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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서울(Seoul)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만나는 특별한 시계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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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돈의문박물관마을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재개발로 사라질뻔한 서대문(돈의문) 일대의 작은 동네를 원형보존으로 계획을 변경하여 만든 구도심의 골목길 박물관이다. '서울 근현대의 삶'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공유하면서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다른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세대공감의 장소로 봐도 좋겠다. '박물관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 40여 채의 가옥을 보수하여 다양한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싹 다 갈아엎는다는 재개발의 이미지에서 살릴 건 살리고, 없앨 건 없앤다는 새로운 도시재생으로의 관점 전환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도시 속 여행지로 미래가 기대되는 여행지다.

 

 

 

이런 특별한 곳에서 특이한 기획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에 두말 않고 서울행을 택했다. 게다가 무료 전시라니... 오랜만의 서울행이라 설렘을 가득 채워 떠난 여행길은 즐겁기 그지없다.

 

이번 전시의 컨셉은 시계 전시

 

지금도 손목에 시계가 얹혀있지 않으면 하루 일과가 흐트러진다는 개인적 신화를 가진 내게 딱 맞는 전시다.

전시 관람은 마을 안내소에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둘러봐도 무방하지만 특별한 전시이니 만큼 도슨트 투어를 통해 마을과 전시에 대해 심도 있는 설명을 듣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전시기획자인 김노암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어 전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다.

 

 

시계와 생활(2022 주제 전시)

 

 

전시 관람을 위해 마을안내소를 반드시 들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워치 키보드 B-dot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시작부터 완전 집중모드~ 예전 청각장애인들과 몇몇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들이 스마트폰을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왜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워치이면서 그들을 위한 블루투스 키보드(점자입력) 역할까지 한다. 전시회 관람 후 건융IBC에 대해 좀 찾아봤더니 이것 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어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Freeze Time: 김인 作>

 

자연의 시간과 문명의 시간이 응집된 설치미술 Freeze Time이 돈의문박물관마을 마당에 전시되어 있다. 소리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전시인 듯한데 지금도 계속해서 작업 중인 작품이다.

 

삼대가옥: 시계와 생활

 

 

이번 전시의 메인 장소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삼대가옥은 나즈막한 2층 양옥건물로 전시기획관이다. 예전에 과외를 위한 하숙방으로 사용되어서 그런지 작은 방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는 구조다.

 

 

'시계인간' (이희상 作)

 

삼대가옥 입구를 들어서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 이희상 작가의 시계 인간이다. 늘 시간에 쫓겨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인간상을 형상화한 작품인데 어찌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살고 있는 내 모습! 

정면을 봤을 때, 측면을 봤을 때 그 느낌이 사뭇 달라 이 또한 현대의 인간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시계방 프로젝트>

 

옛 시계방을 재현해 놓은 이곳은 실제로 주말이 되면 시계 장인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고 리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평일 방문이라 실제 경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보통 우리가 경험한 시계는 괘종시계, 탁상시계, 손목시계로 점철된다. 그 가운데서도 한 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괘종시계는 생산연도와 생산지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전자시계를 넘어 스마트워치가 보편화된 요즘, 그럼에도 뭔가 기품 있어 보이는 괘종시계는 하나쯤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시계추 무게에 또 한 번 놀람! 

삼대가옥에서는 프랑스, 독일, 미국, 네덜란드 등 세계의 괘종시계를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금속공예 작가이자 시계 제작자인 현광훈 작가의 작업실과 도구들, 그리고 VR영상을 통해 그의 작업실을 들여다보고 작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시계 하나의 공정과정에 이렇게 많은 도구들이 사용된다니... 현광훈 작가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시계 제작자로 이미 개인전도 여러 번 가진 한국의 대표 작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이렇게 마주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작가갤러리 & 시민갤러리

 

 

 

<시민갤러리: 종로 시계 골목 기록전>

 

한국이 시계로 세계에서 꽤나 유명세를 떨쳤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한때 3대 시계 강국으로 불릴 만큼 한국의 기술이 뛰어났지만 지금은 스마트워치와 같은 대체품들로 쇠퇴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곳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기 위해, 혹은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면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대구 교동이 시계로 유명한 골목이라면 서울에선 종로가 시계로 유명한 곳이란다. 시계산업의 변화와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시민갤러리다.

 

 

 

<작가갤러리: 시계와 사람들>

 

이 순간, 시계를 모티브로 하는 전시가 열릴 수 있었던 데에는 시계에 얽힌 사연 하나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애 첫 시계, 대학 입학 후 산 기념 시계, 해외여행에서 산 시계 등등...

시계라는 일상용품을 통해 다양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전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시계를 통해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그 시절을 만나고, 그 때의 경험을 만나고... 나는 또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온실 & 돈의문 스튜디오

 

 

 

<온실: '낙타의 시간'(솔플 作)>

 

"인간의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아라비아 속담을 구현한 솔플 작가의 설치미술이다. 몸의 시간과 영혼의 시간이 다름을 보여주며 낙타의 시간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정말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낙타 옆의 형광등이 해시계를 모티브로 한단다.

 

 

 

 

<돈의문 스튜디오: 자격루(한승구 作)>

 

'역사 속에서 우리네 시계를 떠올린다면 언제쯤을 시작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시작까진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브로맨스의 대표 격인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자격루가 떠오른다. 과거 자격루를 재해석하여 만든 설치미술 자격루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재미난 볼거리다.

 

 

서대문 여관: 시간의 이면

 

 

 

과거 '서대문여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던 옛 여관 건물을 그대로 살려 멋진 전시실로 재탄생시켰다. '시간'이라는 의미를 서로 다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재현했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각자의 시간이 다르듯 작가들이 구현해낸 시간의 다른 형상들이다. 

 

 

 

전시연계 특강: "손목 위의 시간" 

 

 

 

이번 전시가 특별했던 건 시계를 주제로 한 흔치 않은 전시라는 점도 있지만 '시계와 시간'이라는 주제에 맞는 다양한 특강도 함께 진행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특강은 "손목 위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김노암 선생님의 강의였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만일 이 문제를 내게 질문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내게 이 질문을 한다면 나는 알지 못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中

 

 

우리 모두가 같은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해도 그 시간의 의미는 모두 다 다르지 않을까.

"나의 시간은 무엇에 의해 흘러가고 있나?"

이 짧은 질문에 생각이 길어진다.

 

단순한 시계 하나에 이렇게 많은 스토리가 숨어있을 수 있음을 매 순간 감탄하며 즐길 수 있었던 전시다.

이 여름, 서울에서 볼만한 전시로 충분히 추천할 만한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또 하나의 경험의 시간으로 내게 축적될 것 같다.

 

 


2022년 돈의문박물관마을 주제전시 <시계와 생활>


기간: 2022년 7월 15(금)에서 9월 25일(일)까지
도슨트 투어: 매주 금, 토, 일요일 각 3회 운영
                     (12:30, 14:30, 16:30, 각 차시별 1시간 정도 운영)
                      회차별 10명 정원

★도슨트 투어 신청(현장 접수도 가능)
   8월:https://forms.gle/qsGFHCMQ8wtwBjXb7
   9월:https://forms.gle/r2gsPfZb5Qqmysc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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