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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마을 이야기(Ocean)/한중일 크루즈(cruise)

[상하이] 건축물 박람회장 와이탄(外灘) & 푸둥(浦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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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에서 바라 본 푸둥>

이틀만에 땅을 밟는 날이다. 이렇게 뜻깊은 날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나를 반겨주면 좋으련만 내 바램은 무너져버렸다. 이미 8시를 훌쩍 넘겼는데도 하늘은 어둑하고 안개가 자욱하다. 하늘 향해 손가락 하나만 뻗쳐들어도 순식간에 와르르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이 무겁게만 보인다. 오후까지 이러려나. 딴건 둘째치고 야경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어야할 텐데... 아침에 일어나 처음 드는 생각이 야경생각이다. 아직 멀리의 일인데 말이다. 빨리 아침식사를 하고 가방챙겨 나가야지, 하는 생각에 밥이 어디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앵커스 어웨이 라운지에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

8시에 도착해서 내리기 시작했을 텐데 아직 우리 차례는 아닌가보다. 이곳에 오기 전 심각하게 고민했다. 선택관광을 할 것인가, 자유여행을 할 것인가. 패키지 여행에 대해선 극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지라 맘 같아선 맘대로, 발길 가는대로 갈 수 있는 자유여행으로 100% 마음이 기울지만 일행이 있다면 다른 문제가 된다. 내가 상해에 대해 그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피해를 줘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번엔 선택관광을 한번 해보자고 나를 다독인다. 거기서도 뭔가 얻을 수 있는게 있을거야.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한국사무소 선택관광]

크루즈의 기항지 여행에서는 선택관광을 하든지, 자유투어를 하든지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다. 자유투어는 말 그대로 자기 발길 가는대로 그저 흘러가면 되는 것이고, 선택관광은 정해진 코스에 몸을 싣고 따라 가면 된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사람은 여행사 선택투어가 있고, 개별적으로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로 여행신청을 한 사람들은 한국사무소의 기항지 선택관광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선박 내에서도 선택관광 신청이 가능하다. 한국사무소가 아닌 영어 투어로. 한국사무소의 선택관광은 사전 예약이 필수(※)이므로 미리 판단해서 신청해야 한다. 관광 코스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겠지만 1인당 하루 5만원 선으로 생각하면 된다. 4일 관광에 20만원 정도이니까. 반나절 투어를 하고, 배로 돌아와 식사와 함께 휴식을 취해도 되고, 반나절 투어 후 자유투어 반나절도 가능하다.

어느정도의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항지가 처음 가보는 곳이라 해도 자유관광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항구가 관광지가 멀지 않아 충분히 혼자서도 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사전 탐색은 필수조건. 가고시마를 제외하고는 걸어서도 유명관광지를 찾아갈 수 있다.

선택관광의 좋은점! 교통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


<상하이 크루즈터미널>

눈뜨고 이곳을 향해 내려가길 기다린지 3시간이 넘어 4시간을 향해간다. 이건 그림의 떡도 아니고... 코 앞에 고지를 두고 내리지 못하는 심정이 말이 아니다. 중국은 비자를 준비해야 하는 것부터가 맘에 들지 않더니만 입국심사도 세월아~ 네월아~이다. 무슨 배짱인지 원. 그나마 가져간 가이드북이 있어 사전에 살펴보지 못했던 곳들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결국 12시 30분이 되어서야 배에서 모두 내리고 기항지 관광을 시작한다. 왠지 하루 일정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예감인데...

<입국심사 카드>

입국심사도 몇 단계를 거쳐야 할 만큼 까탈스럽다. 입국심사 카드는 내릴 때 앞에서 나눠주두만 내려서는 바로 거둬간다. 번거롭게 뭐하러 주지? 탈 때 다시 확인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기항지 여행 중 가장 힘들고 지루했던 입국심사였다.


주변 사람들이 상하이는 중국이 아니라고들 많이 했다. 중국에 있지만 중국이 아닌 곳. 너무나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모습이 오랜 전통을 가진 중국의 이미지와 다르게 느껴져서일까? 내가 처음 본 중국은 6년전 칭다오에서였다. 이미 그때부터 내가 생각하는 중국과 현재의 중국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상하이는 그 이상인 것 같다. 높이 솟아있는 마천루 숲들만 본다면 중국이 가진 잠재성을 감히 예측하기가 힘들다.

<와이바이두교(외백도교)>

다리의 모습이 심상찮게 보여 유심히 살펴봤더니 와이탄과 함께 상하이 여행의 포인트라 한다. 과거 조계지에 대한 차별의 시작이 여기에서 부터라고도 한다. 1855년 한 영국상인이 만든 다리가 외백도교의 시초가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중국인들은 돈을 주어야지만 여길 지나다닐 수 있었다. 물론 그 외 사람들은 무료로 지나다녔던 다리를 말이다. 이후 1907년 중국 최초의 철교로 다시 탄생했는데 그때의 와이바이두교는 얼마전 철거되었다가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준비하며 다시 복원되었다고 한다. 거대한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걸 우습게 생각한다.

<황푸공원>

차를 탄지 10분도 채 안되어 황푸공원에 도착했다. 멀리 황푸공원의 상징인 상하이 인민영웅기념비가 보인다. 아침마다 이곳에서 상하이 시민들이 모여 태극권을 보여준다고 한다. 물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아침 운동처럼 운동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와이탄의 진실을 몰랐다. 계단을 올라서는 순간! 헉! 중국의 실체를 느낀다.

<와이탄을 산책하고 있는 시민들>

일요일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휴일을 즐기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사진 한장 찍기도 쉽지가 않다. 괜히 움직였다가는 일행을 잃어버릴 것 같기만 해 저 멀리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엄마 앞에서 알짱알짱대는 얘같기만 하다.


반대편으로는 우리 집이 보인다. 하나의 건물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게 주변과 잘 어울린다.



[와이탄과 황푸공원]

앞에 보이는 황푸강변을 따라 곧게 뻗어 있는 도로 주변을 와이탄이라 한다. 약 1.5km정도 되는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옆으로는 상하이를 대표하는 여러가지 이국풍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건물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와이탄의 한쪽 끝에는 황푸공원이 있는데 아편전쟁 후 이곳에 살고 있던 영국사람들이 1868년에 조성해서 지금까지 이른다고 한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를 강조하며 조계지의 차별이 있었다고. 갑자기 유태인이 떠오른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화려한 조명이 커지면서 상하이 관광의 꽃을 피운다.


탁한 공기 속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건물마다 가장 높은 곳에 솟아 있는 중국 국기의 모습이다. 특히나 색깔이 붉은색이다 보니 흑백의 색상들 가운데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참 인상적인 모습이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중국에도 자본주의가 이미 자리잡았는데 그들의 정신은 아직 그때를 향하고 있는가 보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가족>

가족 단위로 찾은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각박해지고, 힘들어져도 가족을 향한 마음은 타국이라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인민영웅기념비>





와이탄이 유명관광지라 사람이 많은가하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골목골목, 특히 그 곳이 번화가나 관광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차를 타고 바라보니 저 멀리까지 새까만 머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10억인구의 위력이 이런 거구나.

<방콕은행>

방콕의 모습을 잘 담은 간판이 눈에 띄어 찍었다. ^^



잠깐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정신이 홀딱 빠진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그렇고, 가이드분께서 물론 우리를 위해 하신 말씀이겠지만 중국인들에 대해 너무 겁을 주는 바람에 그 분위기에 나도 빠져버렸다. 가이드북들에서 이야기하는 외국 치안에 대한 부분들, 여행을 통해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는데도 사람들이 많으니 정신이 나갔나보다. 함께온 많은 분들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상하이가 최악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아마 처음 이곳에서 너무 사람들한테 질려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조금의 아쉬움도 느낀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국에선 모든 것들을 그저 스쳐지나온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의미를 새겨 봤더라면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 이럴때 내가 잘 하는 것. '담에 또 와야겠군.' 그냥 일종의 합리화였는데 이번 여행에서 같은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내게는 너무나 많은 기회들이 있는 것이니 더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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