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에서 프라하로 가기 위해 비엔나 다시 들렀다. 빈 서역에서 내려서 다시 남역으로 가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타야하는데 남역이 공사 중이라 이러저리 헤매다가 결국은 계획했던 기차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길을 찾지 못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가지 못하는 심정이 어떤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올때도 기차를 놓쳤었는데 또다시 체코로 가야할 기차를 놓치다니...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 우리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곳에서 3시간을 기다려 다시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했지만 프라하에 도착하게 되는 시간이 너무 늦어 계속해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빈 남역 한국식당-부산식당>
기차를 놓쳐 이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국말로 이야기를 해서 통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어찌나 좋던지... 처음에는 우리나라를 흉내낸 오스트리아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가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으니 들어오라고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안쪽에는 우리나라 배낭여행객들이 적어놓은 글들이 벽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뭔가를 먹고 왔는데 솔~솔 풍기는 음식 냄새에 역시나 우리는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김치찌개 두개를 시켜놓고 얼큰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부산식당이라 부산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주인 아주머니가 대구분이시란다. 한국이라하면 사람들이 서울을 대표적으로 생각하는데 서울식당은 이미 있고, 그래서 2번째 도시인 부산을 선택하셨단다. 자녀들은 summer shcool로 우리나라에 가있는데 지난주까진 서울에 있다가 지금은 대구에 가 있다고 하셨다. 역시 부모님들은 자식자랑을 빼놓을 수 없다. 자녀들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그것으로 한국으로 갔다가 너무나 기특해 하신다.
우리가 오스트리아의 물가가 비싸다고 하니 그 분은 한국의 물가가 만만찮다고 하신다. 물론 우리나라 서울의 물가는 비싸지... 하니 아주머니는 대구도 만만찮다고... 얼마전 한국에 왔다가 대구를 찾으셨는데 서울과 거의 다를바 없다고 한다. 하긴... 대구도 물가가 싼 곳은 아니지.
같은 고향이라면서 김치를 어찌나 듬뿍 주시는지...
국경을 넘으니 정말 풍기는 분위기가 색다르다. 프라하인줄 알고 여기서 내릴뻔 했다. 내렸으면 우린 아마 국제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 잘츠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빈으로 가서 다시 기차를 타고 프라하로 왔다. 기차만 7-8시간 탄 것 같다. 이 여행에서 우리가 국경을 넘으려고만 하면 꼭 기차를 한대씩 놓치게 된다. 프라하로 가는 길도 결국 한 대를 놓쳐버렸는데 이게 웬걸~ 다음 기차가 4시간 후에 있는 것이다. 다른 시간대에는 2~3시간 차이였는데... 운도 없지. 빈 남역이 공사중이라 입구를 못찾아 헤매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버렸다. 기차를 놓치고 보내는 시간도 아쉬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프라하에 너무 늦게 도착하다 보니 프라하 중앙역은 완전 음침~ 그 자체였다. 보헤미아 집시들의 본거지라고 하더니 정말 역 내에는 우리가 영화에서 본 집시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체코돈을 환전하지 않고 갔다는 것이다. 우리 계획으로는 저녁 6-7시경 프라하에 도착해 ATM기에서 출금한 다음 지하철이나 도보로 호텔로 갈 생각이었다. 지도상으로도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웬걸~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넘은 시간. ATM기 앞에 서면 술냄새가 나는 집시들의 무리가 따라오고, 우리가 눈치를 채고 다른 곳으로 가면 흩어졌다가 기계쪽으로 다시 가면 따라오는 것이었다. 늦은 시간 한국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고...(사실 한국 사람 뿐만 아니라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도저히 이 곳에서는 안되겠다싶어 택시를 찾았다. 헝가리처럼 역에 있는 공식 택시인줄 알고 탔는데 이것도 잘못이었다. 유로도 되고, card가 있음 ATM기 앞에 세워준다고 해서 탔는데... 아저씨 인상도 갱영화에 나오는 한쪽만 귀걸이를 한 대머리 아저씨! 택시비만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 뜯겼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호텔에 도착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기 때문이었지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다음날 프라하를 다니며 그 곳의 물가를 경험하는 순간 그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우린 고스란히 바쳐버린 택시비를 생각하며 거의 거지와 비슷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프라하에 늦은 밤에 도착하는 건 정말 절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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