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 왔는데 어디 갔었어요?"
"오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왔어요."
"진짜? 난 여기 있어도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정말 서울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을 갔다 왔네요."
우연한 만남이 15년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면서 때때로 함께 일하는 사이가 된 우리의 대화.
이런저런 대화 끝에 꼭 한번 가보라고 권했더니 그제야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냈다.
"아, 한번 가본 적 있다. 박물관 입구 전경이 시그니처 풍경이라 사진이 필요해서 한번 가본 적 있네요."
아~ 이 풍경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시그니처 풍경이었구나.
그런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 써서 잘 찍어보는 건데...
2005년 뉴스를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전 소식을 듣고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게 17년 만에 이루어졌다.
왜인지, 해외에서 접하는 박물관과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박물관은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이유가 뭘까?
국립중앙박물관을 걸으며 느낀 건 그동안 내가 박물관을 너무 몰랐구나... 하는 것이다.
박물관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는데 나는 고릿적 박물관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오해하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그리곤 참 잘 왔다 싶었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VR, XR 들어보긴 했지만 뭔지 잘 모르는 IT용어들이 떠오르는 관람실...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의 만남이다.
영상관 1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꿈을 담은 서재, 책가도'는 내가 채워나갈 수 있는 쌍방향 시스템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관람객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서재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뭔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이 광경은 디지털 실감 영상관1의 [파노라마] 영상이다.
최근 들어 미술관에서도 디지털 영상을 통한 관람이 많아지던데 국립중앙박물관의 영상관은 그 규모부터 놀랄만하다. 3면으로 이어지는 스크린은 마치 그림 속으로, 또 그 시대 상황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 속을 거닐었다."
디지털 파노라마 영상관에서는 총 4개의 콘텐츠가 교차상영된다는데 이 영상은 "금강산에 오르다"이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모티브로 우리를 금강산으로 이끈다. 꽃잎이 흩날리는 금강산 어느 자락에 서서 조선시대 대화가들의 시선을 빌려 우리 산하를 바라보면서 그 사이를 거닌다. 순식간에 금강산과 하나가 된다.
콘텐츠가 교차상영 된다니 다른 영상도 꼭 한번 보고 싶다.
사유의 방
국립중앙박물관의 꽃, "사유의 방"
감히 말하건대 이곳 한 공간만으로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충분히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다.
사유의 방은 보물 금동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 제83호)을 가장 잘 보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공간의 경계를 넘어 들어서면 조금씩 가까워지는 반가사유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섬세한 조각기술도 그렇지만 얼굴 표정에 담고 있는 인간과 세상은 참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러니 이곳은 사유의 방일 수 밖에 없다.
지난 전시: 아스테카(AZTECS)
지난여름 특별전으로 운영했던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의 한 부분
아직은 많이 모르는, 그렇지만 흥미로운 아스테카 문명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
상설전시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전시들이고, 기획 전시 혹은 특별 전시도 꽤 좋은 전시들이 많다. 루브르, 대영박물관 등 쨍쨍한 세계적 박물관의 무대에서 우리에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외칠만 하다. 그리고 어느 날, 느닷없이 K-문화와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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