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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오스트리아(Austria)

[장크트 길겐] 잘츠부르크와 잘츠캄머구트 사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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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바쁜 일정이다. 잘츠부르크에서 온전히 쓸 수 있는 날도 하루 뿐...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적은 곳을 가더라도 '알차게, 꼼꼼하게, 하나를 보더라도 제대로 보자!'였다. 그러나... 거리가 멀다보니 한번 갔을 때 그래도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욕심을 부리다 보니 한곳 한곳 장소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잘츠부르크가 아무리 작은 도시라 해도 하루는 너무하단 생각이 든다.

이제와 후회한들 뭣하리. 이미 이후 일정을 정해서 온지라 미루게 되면 호텔 해약과 기타 등등... 복잡한 일이 생기니까 주어진 하루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디를 갈까? 인스부르크를 갈까? 할슈타트를 갈까?? 이곳저곳 생각하다 결국은 가까운 곳에 들러 반나절을 보내고 못다본 잘츠부르크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잘츠부르크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이다. 버스정류장엔 이렇게 버스 시간표가 게시되어 있다. 시간과 분, 하루 버스 일정이 다 나온다. 그리고 칼 같이, 딱 맞춰서 버스가 온다. 우리나라에선 버스시간을 맞춰나가는 사람이 잘 없다. 늘 같은 곳을 출근하는 사람들은 대략 이쯤이면 오더라~해서 맞춰갈 뿐이다. 근데 여긴 아주 정확하게 시간이 제시되어 있다. 복지가 생활이라는 말 이곳에서 절감한다.


잘츠캄머구트는 호수들로 이루어진 오스트리아의 휴양지이다. 그리고 예로부터 소금광산으로 유명하다. 잘츠캄머구트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할슈타트이지만 거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경치를 담고 있는 장크트 길겐으로 향한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포스트 버스를 타고 길겐으로 갈 수 있다. 돌아올 때 버스표를 함께 끊기 때문에 한번 쓴 버스표는 절대로 버리면 안된다.

잘츠부르크는 오래 전부터 주교님이 살아온 지역이라더니 정말 가는 곳곳마다 십자고상과 성모상이 즐비하다. 까페에 성모상이 있고, 미장원 입구에 예수님상이 있고,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길가에 이렇게 생뚱맞게 십자고상이 있다. 우리 상식으로는 '저것들이 왜 저기 있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매치이지만 이 곳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익숙한 장면인 듯 하다. 그들의 일상이 우리에겐 새롭기만 하다.
그런데 한 가지 또 의문이 드는 건 몇 번의 미사를 드리면서 생각보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례한다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들에게 종교는 생활이라고 하던데 그저 생활일 뿐 신앙은 없는 것인가?
누군가 그랬다. 이 사람들은 생활이 그리스도 안에서 생활이기 때문에 굳이 성당이라는 공간을 찾아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완전 공감가지 않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여튼 그렇다.


<길겐으로 향하는 전원풍경>

나이가 들어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런 풍경을 꼽을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전원의 풍경이다.


장크트 길겐에 도착하여 버스를 내리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마을로 향하고 있다. 동네로 들어가는 길에 성당이 보여 들어갔는데 묘지와 연결된다. 그리고 몇 몇 사람들이 꽃을 손보기도 하고, 화단에 물을 주듯이 묘지 주변의 꽃들을 가꾸고 있다. 꼭 앞마당의 장미꽃을 손질하듯이 말이다. 처음엔 묘지관리인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냥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란다. 그냥 누구든 와서 물을 주기도 하고, 쓰러진 꽃이 있으면 일으켜세우기도 하고 그런단다. 그리곤 이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사는 공간 안으로 죽은 사람의 공간이 들어오기가 너무나 힘든 우리나라에 익숙해진 탓에 이런 모든 모습들이 새롭고 어색하기만 하다.


내 생애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학기에 '죽음'에 대한 수업을 했다. 그래서인가, 이곳의 모습을 지금와서 보니 더욱 심상찮게 느껴진다. 묘지의 표지판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고, 묘지의 주인과 가족의 특성들을 잘 살려 놓은 것 같다. 나중에 우리 가족의 묘도 이렇게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 누구든 쉽게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구 찍어왔다.
요즘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들이 생겨나고 있다. 안락사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꾸며달라...'라는 생각들을 말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묘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묘지도 있지만 한 묘지에 여러 사람이 함께 묻힌 곳도 있다. 부부가 함께 묻힌 곳도 있다. 이곳에선 가족들이 함께함을 기리기 위해 한 사람의 묘지를 만들고, 시간이 흘러 다른 사람이 묘지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 위에 함께 묻는다고 한다. 그래서 안내판에도 1세, 2세... 등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동양은 가족적, 서양은 개인적이라는 고정관념이 말 그대로 고정관념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오히려 서양 사람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가족과의 응집력이 높다고 느껴진다. 진정 가족을 위하는... 우리는 사회구조상의 문제도 있지만 가족이 최고임을 강조하지만 가족을 위해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 함께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요즘은 그나마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말이다.


성당 입구에 마련해 놓은 그림과 어떤 사람의 묘지 앞에 마련된 기도하는 천사의 모습이다. 이 천사가 꼭 묘지의 주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 같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도 천사처럼 맘 속으로 기도해 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의 가족들의 염원대로 주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정말 마을로 들어간다. 장크트 길겐은 모짜르트 어머니의 생가가 있어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모짜르트도 몇 년간 살았다고 하니 기념으로 삼을만도 하지. 현재는 박물관으로 꾸며놓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으로 어떻게 꾸며두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여기에선 살짝 지나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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