기적 누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헬싱키 시의 부활을 의미하는 이 동상은 원래 파리에서 만들어져 이곳으로 오게 되었단다.
<알렉산드르 황제의 오벨리스크>
하비스 아만다 동상 근처엔 알렉산드르 황제의 오벨리스크가 함께 있다. 오벨리스크의 맨 꼭대기엔 쌍두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데 이것이 러시아 왕가를 상징한단다. 러시아의 오랜 지배로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음이겠지? 저 멀리 우스펜스키 사원이 있다. 주로 흰색과 미색 건물이 가득한 이곳에서 붉은 빛과 황금 빛의 우스펜스키 사원은 확연히 눈에 띄는 색다른 건물이다.
이곳을 시장광장(마켓광장)이라 하는데 5시가 넘은 시간이라 썰렁한 분위기이지만 원래 이곳은 북적북적한 시장이 서는 곳이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갓잡아온 생선들과 해산물, 야채들이 가득하고, 잘만 살피면 괜찮은 기념품들도 건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포장마차 까페들도 많이 생긴다는데 핀란드 대통령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아마도 대통령궁이 바로 앞이라 그런가 보다. 카메라를 대동하고 일부러 시장 국수집 찾아가서 광고하는 우리 대통령과는 조금 다른 모습일 것 같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조금 새로운 것은 이런 포장마차에서도 카드결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방향을 약간 틀어 부둣가로 가봤다. 헬싱키는 작은 선박부터 대형 크루즈가 오가는 항구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작은 선박이 정박해 있고, 왼쪽으로 조금 틀면 대형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다. 스웨덴과 다른 북유럽을 오가는 크루즈선들인 듯 하다.
레스토랑인데 벽에 그려진 것으로 보아 1817년에 생긴 듯 하다. 내가 가진 정보로는 핀란드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오래된 건물과 카페들이 많다. 아마 지금 우리가 말하는 '핀란드'라는 나라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나보다. 그렇담 이곳이 러시아에 속해있을 때 만들어진 것이겠지. 일제시대 흔적이 아프다고 모조리 없애버린 것과는 조금 다르단 생각이 드는데 그 이면에 핀란드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저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릴 뿐.
역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건물이 조금 특이해 남겼을 뿐...
섬이 많은 핀란드. 멀리는 못 가도 가까이에 있는 수오멘리나는 가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곳에서 이런 저런 사진을 찍고 수오멘리나로 가는 유람선을 탈 항구로 간다. 여기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이곳에서 의외로 헬싱키의 명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곳이 되어 버렸다. 조용하면서도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헬싱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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